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침체 압박에 투자 어디로…돈 풀리는 인프라·전기차 ETF ‘주목’

2022. 12. 20.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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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닥에서 살아남기] (64)
12월 14일(현지 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치고 기자회견 하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이날 연준은 기준금리를 4.25~4.5%로 기존보다 0.5%포인트 올린다고 밝혔다. (EPA)
‘중앙은행의 긴축 통화 정책 찬바람을 피할 수 없다면, 정부의 돈 풀기 재정 정책 훈풍을 향해 가라.’ 내년 미국 경제가 침체될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라 나오는 가운데 연말연시 투자 전략 재편에 나선 월가에서는 부쩍 산업재와 인프라스트럭처 관련주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적어도 새해 초까지는 뉴욕 증시가 한 번 더 저점을 시험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당분간은 나스닥 기술주보다는 경기 방어 역할을 하는 산업재로 눈 돌리자는 것이다. 내년에는 증시 하락에 이어 강한 반등세가 찾아올 것이라는 점, 금리 인상 리스크가 완화될 것이라는 점을 들어 우량 기술주에 투자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최근 보고서에서 인플레이션과 경제 침체에도 불구하고 인프라스트럭처와 전기차 종목을 매수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연준의 통화 정책은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로도 불확실하게 전개될 수 있지만 정부의 재정 정책은 이미 근거법이 통과되면서 대규모 재정이 내년부터 직·간접적으로 본격 풀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은 크게 세 가지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소법(IRA)과 인프라 투자·고용법(IJAA) 그리고 반도체·과학법(CHIP)이다. 블랙록은 미국 연방 정부가 내년을 포함해 이후 총 1조5000억달러 규모를 인프라와 친환경에너지, 전기차 지원에 투자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선 IRA는 인플레뿐 아니라 기후변화에 대응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세제 혜택을 통해 전기차 보급을 늘리는 것이 핵심이다. 주된 내용은 앞으로 10년간 재정적자를 3000억달러 줄이고 친환경에너지와 전기차 지원, 헬스케어 등에 총 4400억달러를 재정 집행한다는 것. 특히 새 전기차를 사는 소비자에게 소득 수준과 전기차 가격에 따라 최대 7500달러 세금 공제를 해주고 중고 전기차를 사면 최대 4000달러 세금 공제를 해주는 간접 지원을 담고 있다.

IRA법 취지를 감안할 때 눈여겨볼 전기차 관련 주요 상장지수펀드(ETF)는 ‘아이셰어스 자율주행 전기차·기술(티커 IDRV)’과 ‘글로벌X 리튬앤드배터리 ETF(LIT)’다. IDRV와 LIT는 가장 대표적인 전기차 관련 ETF로 꼽히지만 종목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투자 초점이 다르다.

다만 IRA가 중국 견제 차원에서 미국산을 우선 지원한다는 취지기 때문에 전기차 관련주에 투자한다면 중국 비중이 낮은 ETF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뉴욕 증시 변동성이 커진 지난 11월 14일 이후 최근 한 달 새 IDRV는 약 2% 떨어져 LIT(약 9% 하락)에 비해 낙폭이 작다.

IRA법에 따르면 미국 연방 정부는 전기차 세금 공제 지원에 제한을 두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에 필요한 광물은 80%(오는 2024년 40%부터 시작해 매년 10% 상향), 전기차 부품은 100%(오는 2023년 50%부터 출발해 상향) 미국 혹은 미국과 FTA를 맺은 국가에서 만든 경우에만 해당 전기차 소비를 지원하겠다는 현재 방침이다.

이 밖에 IRA법의 취지를 감안할 때 눈여겨볼 만한 것은 친환경에너지 ETF다. 대표적인 ETF로는 ‘아이셰어스 글로벌 클린 에너지(ICLN)’와 ‘퍼스트 트러스트 나스닥 클린 에지 그린 에너지(QCLN)’가 있다. 상위 10대 구성 종목을 보면 ICLN은 유틸리티, QCLN이 전기차 관련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10대 종목 중 ICLN에는 중국 기업이 포함되지 않은 반면 QCLN은 니오와 샤오펑 등을 포함한다. 최근 한 달 새 시세 변동률을 보면 ICLN은 약 3% 오른 반면 QCLN은 오히려 7% 떨어졌다.

두 번째로 미국 인프라 투자·고용법과 관련한 ETF는 ‘아이셰어스 US 인프라스트럭처(IFRA)’와 ‘퍼스트 트러스트 나스닥 클린에지 스마트 그리드 인프라스트럭처(GRID)’가 대표적이다. 특히 미국 정부가 친환경에너지 인프라 구축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스마트 네트워크 관련 비중이 높은 종목을 눈여겨볼 만하다. 최근 한 달 새 IFRA 시세 상승률은 1.05%, GRID는 이보다 높은 3.46%다.

산업재도 침체 압박 방어株로 관심

인프라와 관련해 산업재에 투자해야 한다는 월가 조언도 딸려 나온다. 에드 야데니 야데니리서치 대표는 “경제 침체가 찾아와도 산업재는 방어적 역할을 한다”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항공·우주 업종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언급했다. 산업재 ETF로 가장 대표적인 종목은 ‘인더스트리얼 셀렉트섹터 SPDR(XLI)’다. 최근 한 달 수익률은 약 2%고 연중 수익률은 약 -4%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를 따르는 ‘SPDR S&P500 트러스트(SPY)’ 한 달 수익률이 약 1%, 연중 수익률이 약 -16%인 점에 비하면 방어 종목으로서 역할을 한 셈이다.

돈이 풀리는 인프라·산업재·친환경·전기차 부문으로 향하라는 월가 조언은 일리가 있지만 매매 타이밍만큼은 신중히 정해야 한다.

올해 뉴욕 증시를 들썩인 최대 변수가 인플레이션이라면 내년은 경제 침체다. 지난 12월 초 로이터 설문조사에 따르면 경제학자들은 올해 미국 경제가 1.9% 성장한 후 내년에는 성장률이 0.3%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 침체 압박이 커지면 연준이 부담을 느끼고 금리 인상을 자제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한데 이는 증시 매수세를 자극할 수 있다. 반면 경제 침체 탓에 기업 수익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한데 이는 증시 매도세를 자극할 수 있다.

월가 투자은행들이 내년, 특히 내년 초 뉴욕 증시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코스틴 수석전략가는 “내년에 S&P500지수가 대폭 반등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 경제가 침체를 피한다면 내년 상반기 S&P500지수는 3600선으로 내려간 후 하반기에 4000선을 회복하겠지만 침체를 벗어난다 하더라도 뉴욕 증시 상장 기업들 실적이 크게 둔화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경기 침체가 발생할 확률은 35%로 비교적 낮게 봤지만 침체가 발생하면 주가가 3150선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것이 골드만삭스 전망이다.

전문가 의견뿐 아니라 투자자 움직임도 엇갈린다. 최근 연준의 기준금리 결정을 전후해 뉴욕 증시가 출렁였다. 12월 초까지는 연준이 생각보다 더 오랜 기간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비관론이 두드러졌지만 중순 이후에는 연준의 ‘피벗(연준이 생각보다 이른 시점에 금리 인상에서 인하로 태도를 바꿀 것)’이라는 희망 섞인 예상이 나오면서 투자 심리가 달라지는 식이다.

결론적으로 연말에는 관망세를 유지하며 내년 초 하락장에서 매매 기회를 찾는 것도 방법이다. 관건은 선별이다. 블랙록의 미국 테마·액티브 주식 ETF 책임자인 제이 제이콥스는 “성장주 시세가 더 분산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여기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지만 무엇보다 종목 선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뉴욕 = 김인오 특파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89호·송년호 (2022.12.21~2022.12.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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