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 부위 촬영까지…40만 가구 월패드 해킹범의 정체

송태화 2022. 12. 20.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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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거실 벽에 설치된 '월패드'에 달린 카메라를 해킹해 집안을 엿보고 촬영물을 팔아넘기려던 30대 남성이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아파트에 설치된 월패드를 해킹하고 집안을 몰래 촬영한 영상을 해외 인터넷 사이트에서 판매하려던 이모씨를 지난 14일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검거해 불구속 수사 중이라고 20일 밝혔다.

그는 과거 한 언론에서 보안전문가로 소개돼 아파트 중앙관리 서버와 거실에 설치된 월패드 해킹 관련한 문제점을 설명한 전문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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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IT 보안 전문가, 지식 악용해 해킹 범죄
영상 213개, 사진 40만장 이상 확보
피해 세대 총 40만4847 가구 달해
국내 아파트 월패드가 해킹돼 유출된 영상으로 추정되는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아파트 거실 벽에 설치된 ‘월패드’에 달린 카메라를 해킹해 집안을 엿보고 촬영물을 팔아넘기려던 30대 남성이 경찰에 체포됐다. 전국적으로 40만 가구가 넘는 피해 세대를 만든 그는 언론에 소개됐을 정도로 정보기술(IT) 분야에서 해박한 지식을 보유한 전문가였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아파트에 설치된 월패드를 해킹하고 집안을 몰래 촬영한 영상을 해외 인터넷 사이트에서 판매하려던 이모씨를 지난 14일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검거해 불구속 수사 중이라고 20일 밝혔다.

이씨 검거는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지 13개월여 만에 이뤄졌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은 지난해 11월 해외 웹사이트에서 국내 아파트 거실 모습으로 추정되는 사진과 영상 등이 확산하는 정황을 확인한 뒤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사건 개요도. 경찰청 제공


경찰이 파악한 피해 아파트 세대는 총 40만4847개 가구다. 경찰은 월패드 16개에서 촬영된 영상 213개, 사진 약 40만장 이상을 확보했다.

아파트 월패드는 출입문, 전등, 난방 등 집 안의 기능을 제어할 수 있는 지능형 홈네트워크 장치다. 카메라가 달린 게 특징으로, 대체로 거실 벽에 부착돼 가정 내에서 외부 방문자를 확인하는 데 사용하며 방범·방재·조명제어 기능 등도 수행한다.

이씨는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전국 638개 아파트의 월패드를 중앙관리하는 서버와 각 세대 월패드를 차례로 해킹했다. 해킹한 월패드의 권한을 얻는 방법으로 임의 조작해 집안이 촬영되는 영상물을 확보했다.

20일 오전 서울 마포구 경찰청에 통합 주택 제어판(월패드) 해킹 사건 관련 압수물 및 월패드들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이씨가 해킹과 디도스 공격 등 동종 전과가 2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한 언론에서 보안전문가로 소개돼 아파트 중앙관리 서버와 거실에 설치된 월패드 해킹 관련한 문제점을 설명한 전문가기도 했다.

이씨는 해박한 IT 보안지식을 바탕으로 자동화된 해킹 프로그램을 직접 제작하고 추적 우회 수법과 보안 이메일 등을 자유롭게 사용해 이 같은 범죄를 저질렀다. 그는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고자 식당이나 숙박업소 등 다중 이용시설에 설치된 무선공유기를 먼저 해킹해 경유지로 활용한 뒤 아파트 단지 서버에 침입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대부분의 아파트는 하나의 망으로 연결돼 있어 해커가 중앙관리 서버만 뚫으면 전 가구의 월패드를 들여다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씨도 이 점을 노렸다.

이씨는 범행을 통해 확보한 영상과 사진을 지난해 11월 해외 인터넷사이트에 판매하려고 시도했다. 당시 그는 게시글에 몰래 촬영한 동영상의 일부 화면 등을 첨부하고 구매에 관심이 있으면 연락하라며 호객 행위까지 했다. 영상이 실제 판매됐거나 제3자에 제공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월패드 보안에 대한 경각심 차원에서 해킹하고 영상을 외부에 제공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그러나 이씨가 구매 의사가 있는 접촉자와 이메일을 주고받은 점 등을 미뤄볼 때 이씨에게 실제 판매 의사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민감한 신체 부위가 촬영된 영상도 있어 경찰은 성범죄 입건 가능성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이씨는 성적 의도를 가지고 범행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규봉 사이버테러수사대장은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지난 16일 기각돼 보강 수사 중이며, 판매 목적 등을 더 면밀히 수사해 구속영장 재신청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공동주택의 네트워크 보안을 위해서는 월패드 제조업체, 아파트 서버 관리자, 세대 내 월패드 이용자 모두 보안수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식당, 카페, 숙박업소 등에 설치된 무선공유기 운영자와 가정 내 개인 무선공유기 이용자들도 관리자 계정과 와이파이 접속 비밀번호를 재설정할 것을 주문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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