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던 마을이 군인들 주둔지로... 미얀마 뒤덮는 무력충돌
[아시아인권평화디딤돌 아디]
▲ 로힝야족의 대대적인 피난행렬 미얀마 군부와 수십년간 갈등을 겪어온 로힝야족은 2017년 8월 대대적인 인종청소를 피해 약 70만명이 방글라데시로 피난했다. |
ⓒ UNHCR |
로힝야 집단 학살과 시민 학살 범죄 이후에도 국제사회로부터 이렇다 할 제재가 없자 미얀마 군부는 박해와 폭력을 되풀이되고 있다. 소수민족 무장단체와의 내전을 미얀마 전역에서 계속하고 있다. 라카인주에서 지난 8월 재개된 미얀마 군부와 아라칸군(Arakan Army, AA)과의 무력 충돌 역시 장기화되고 있다.
아라칸군은 라카인주를 중심으로 영토를 점령하며 세력을 확장해 나가고 있고, 미얀마 군부는 이를 경계하며 헬기를 이용하는 공습도 서슴치 않고 있다. 격화되는 무력충돌 속에서 로힝야는 최대 피해자가 되고 있다. 아라칸군이 전략적으로 로힝야 거주 마을 근방에 주둔하면서 특히 로힝야가 집중 거주하는 부티동, 라티동, 마웅도우 등 라카인주 북부 지역 마을들은 전쟁터가 됐다.
방글라데시 캠프에서 만난 아미르(가명, 50)는 고향에서 한창인 내전 소식을 착잡한 마음으로 듣고 있다고 했다. 그가 거주했던 라카인주 북부 타운십의 구다 핀(Gudar Pyin) 마을 근방이 아라칸군의 주둔지로 결정하면서 전쟁터가 됐기 때문이다. 그가 알고 지내던 마을 주민들 여럿이 총격을 입고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었고, 쏟아지는 포탄과 총격을 피해 소식을 주고 받는 가족과 이웃들은 이미 다른 마을로 피신했다고 했다. 구다 핀 마을은 2017년 집단학살 때도 피해가 컸던 터라 남아있는 이들 걱정에 그는 마음이 아리다고 했다.
인명 피해 뿐만 아니라 인권 침해도 심각
▲ 미얀마 내 무력 충돌과 불안으로 발생한 실향민 수 현황(10월 말 기준) 10월 말 기준으로 미얀마 내 무력 충돌과 불안으로 발생한 실향민 수 현황이다. |
ⓒ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CHA) |
인명 피해와 실향민 발생 외 인권침해도 심각하다. 무력 분쟁이 시작된 이후 미얀마 군부의 통행금지와 이동 제한 명령, 불법 체포와 구금, 납치와 구타 등 인권침해와 생계 위협과 학업 중단 등 관련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생계 위협은 큰 문제이다. 미얀마 군부의 통행 금지와 교통 제한 조치로 물류 이동이 막히면서 생필품 물가가 폭등했고 식량 부족 상황을 겪고 있다. 여기에 이동 제한 조치로 주민들이 일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생계 유지가 어려워졌고, 인도적지원 접근도 제한되면서 굶주림과 기아 위기에 놓였다.
로힝야는 특히 군부의 이동 제한 이후 다른 마을로 이동하는 것조차도 행정관의 허가가 필요해 응급 상황에도 병원에 가지 못하고 있다. 신분증(National Verification Card, NVC)이 없는 로힝야 대학생들은 시트웨까지 이동이 불가해 사실상 교육을 중단한 상태이다.
양측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불법 체포와 감금, 납치와 구타도 계속되고 있다. 서로 세력과의 연관과 협조 가능성을 들어 로힝야를 대상으로 미얀마 군부는 불법적인 체포와 구금을 하고, 아라칸 반군은 납치해서 구타하고 있다.
국제사회 대응 필요... 이번에는 늦지 않기를
지난 51차 유엔 인권이사회에서도 미얀마 군부 문제와 무력 분쟁 상황이 공유됐지만, 국제사회는 악화되는 상황을 지켜볼 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언론은 물론 유엔과 인도주의 단체 직원들의 라카인주 출입을 제한하고 있어 정확한 상황 파악 뿐 아니라 인도주의 지원조차도 어려운 상황이다.
사단법인 아디는 지난 17일 시민사회 간담회 자리를 통해 토마스 앤드류 유엔 미얀마 인권특별보고관 대상으로 무력분쟁으로 인한 라카인주에 거주하는 로힝야의 피해 상황과 인권 실태를 공유했다.
아디가 당시 우려와 함께 전달한 제안은 다음과 같다. ▲미얀마 군부와 아라칸 반군 양측 중재 ▲로힝야 마을에서 즉각적인 아라칸 반군 철수 촉구 ▲식량, 의료 및 교육 서비스 등 기본권 보장 및 최소 인도적지원 접근 제한 철회 등이다. 더 이상 늑장 대응과 뒷북 대처가 있어서는 안 된다. 이번에는 부디 늦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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