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꾸준히 썼더니 책 계약이? 어반스케쳐의 한 해 [서울을 그리는 어반스케쳐]
도시와 사람을 그리는 어반스케치를 하면서 서울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생각합니다. <기자말>
[오창환 기자]
▲ 추운 겨울이라 실내에서 그렸다. 대나무 펜으로 그렸는데 세밀하지는 않지만 거친 느낌이 좋다. 카페가 큰데다가 휠체어도 편리하게 올수 있게 되어 있다. |
ⓒ 오창환 |
▲ 대나무를 잘라서 직접 만든 펜이다. 굵기를 달리해서 만들었다. 맨 아래 펜에는 이름 각인을 했다. |
ⓒ 오창환 |
잉크에 찍어서 시필을 해보니 제법 섬세하게 나온다. 이제 펜을 스스로 만들어서 쓰는 '펜맨'이 되었다. 영어로 펜맨(penman)이라고 하면 글씨를 쓰는 사람을 가리키기도 하고, 글을 쓰는 문필가를 지칭하기도 한다. 나는 양쪽 다 해당되니 진정 펜맨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바쁜 나날 속에 이어진 기사 쓰기
<오마이뉴스>에 내가 기사를 연재하기 시작한 것이 2021년 12월 중순부터다. 매주 꼬박꼬박 쓰고도 열 편을 더 썼다. 보통 어반스케치를 하러 가면 미리 그 장소에 대한 정보도 알아보고 현장에 가서 그리다 보면 여러 가지 생각이 들게 마련인데 그런 생각들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 그래서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도움을 줄만한 후배를 만나서 내가 이러저러한 책을 쓰고 싶다고 하니 그가 말했다.
후배 : 선배님, 요즘 출판 시장 상황도 좋지 않고, 그런 기획으로 책 출판할 곳은 없을 듯해요. 그러지 마시고 <오마이뉴스>에 기고를 해보세요.
나 : 나는 기자도 아닌데 기사를 쓸 수 있나? 어떻게 하면 되지?
후배 : 간단해요. 원하는 기사를 써서 편집부에 보내면 돼요.
나 : 아무나 보내면 된단 말이지?
후배 : 그럼요. 기사 보내면 바로 연락 올 거예요. 기사가 모이면 그때 책으로 내면 되죠.
후배의 말에 용기백배해서 당장 기사 3개를 써서 신문사로 보냈다. 곧 연락이 올 거라는 후배의 말과 달리 아무리 기다려도 답이 오질 않는다. 사실 누구나 기사를 보낼 수는 있지만, 알고 보니 누구에게나 답이 오는 것은 아니었다.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고 생각될 때쯤 신문사에서 연락이 왔다.
3개의 기사 중 한 개를 기사로 채택한다고 한다. 나머지 두 개가 탈락한 이유는 시의성이 없기 때문. 신문기사는 시의성이 생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에 그려 놨던 그림이나, 재미있었던 곳을 쓰려던 생각은 쓰레기통에 버렸다.
앞으로 벌어지는 일이나 새로 그린 그림만 유효하다. 그때부터 새로운 이야기를 찾는 나의 레이스가 시작됐다. 매주 그림을 그리고 관련 자료를 찾고 문장을 다듬고 하는 일이 이어져서, 이번 주는 온통 겸재 정선만 생각하다 또 어느 주는 사바틴을 생각하고 또 다음 주는 존 러스킨이 머릿속에 뱅뱅 도는 일이 벌어졌다.
그 와중에 어반스케쳐스 고양을 창설하고 처음으로 개인전도 하는 등 분주하고 바쁜 나날이 이어졌다. 후배가 조언했던 대로 그동안 써왔던 기사는 모아서 책으로 만들기로 했다. 출판사와 계약을 맺어서 작업 중이다. 아마 내년 봄에는 책이 나올 것 같다.
내년에도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겠다
요즘은 날씨가 추워서 야외 스케치는 엄두도 못 낸다. '어반스케쳐스 고양'은 종종 고양시 내유동에 있는 큰 카페 겸 식당에서 스케치 모임을 하는데, 카페가 어찌나 크던지 진짜 큰 식물원을 하나 갖다 놓은 것 같다. 이곳에 처음 온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이 카페 난방비 어떻게 감당하려나'라고 걱정할 정도다.
이번주는 크리스마스를 맞아서 각자 선물을 가져와서 교환했다. 물론 그림도 그렸는데 나는 준비해 간 대나무 펜으로 그렸다. 그런데 수채 물감으로 채색을 하니까 대나무 펜의 거친 질감이 잘 살아나질 않는다. 앞자리에 나이 든 부모님을 모시고 나들이온 가족이 있어서 대나무 펜으로만 다시 그렸다. 대나무 팬은 잘 활용하면 좋은 그림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 지난 11월에 국립수목원에 가서 그린 그림이다. 나뭇잎이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았지만 주황색 물감을 뿌리니까 마치 나무가 품고 있는 생명력이 표현된 것 같다. 겨우내 얼었던 나뭇가지에도 봄이 되면 새 생명이 움트듯이 내년에는 모든 이에게 평화와 행복이 넘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
ⓒ 오창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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