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약+액상' 용기 표절소송… 法 "남양유업, hy에 부정경쟁행위 아냐"

hy 'MPRO3(엠프로3)'와 남양유업 '포스트바이오틱스 이너케어'

[아시아경제 김대현 기자] 알약과 액상을 한 번에 섭취할 수 있는 '이중제형' 용기를 국내에 처음 도입한 hy(옛 한국야쿠르트)가 특허 침해를 이유로 남양유업 '포스트바이오틱스 이너케어'의 제조·판매 등을 금지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20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62부(재판장 이영광)는 hy가 남양유업을 상대로 낸 부정경쟁행위금지 등 청구소송 1심에서 최근 hy 패소 판결했다.

앞서 hy 측은 2012년 서로 다른 물질을 하나의 용기 안에서 분리해 유통·보관할 수 있는 이중제형 제품을 개발했다. 알약이 액상과 섞이면 성분이 변하고 식감도 달라질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이듬해 hy는 '쿠퍼스' 등 자사 제품을 이중제형으로 만들었다. 2019년엔 'MPRO3(엠프로3)'를 출시하며 알약과 액상을 곧바로 섭취할 수 있도록 했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2월 이중제형 제품인 '이너케어'를 '간 프로텍트' '장 프로텍트' '위 프로텍트' 3종류로 출시했다.

hy 측은 "'이중제형 컨셉'과 '위(윌)·장(엠프로)·간(쿠퍼스) 라인업'은 꾸준한 연구개발과 막대한 광고 및 판매활동으로 구축한 성과인데, 남양유업이 그대로 도용한 제품을 출시 및 판매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남양유업 관련 제품들의 제조·판매, 수·출입을 금지하고 남양유업 사무실과 매장, 영업소, 공장, 창고에 보관 및 전시 중인 완제품 등을 폐기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반면 남양유업 측은 "이중제형 컨셉 등은 추상적 아이디어나 관념에 불과하다"며 "이 같은 아이디어 등을 hy만 사용할 배타적 권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맞섰다.

1심은 남양유업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hy가 이 사건 이중제형 제품의 개발을 위해 투자와 노력을 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남양유업이 관련 제품을 출시 및 판매한 행위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1호에서 보호하는 '성과 등'을 침해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이중제형 용기 개념은 이전부터 공지돼 있었다"며 hy 제품에 관한 기술적 아이디어와 1973년 독일에서 공개된 특허발명이 유사하다는 설명도 했다.

재판부는"발효유에 이중제형 용기를 적용한 부분은 추상적인 아이디어로서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공공영역에 해당한다"며 "이중제형이 적용된 용기의 뚜껑 부분은 제조사와 상품명, 맛과 영양성분 등과 비교해 부수적인 것이다. 권리자가 상당 기간 이익을 누렸다면, 경쟁자가 이를 영업에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자유로운 시장경제원리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위·장·간 라인업'에 대해서도 "발효유가 각 기관의 기능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정보는 오래 전부터 알려져 있었고, 업계 다른 회사들도 관련 제품을 판매해 왔다"며 "각 제품별 효과가 있는 신체기관 부위를 설명한 것에 불과해 (hy에) 독점적으로 귀속시키기 어렵다"고 재판부는 판시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