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평 주차블록이 전기차 충전소로 변신한다

가로 막은 규제, 샌드박스로 해결

카스토퍼형 충전기를 활용한 (주)두루스코이브이의 전기차 충전서비스.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카스토퍼(주차블록)형 충전기’를 활용한 전기차 충전서비스가 정부로부터 실증특례를 승인받았다. ㈜두루스코이브이에서 개발한 이 서비스는 주차장 바닥면에 카스토퍼형으로 제작한 충전기를 설치해 전기차 충전이 가능하도록 한다. 그동안 규제에 막혀 사업에 속도를 내지 못했지만, ‘규제 샌드박스’로 길이 열렸다.

전기생활용품안전법에 따라 전기차 충전기는 KC 안전확인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현행법에서 전기차 충전기의 최하단부는 지면 0.4m에서 1.5m 사이 높이에 위치해야 한다. 지면에 붙어 있는 카스토퍼형 전기차 충전기는 아예 KC인증이 불가능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샌드박스지원센터, 산업통상자원부는 20일 산업융합 규제 샌드박스 심의위원회를 열었다. 국가기술표준원과 협의해 안전성 검증방법을 마련하고 공인 시험기관의 시험 통과를 조건으로 카스토퍼형 충전기에 대한 실증특례를 승인했다. 심의위는 “기존에 없던 독창적 형태의 충전기 실증 필요성을 공감한다. 특히 전기차 보급 및 충전 인프라 확충에 기여해 탄소중립 실현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두루스코이브이는 서울·경기·부산에 실증구역을 확보하고 충전기 1000세트를 설치 운영할 계획이다. 김옥연 두루스코이브이 대표는 “0.1평 공간만 있으면 설치가 가능한 카스토퍼형 충전기로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확대할 수 있다. 충전기가 바닥에 위치해 휠체어 등을 이용하는 교통약자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규제 샌드박스는 수소·태양광·전기차 충전 등 탄소중립 달성에 필수적인 친환경 신기술의 제도화에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신기술이 있어도 사업은 물론 실증실험조차 할 수 없었지만, 규제 샌드박스가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면서 실증 데이터들이 점점 쌓이고 있다.

대한상의와 산업부에 따르면 2020년 5월부터 올해 12월까지 총 170건(샌드박스지원센터에 접수된 건수)의 샌드박스 과제가 통과했다. 승인 건수도 2020년 33건, 지난해 50건, 올해 87건 등으로 증가세다.

최현종 대한상의 규제샌드박스실 팀장은 “올해 마지막으로 열린 심의위에서 카스토퍼형 충전기를 포함해 역대 최다인 52건을 승인했다. 앞으로도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가 규제 특례를 승인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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