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수서고속철 철도통합 결론 못 내…사실상 '분리 운영'

김민영 2022. 12. 20.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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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과위 20차례 이상 논의 끝에
철도 공기업 유지 또는 통합 판단 유보키로
원희룡 "건강한 철도 경쟁을 유도"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국토교통부가 철도 공기업 통합 여부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공기업 경쟁체제를 유지하자는 주장과 철도 공기업을 통합하자는 입장이 첨예하게 갈렸기 때문이다. 사실상 현행 '코레일-SR 경쟁체제'를 유지키로 한 것이다.

◆2016년 철도 공기업 경쟁 체제 도입…文 정부 때 통합 논의 시작=국토교통부는 코레일·SR 통합 여부 결정을 유보한다는 판단이 담긴 철도 공기업 경쟁체제 평가 결과를 정부에 제출했다고 19일 밝혔다.

분과위는 '제4차 철도산업발전 기본계획' 수립 연구의 자문기구로 코레일, SR, 국가철도공단 노사(勞使) 대표 각 1인과 각 기관에서 추천한 민간전문가 등으로 구성해 2021년 3월부터 20차례 이상 논의를 지속해왔다.

앞서 공기업 경쟁제체는 철도 국유 국영체제로 따른 철도 적자구조 만성화와 비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2004년부터 추진된 철도산업 구조개혁의 일환으로 도입됐다. 하지만 철도가 국유·국영체제로 운영되면서 고객의 요구와 시장의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어려웠으며 철도시설과 운영이 통합돼 비용구조가 불투명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매년 적자를 면치 못하면서 2002년 기준 1조5000억원의 누적부채가 발생했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2004년 철도 건설과 운영을 분리하고 운영체제도 정부기관 직영(철도청)에서 공기업 경영(코레일)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공기업 운영체제로 개편했음에도 불구하고 코레일의 운영독점으로 건설부채 누적으로 연결되는 악순환이 지속됐고 결국 2013년 '철도산업 발전방안'에 따라 그해 12월 SR이 설립됐다. 2016년12월 수서발 고속철도 개통으로 SRT 운행이 시작되면서 철도 공기업 경쟁 체제가 본격 가동됐다. 이후 양 기관의 통합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본격 제기됐지만 해당 기관 간 입장차가 큰데다, 통합론과 반대론이 첨예해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새정부까지 이어졌다.

논의 결과 분과위는 경쟁으로 인한 국민의 혜택이 늘었으므로 공기업 경쟁체제를 유지하자는 입장과 운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통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첨예하게 갈렸다고 밝혔다. 새 정부에서도 결국 통합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내지 못한 셈이다.

◆운임할인 혜택 vs 중복 비용 절감=공기업 경쟁체제를 유지하자는 입장에선 운임료 경쟁을 유발해 이용자의 운임 부담이 낮아졌다고 본다. 복수 철도 공기업이 존재하면서 코레일과 SR의 운임할인으로 인해 이용자에게 연평균 1506억원의 추가 할인혜택이 제공됐다고 주장한다. 코레일이 KTX 마일리지 제도를 부활시켰고 SRT의 운임은 KTX보다 10% 인하한 데 따른 것이다. 아울러 SRT에 KTX보다 높은 선로사용료 체계가 적용돼 막대한 고속철도 건설자금 부채를 상환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됐다. SRT는 운송 수입의 50%, KTX는 운송 수입의 34%를 각각 선로사용료도 지급한다.

이에 대해 반대 측에서는 KTX 마일리지 제도 부활은 공기업 경쟁체제와 무관하며, 고속철도 서비스 개선은 공기업 경쟁체제 도입 외에도 다양한 외부효과가 작용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코레일 근로자가 주축이 된 민노총 전국철도노조도 통합을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SR이 코레일의 알짜노선이던 경부선과 호남선의 주요 시간대를 가져가 수익성이 높은 SRT 고속철도만 운행해 수익이 늘어났지만, 코레일은 수익성이 낮은 새마을·무궁화호 등 벽지 노선을 함께 운영해 운영 적자만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코레일은 2005년 출범 이후 2012년까지 정부에서 4조3000억원을 지원했지만 매년 5000억원 내외의 영업적자로 부채가 2005년 5조8000억원에서 2012년 11조6000억원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경쟁 체제 도입 이후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코레일은 2017년부터 적자 행진을 이어 왔고 2020년에는 1조 2114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반면 SR은 코로나 이전인 지난 2017년(419억원), 2019년(455억원), 2019년(327억) 3년 연속 영업흑자를 기록했다.

통합을 찬성하는 쪽은 중복 비용 절감을 통합의 이유로 꼽는다. 코레일과 SR을 통합해 고속철도를 운영하면 공기업 경쟁체제로 발생하는 중복비용이 연간 최대 406억원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현재는 RT-일반열차 간 환승할인이 불가능한 점 등 이원화된 서비스로 인한 불편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복합열차 운행 등 보다 효율적인 운행계획을 통해 전체 고속철도의 운행 횟수도 증가할 수 있다는 게 찬성 측 논리다.

이에 대해 반대 측에서는 이원화된 서비스 제공에 따른 불편은 코레일과 SR의 협력을 통해 해소될 수 있고, 운행 횟수 증가는 선로 혼잡도(현재 92.6%) 감안 시 실제 적용이 어려울 수 있어 철도 안전 등을 종합 검토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오히려 무리하게 통합을 추진한다면 과거 철도 독과점 체제로 회귀해 서비스 개선 등 자구적인 노력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토부는 이해관계자, 전문가 등이 참여해 장기간 논의 끝에 도출된 분과위의 종합의견을 존중해 수용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분과위 논의과정에서 공기업 경쟁체제의 운임·서비스 개선, 철도 건설 부채 상환구조 마련이라는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던 만큼, 앞으로도 국민의 혜택은 더욱 늘리고 미비점은 보완해 나갈 계획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나라별 사회·문화적 여건에 따라 다소간 차이는 있으나 해외에서도 독점에서 경쟁으로 전환이 철도 발전의 기본 방향"이라며 "국민의 이동을 책임지는 철도가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공공부문 내에서 건강한 철도 경쟁을 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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