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 올해 시총 118조 증발…상장사 11곳은 ‘10조 클럽’ 탈락
그야말로 날개 없는 추락이었다. 국내 주가의 자유 낙하 속 상장 기업의 시가총액(시총)도 쪼그라들었다. 시총 10조원 이상인 ‘10조 클럽’의 숫자도 줄었다. 국내 1위인 삼성전자의 시총은 올해(20일 기준)에만 약 118조원이나 사라졌다. 세계 주요국의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우려 속 수출 비중이 높아 대외 변수에 취약한 한국 경제 특성이 주식 시장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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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조 클럽 기업 수 42→35개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12월 30일) 42개에 달했던 ‘10조 클럽(시가총액 10조원 이상)’ 기업 수는 20일 기준 35개로 줄었다. 카카오페이, 크래프톤, SK바이오사이언스, 하이브, 엔씨소프트, 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 11개 기업이 ‘10조 클럽’에서 밀려났다.
이 중 크래프톤(4조3098억원)·SK아이이테크놀로지(2조2460억원)·카카오페이(1조5300억원)·SK바이오사이언스(1조4918억원)는 지난해 공모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서며 국내 증시에 화려하게 입성한 종목이다. 이에비해 LG에너지솔루션과 고려아연 등 2차 전지 관련주와 삼성화재·현대중공업 등 4곳은 10조 클럽에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요국의 금리 인상으로 그동안 저금리의 수혜를 받았던 주식의 가치가 급락한 데다 반도체 경기 둔화와 중국의 봉쇄로 인한 수요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말했다.
금리 인상에 성장주·반도체주 직격탄
시총 감소가 두드러진 것은 성장주와 반도체 관련 주다. 성장주인 네이버와 카카오 등은 금리 인상의 직격탄을 맞았다. 네이버 시총은 지난해 말 62조926억원에서 20일 29조6109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절반 수준을 밑돈다. ‘쪼개기 상장’ 논란을 일으킨 카카오 그룹주 역시 시총이 줄줄이 하락했다. 지난해 말 50조원을 넘었던 카카오(24조1858억원)의 시총은 일 년 새 반 토막 났다. 시총 순위도 지난해 6위에서 올해(12위)는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카카오뱅크는 11위에서 27위로 밀려났고, 카카오페이는 아예 순위권을 벗어났다.
반도체 업종은 금리 인상과 함께 경기 둔화 우려 속 수요 감소의 영향도 더해졌다. 1위인 삼성전자의 시총은 지난해 말 467조4340억원에서 20일 기준 349조8293억원으로 117조6047억원(25.2%) 감소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 시총은 95조3683억원에서 57조26억원으로 40.2% 줄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체 시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6.1%, 2.62%에 달한다.
반도체 업종의 약세는 국내 기업만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업체의 시총 하락은 두드러진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19일(현지시간) 기준 엔비디아의 시총은 4077억 달러(약 525조)로 1년 전보다 44.1% 떨어졌다. TSMC의 시총 역시 3978억 달러(약 513조원)로 1년 전보다 35.2% 하락했다.
삼성증권 황민성 연구원은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폰·가전·자동차 등의 수요를 당겨쓴 측면이 있다”며 “올해 중반부터 급격히 경기가 나빠지며 반도체 수요가 둔화한 반면 공급 과잉으로 재고가 불어나면서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내년 전망도 암울하다. 반도체 시장의 업황이 내년에도 쉽사리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정상적인 반도체 사이클로 봤을 때는 바닥이 형성돼야 하는데 현재는 삼성전자가 전략적으로 공급을 늘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삼성전자의 공급정책 변화(감산)가 감지되기 전까진 당분간 반도체 업황이 악화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성장주에도 당분간 볕이 들기를 기대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금리 인상이나 경기 둔화 시기엔 기업 실적이 악화하며 성장주의 주가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내년 하반기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상저하고(상반기엔 낮고 하반기엔 높은)’형태로 주가가 회복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경진 kjink@joongang.co.kr,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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