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무식 자랑" - 권성동 "못된 습성"... 삼성생명법 온라인 설전
[박정훈 기자]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삼성생명법(보험업법 개정안)'에 대해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삼성해체법" "개미약탈법"이라고 비판하자, 이 법을 발의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무식자랑" "흑색선전"이라고 맞받으며 온라인상 설전이 이틀간 이어지고 있다. 박 의원이 권 의원에 제안한 일대일 공개토론의 성사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최근 국회 정무위는 보험사가 자기 자본의 60% 또는 총자산의 3%를 초과해 타사 주식을 보유할 수 없도록 한 규정의 계산법을 '취득원가'에서 '시가(재무제표상 가액)'로 변경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논의 중이다. 현재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8.51%, 삼성화재는 1.49%를 보유 중인데 두 회사 모두 보험업법 개정 시 삼성전자 주식 일부를 처분해야 하므로, 이 법은 '삼성생명법'이라고 불린다.
이재용 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화재→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삼성 총수일가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법이기 때문에 재계 등의 반대가 상당했고, 국회에서도 처음 법안이 나온 8년 전부터 지금까지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11월 처음으로 정무위 법안소위까지 상정돼 법안 제정을 위한 본격적인 절차에 돌입했다. 박용진 의원은 '삼성생명법'을 연내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관련 기사: 문턱 넘었다... '삼성생명법', 정무위 법안소위 상정, http://omn.kr/21poc ).
▲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방송법 개정안 표결 처리를 앞두고 의사진행발언을 하고 있다. |
ⓒ 남소연 |
이와중에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삼성생명법을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대표적인 '친윤' 의원이자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출마를 시사하기도 한 권 의원은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 6억815만주을 보유하고 있다. 19일 기준 약 30.3조 원에 달하는 규모"라면서 "(삼성생명법 통과 시) 이중 23조 원 이상을 매각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5~7년 유예기간을 둔다지만 그 엄청난 물량이 시장에 강제매각 된다는 것 자체가 주식 시장의 대형 악재"라며 "삼성전자의 700만 개미투자자가 우려하는 이유다. 그래서 삼성생명법은 '개미약탈법'"이라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또한 글로벌 스탠다드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선진국 중 계열사 주식 투자한도를 규제하는 국가는 일본이 유일하며, 일본 보험사도 원가 기준으로 규제하고 있다"라며 "미국은 개별 종목에 대한 투자한도만 규제하고 있으며, 이 또한 원가로 규제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그는 "'삼성해체법'이 통과되면 삼성전자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현재 약 20%에서 8%로 급감하게 된다. 그렇다면 국민연금이나 외국 자본이 삼성전자의 1대 주주가 될 것"이라며 "최악의 경우 대한민국 산업의 근간인 반도체 산업을 외국에 갖다 바치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민주당의 보험업법 개정안은 '삼성해체법'"이라고 규정했다.
이에 대해 박용진 의원은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무식자랑 권성동의 삼성생명법 흑색선전"이라고 꼬집으며 반박했다.
박 의원은 "2023년 1월 1일부터 적용되는 국제회계기준 IFRS17은 보험부채를 기존의 원가가 아닌 '시가'로 인식하도록 한다. 권성동 의원이 알고 있는 '글로벌 스탠다드'는 어느 행성의 글로벌 스탠다드인가"라며 "삼성생명 160만 유배당 계약자의 돈으로 산 지분이다. 고객 돈으로 계열사 주식을 사서 지배권 유지하고 그 배당금을 당당하게 '안 갚겠다'고 하는 것이 이 정부와 집권여당의 공정과 상식인가"라고 비판했다.
주식 시장에 악재가 될 거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삼성생명법은 부칙에 의거, 최장 7년의 유예기간동안 금융당국이 승인한 실행계획에 따라 매각을 진행하게 돼 있다"라며 "시장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안전장치를 뒀을 뿐더러, 제가 20대 국회에서 발의하고 이용우 (민주당) 의원이 최근 발의한 법에 따라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의 길까지 열어둔 상태"라고 강조했다.
그는 "삼성생명법은 600만 삼성전자 개미 투자자와 KODEX ETF와 펀드 등으로 삼성전자에 투자하고 있는 1000만 개미를 먼저 생각한 법"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박 의원은 삼성전자 특수관계인 지분이 8%가 아니라 10.72% 수준이라며 "사실상의 백기사 역할을 한 7.68% 국민염금 지분까지 합하면 삼성전자 특수관계인 지분율에 무슨 문제가 있나. 공포마케팅은 팩트에 근거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그는 "윤핵관 및 집권여당은 툭하면 개미 운운하면서 정작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대해서는 저자세로 굴종하며 삶은 소대가리처럼 가만히 입만 다물고 있다"라며 "이런 분들이 '개미가 먼저' 운운하니 이것이야말로 1000만 개미를 향한 로맨스 스캠이다"라고 조롱했다.
박 의원은 20일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권성동 의원에게 삼성생명법 일대일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그는 "유튜브를 통해서든, 방송사를 섭외하든, 어떤 방식이든 좋다"라며 "흑색선전과 말폭탄을 넘어 국민 앞에 책임있게 근거를 밝혀 주장하고 토론할 때"라고 강조했다.
▲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보험사의 회계처리를 시가 기준으로 하고, 법에 정한 비율(현행 3%)을 초과해 취득한 타회사 주식에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한 삼성생명법의 취지와 정당성을 설명했다. |
ⓒ 박용진 의원실 제공 |
이에 권성동 의원도 다시 박용진 의원의 글을 반박했다. 그는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견에 대해 '무식'부터 들이대는 지적 우월감은 민주당의 주류, 비주류를 떠나 DNA에 각인된 못된 습성인 듯하다"라며 "물론 박 의원의 지적 우월감은 전혀 근거가 없다. 본인이 말한 국제회계기준 IFRS17과 계열사 투자 한도 규제는 별개의 사안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IFRS17은 투자자를 비롯한 이해관계자에게 유용한 정보 제공이 목적이고, 투자한도 규제는 과도한 지원의 방지가 그 취지"라며 "박 의원은 취지와 목적이 다른 별개 기준을 억지로 엮고 있다. 마치 저울로 거리를 재겠다는 것과 같은 어리석음이다"라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30조 원이 넘는 물량을 억지로 매각해야 한다는 규제 자체가 주가의 '위험장치'"라며 "예컨대 2015년 현대글로비스는 공정거래법 개정에 대응하기 위해 대주주 지분 43.39% 중 13.4%를 매각했다. 그 결과 주가는 50% 이상 하락했다"라고 말했다.
나아가 "민주당은 당사자의 의견을 무시하고 입법폭주를 했다가 국민에게 피해를 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소주성 (소득주도성장)으로 국민의 일터를 힘들게 하고, 임대차3법으로 거주를 불안하게 하더니, 이제는 보험업법으로 개미투자자의 자산까지 축내려고 한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권 의원의 글에 재차 박용진 의원이 반박하면서 논의가 점차 가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박 의원은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왜 정무위의 존경하는 윤한홍 간사께서는 '여기서 시가가 맞다, 취득원가가 맞다 논쟁해 봐야 그 실익이 없어요. 왜? 시가가 맞지 않겠어요? 그렇지 않습니까?'라고 법안소위 심사 과정에서 말씀하셨을까? 비판 이전에 깊이 고민해보실 지점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썼다(관련 기사 : 국민의힘 간사도 인정 "삼성생명법, 고민해야될 상황", http://omn.kr/21s5q ).
그는 "IFRS17도, K-ICS(시가 기준 신지급여력제도)도 시가평가를 기준으로 한다. 이 기준과 법안은 무관하지 않다"라며 "현대글로비스 주가 하락은 7년에 걸친 분할매각과도 무관할 뿐더러 일감몰아주기 위반 대응보다는 정몽구 부회장 일가의 경영권 승계 문제와 맞물려 지분매각 실패로 하락했다는 게 보다 일반적인 평가"라고 반박했다.
이어 "'개미가 먼저'이신 권 의원께서 도이치모터스 등 자본시장에 난무하는 주가조작과 시장교란에 분노하는 마음은 저와 같으시리라 생각한다. 삼성생명법을 향한 왜곡보다는, 내용을 잘 아시는만큼 진영논리가 아닌 공정과 상식으로 경제정책에 접근해주셨으면 한다"라고 다시 한 번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덕수 분향소 방문날, 어머니는 쓰러졌고 아버지는 무릎을 꿇었다
- 마을사람 모두 줄 서서 사먹는 음식, 매년 12월의 진풍경
- '고발사주' 연루 검사 휴대전화, 포렌식 후 발견된 특이한 영상
- 시흥시, 한전 초고압선 소송 패소... 주민들 "울화가 치민다"
- "여기 국밥 하나요" 음식만 주문한 게 아닙니다
- 30인 미만 사업장 '주 60시간' 일하라는 윤석열 정부
- 밭 한가운데서 볼 일... 깻잎 한 장에 깃든 불법 노동
- [오마이포토2022]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만난 국민의힘
- 미국 공군 F-22 전투기, B-52 폭격기 한반도 전개
- [오마이포토2022] 박주민·참여연대 "대통령 눈치 보는 감사원은 각성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