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의심돼 검사하면 줄줄이 양성"…소아 감기약 품귀 우려
“전반적으로 여유가 없는데 제일 심각한 건 소아에게 쓰는 조제용 타이레놀 현탁액(시럽)이죠. 지난주에 우리 약국에 온 한 아이 엄마는 집 앞 소아청소년과에서 해당 약을 처방받고는 약을 구할 수가 없어 동네 약국을 죄다 돌아다녔더라고요.”
20일 서울 강남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민모(27)씨는 최근 독감 환자가 늘며 감기약 품귀 현상 조짐이 보인다고 우려했다. 감기약 중에서도 특히 소아에게 사용되는 조제용 시럽약 구하기가 어려워졌다며 “비교하자면 예전에는 한 달에 10통 정도 들어오던 물량이 두 달에 10통 들어오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구로구의 우리아이들병원 정성관 이사장은 “지난 주말 소아 환자들이 직전 주보다 100~150여명 정도 더 늘었는데 독감이 의심돼 검사하면 90~100% 독감 양성으로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가 늘다 보니 감기약이 부족해 난리”라며 “원래 처방하던 기침약이 떨어져서 다른 약으로 교체했는데 그마저도 여의치 않아 걱정된다. 아이들이 기침이 심할 때 처방해주는 기관지 확장 패치제는 이미 공급이 안 된 지 오래”라고 말했다.
독감 의심환자 1.75배 늘어
일부 약국에서는 “소아뿐 아니라 성인용 감기약도 넉넉하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급에 어려움이 있는 건 해열진통제로 많이 사용되는 ‘조제용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약제들이다. 통상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일반 해열진통제와 달리 의사의 처방전이 필요한 약이다.
서울 강남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A씨는 “우리는 한 달 전에 이미 대량으로 감기약을 들여놓아 문제가 없는데 독감이 유행하는 지역에선 언제 떨어질지 몰라 전전긍긍한다”고 말했다. 인근의 또 다른 약사 B씨는 “품절됐다가 다시 들어왔다가 반복되고 있다”라며 “예전에는 영업 담당자한테 수량을 몇개 달라는 식으로 주문했는데 이제는 영업 담당자가 소량씩 배분하는 걸 기다리고만 있는 처지”라고 설명했다.
식약처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문제 없어”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30일 ‘공중보건 위기대응 의료제품 긴급 생산ㆍ수입 명령’ 공고를 내고 조제용 아세트아미노펜(650㎎) 고형제 품목을 위기대응 의료제품으로 지정, 18개 제약사에 긴급 생산ㆍ수입 명령을 내렸다. 또 1정당 50~51원 사이인 아세트아미노펜 약가를 1년간 최대 90원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관련 조치를 했고, 계속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데 아직 감기약 품귀 현상과 관련된 민원이 들어오고 있지 않다”라며 “현재 일부 약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품귀 현상은 유통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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