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日에 "실제 행동 보여주겠다"…'영토 완정'까지 꺼냈다

박현주 2022. 12. 20.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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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외무성이 최근 '반격 능력' 보유를 선언한 일본을 향해 "부당하고 과욕적인 야망실현 기도"라며 "어느만큼 우려하고 불쾌해하는가를 실제 행동으로 계속해서 보여주겠다"고 경고했다. 북한은 특히 이 과정에서 사실상의 한반도 적화통일을 의미하는 '영토 완정(完整)'이란 표현까지 사용했다.
북한은 지난 1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참관 아래 "고출력 로켓엔진 시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조선중앙TV. 연합뉴스.


대일 추가 도발 시사


북한 외무성은 20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대변인 명의 담화에서 지난 16일 일본이 국가안보전략 등 '3대 안보문서' 개정안에 반격능력을 명시한 것과 관련 "일본이 주장하는 반격능력은 주권국가의 합법적 자위권 보유와 전혀 인연이 없다"며 "다른 나라의 영역을 타격하기 위한 선제공격 능력", "침략노선의 공식화"라고 비난했다.

북한 외무성은 이어 "일본은 미구(未久·오래지 않음)에 느끼게 될 몸서리치는 전률(전율)을 통해 분명 잘못되고 너무도 위험한 선택을 했음을 스스로 깨닫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한은 자신들의 핵·미사일 개발과 무차별적 도발에 대해선 "합법적 자위권 행사"라고 정당화하면서, 일본의 재무장화 가능성에 대해선 "유엔 헌장에 대한 난폭한 침해"라고 몰아세웠다.

그러면서 "조선 인민에게 헤아릴 수 없는 불행과 고통을 강요한 과거 죄행을 청산하지 않고 있는 전범국, 유엔헌장에 적국으로 낙인된 일본과 같은 나라가 공공연히 위험한 자기의 야망을 숨김없이 드러내놓은 것은 그 누구도 환영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최선희 북한 외무상. 연합뉴스.


적화통일 의미하는 '영토 완정' 언급


북한이 이날 담화에서 "일본의 야욕"을 비난하면서 사실상 적화통일을 의미하는 자신들의 '야욕'을 드러냈다는 지적도 있다.

이날 외무성은 "(북한은) 일본이 취하고 있는 부정적 행동으로 인한 지역 안전 환경의 복잡성에 대비하여 국가 주권과 영토 완정, 근본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과감하고 결정적인 군사적 조치를 단행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명백히 한다"고 밝혔다.

외무성이 언급한 '영토 완정'은 사전적으로는 '영토를 완전히 정리한다'는 뜻으로, 사실상 한반도 적화통일 노선을 의미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중국과 북한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 통일을 언급한 때 영토 완전이란 표현을 써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9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 보낸 서한에서도 대만 문제와 관련 "국가의 주권과 '영토 완정'을 믿음직하게 담보하기 위한 위업수행에서 보다 큰 성과를 거두기를 축원한다"고 적기도 했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영토 완정이란 김일성 시대 '국토 완정'의 연장선상의 개념으로 '북한 주도의 국토 통일' 전략"이라며 "특히 북한은 전통적으로 적화 통일을 완수할 경우 이를 토대로 일본을 사실상 무력화할 수 있다고 믿어 왔다"고 말했다.

이를 놓고 외교가에선 북한이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빌미로 노골적 핵 도발을 전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북한은 지난 9월 선제 핵 공격을 법제화한 핵무력 정책 문건에서도 "핵무력은 영토 완정을 수호하는 국가 방위의 기본 역량"이라고 밝혔는데, 재차 '영토 완정'을 언급한 이 날도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불가피한 상황이 조성되면 부득불 강력한 핵선제공격을 가할 수 있다"며 선제 핵공격 가능성을 꺼내 들었다.


한ㆍ미ㆍ일 공조 경계


특히 북한은 이날 담화에서 "거의 모든 아시아 나라들의 치솟는 분노와 각성을 불러일으키는 일본의 군비 과욕에 대하여 유독 미국만이 '담대하고 역사적인 조치'로 극구 지지·찬양하고 있다"며 일본 재무장 가능성의 배후로 미국을 직접 지목했다. 반면 담화 전체에서 한국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

이에 대해 외교가에선 "일본의 안보 정책 전환을 환영하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한ㆍ미ㆍ일 안보 협력을 지지하면서도 일본의 한반도 군사 개입 가능성 등에 대해선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노린 전략"이란 해석이 나온다. 일본의 방위력 증강에 대한 한·미·일의 입장차를 파고든 '갈라치기' 전략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실제 북한은 이날 외무성 담화를 통해 미ㆍ일을 묶어 비난하는 한편, 한국에 대해선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성명으로 '막말'에 가까운 별도의 대남 비난전을 펼쳤다. 한ㆍ미ㆍ일을 동시에 압박하면서도 한국과 미ㆍ일 사이를 이간질해보겠다는 시도로 해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한ㆍ미ㆍ일은 최근 들어 3국 공조를 오히려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제스처를 발신하고 있다. 3국이 지난 13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북핵수석대표협의를 대면으로 열었고, 이에 앞서 지난 2일엔 동시다발적으로 대북 독자 제재안을 연쇄 발표하는 등 단합된 대북 공조를 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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