파월에 맞서는 채권 시장…누가 맞을까

임상균 매경이코노미 기자(sky221@mk.co.kr) 2022. 12. 20.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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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균 칼럼]
임상균 주간국장
또다시 시장이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의지를 거스르기 시작했다. 더 정확히 말하면 파월에 대한 불신을 대놓고 드러낸다.

12월 14일(이하 현지 시간)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파월은 기준금리를 시장 예상대로 0.5%포인트 인상했다. 하지만 FOMC 위원 19명의 금리 예상이 집약되는 점도표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내년 말 예상금리가 5~5.25%(중간값 5.1%)로 나타났다. 내년에도 0.75%포인트를 추가로 인상해야 한다는 얘기다.

파월은 여기에다 “인플레이션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확신하기에는 상당히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내년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당분간 긴축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물가 이슈에 시장이 해이해지는 걸 원치 않는 것이다. 기준금리가 발표될 때만해도 상승권에 있던 뉴욕 증시는 파월의 매파적 발언이 나오자 약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기준금리에 더 민감한 채권 시장은 FOMC 이후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발표 당일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0.57% 하락(채권값 상승)했고, 3년물도 0.71% 내렸다. 이튿날에는 10년물이 1.51%나 급락했다. 기준금리를 안 내리겠다는 연준의 의지와 반대로 갔다. 이튿날 뉴욕 증시가 큰 폭으로 빠졌지만 연준 긴축 정책 지속에 대한 우려보다는 소매 판매, 산업 생산등 경기 지표가 악화된 것이 원인이었다.

비록 20일 일본은행이 금융 완화 축소 결정을 내리면서 글로벌 금융 시장을 뒤흔들어놨고, 미 국채금리도 다시 급등세를 보이기는 했지만 이전까지 시장 분위기는 연준을 믿지 않는 분위기가 완연했다.

글로벌 IB들 상당수도 파월과는 다른 방향을 보고 있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점도표에서 나타난 높은 금리 전망은 내년부터 더 많이 드러날 디플레이션 증거들 때문에 조정될 것”이라며 “연준이 내년 2·3월 두 차례 0.25%포인트씩 인상해 4.75~5%가 정점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모건스탠리는 연준이 아예 내년 2월에 금리 인상을 중단할 것으로 단언했고, 신 채권왕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CEO는 연준이 한 번 더 0.25%포인트 금리를 인상할 수 있지만, 이번 금리 인상을 마지막으로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증권사들 역시 파월과 등을 지기 시작했다. IBK투자증권은 파월의 강한 긴축 의지 표명을 ‘예상된 블러핑’이라 단정했다. 메리츠증권은 연준 금리의 종착점은 5%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한증권은 연준 결정을 ‘과대 긴축’이라 표현하며 “이로 인해 노동 지표의 훼손이 나타나는 시기부터 금리 인상이 예상보다 조기에 중단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증권 역시 “내년 3월 FOMC에서 연준이 스스로 목표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동상이몽은 근본적으로 시장이 파월을 신뢰하지 않은 결과다. 경기 침체가 심각한데 언제까지 금리 인상을 고집하겠냐는 것이다. 이미 파월은 심각한 판단 미스로 시장을 실망시킨 전력이 있다.

2021년 하반기부터 시장은 글로벌 공급망 붕괴로 구조적 물가 상승이 펼쳐지고 있다며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미국 국채금리가 2021년 10월부터 급등세로 돌아선 것이 강한 시그널이었다. 반면 파월은 인플레에 대해 ‘일시적’이라고 고집을 부리다 올 3월에서야 금리 인상을 시작했다. 뒤늦은 대처를 만회하려 인상폭을 키웠고, 결국 시장과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말았다.

내년에도 파월과 시장의 힘겨루기가 재연될 공산이 커졌다. 파월이 잃었던 신뢰를 만회할지, 또다시 시장이 승리할지, 당분간 글로벌 자산 시장은 양자 간 대결의 결과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89호·송년호 (2022.12.21~2022.12.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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