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로 남편 신고한 아내의 사연, 그 진짜 이유

이준목 2022. 12. 20.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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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리뷰] MBC 예능 프로그램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이준목 기자]

방송 사상 최초로 '아동학대로 아내가 남편을 신고한 부부'의 이야기가 공개되며 시청자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다. 서로 전혀 다른 성격과 자녀 양육관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재혼 부부의 남모를 아픔이 시청자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19일 방송된 MBC <오은영 리포트- 결혼지옥>에서는 마음은 같은데 표현 방식이 달라서 힘들어하는 '고스톱(GO, STOP) 부부' 편이 그려졌다.

길정한-박효정 부부는 결혼 2년 차로 전북 익산에서 7살 아이를 키우고 있는 4살 차이 연상연하 커플이었다. 부부는 친구 부부의 소개로 서로를 처음 만나 사랑에 빠졌다.

겉보기에 화기애애해 보이던 부부였지만, 남편은 "싸우는 게 너무 이해 안 된다. 아내는 제가 무슨 이야기를 하면 마음에 안 들어하는 것 같다"고 고백했다. 아내 역시 "갈등이 심해지니까 숨도 못 쉬겠더라. 이 사람이랑 갈 수 있을까 고민도 들어서 이혼을 생각하기도 했다. '뭐라도 해보자'하는 마음으로 나오게 됐다"고 밝혔다.

남편은 화물운송기사, 아내는 가정폭력상담사로 근무하며 각자의 자리에 바쁜 하루를 보냈다. 남편은 아내에게 항상 적극적인 애정 표현과 관심을 요구한 반면, 아내는 그런 남편의 통제와 집착하는 성향을 버거워했다. 부부가 서로 일을 하는 도중에도 남편은 아내와 수시로 전화 통화를 했고, 아내에게 "먼저 연락을 해주면 안 되냐"고 요구했다. 예전에는 하루 15번 이상씩도 통화를 했다는 아내는 "연락 때문에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아 본 적이 없다. 일어나서부터 자기 전까지 전화기만 붙들고 살아야 하나. 수많은 연락을 해도 만족하지 않는다"며 난감해했다. 

친구 부부를 초대하여 저녁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남편은 아내에게 서운했던 부분을 털어놨다. 남편은 모든 부부 싸움이 자기 탓이라고 이야기하는 아내에게 불만이 있었다. 아내는 남편과 전화통화를 하던 도중 무심결에 코를 훌쩍거린 것을 두고 남편이 "우는 게 아니냐"고 단정하고 계속 추궁해서, 끝내 언쟁까지 벌어졌던 황당한 일화를 털어놨다. 이어 아내는 "보편적인 상황은 아니다. 남편이 자신을 통제하고 집착하려는 성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남편의 입장은 평소 힘든 일을 본인과 잘 나누지 않는 아내의 성향 때문에 걱정되는 마음에 추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지켜보던 오은영은 "중요한 핵심은 '아내가 울었냐? 아니냐?'가 아니다. 남편이 아내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 거다"라고 지적하며 "그리고 믿어주지 않는 것에서 더 나아가서 결국 상대방을 의심하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부부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었다. 부부의 갈등에는 대부분 '아이'가 있었다. 알고보니 아이는 아내가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얻은 딸이었고, 지금의 남편은 새아빠였다. 아내는 재혼, 남편은 초혼이었다. 남편은 아내를 처음 소개받을 때부터 딸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고 고백했다. 아내는 처음엔 부담감에 망설이며 남편의 마음을 밀어내기도 했지만 "나를 믿고 와 달라"는 남편의 진심 어린 구애에 결국 마음이 움직였다.

다행히 아이는 남편과 대체로 잘 지냈지만, '삼촌'이라고 호칭하며 아직 아빠로 받아들이지는 못하고 있었다. 아내는 "아빠가 둘이라는 것을 아직 아이에게 설명하기는 어렵다. 엄마와 같이 산다고 해서 호칭이 꼭 아빠가 되어야 할까"라고 반문하며 아이의 입장을 존중했다. 하지만 아이의 아빠로 인정받고 싶었던 남편은 서운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또한 부부는 아이에 대한 양육관과 애정표현에 대한 생각이 너무나 달랐다. 남편은 아이와 친해지기 위하여 장난을 치고 스킨십을 했지만 종종 도를 지나치다는 것. 남편은 아이와 장난을 치면서 엉덩이를 세게 꼬집는 주사놀이를 하기도 하고, 아이가 싫다는 의사표시를 하거나 비명을 치르며 고통을 호소하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세게 끌어안았다. 남편은 "아이에 대한 애정표현"이라고 해명했지만, 아내는 "너무 괴롭다. 아이의 도와달라는 소리가 제겐 너무 괴롭게 들린다"며 "제가 제지하면 남편은 '왜 아이와 친해질 기회를 박탈하냐'고 한다. 친해질 방법은 많다. 왜 굳이 아이가 싫어하는 행동을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답답해했다.

오은영은 "저는 아이들한테 '팬티 속은 남의 것을 만져서도 안 되고 내 것을 남에게 보여줘서도 안 된다'고 항상 이야기한다. 아이가 다섯 살이 넘으면 부모라도 아이의 생식기를 직접 만지지 말라고 한다.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의 선을 지키는 것이 아이에 대한 존중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아내는 남편을 아동학대로 신고하기도 했단다. 어느날 아이가 남편의 안경을 밟아 부수는 실수를 저질렀는데, 남편이 화를 내며 욕을 하고 안경을 던졌다는 것. 당황한 아이는 울음을 터뜨렸다. 남편은 아이에 대한 훈육 차원이었다고 해명하며 "(내가 아동학대면) 대한민국 부모는 다 아동학대로 잡혀가지 않나. 재혼 가정이다보니 사람들은 내가 아이를 야단쳐도, 내버려둬도 '자기 자식 아니니까'라고 한다. 나는 정말 내 자식이라는 생각으로 하는 건데, 내 마음을 아무도 모른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아내는 "아동학대 맞다. 사례조사 나오신 분들도 아동학대가 맞다고 인정했다. 이번엔 안경이지만 다음엔 무엇을 던질지 모른다. 앞으로는 폭력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폭력뿐만 아니라 아이에게 언성을 높이는 것도 아동학대에 해당된다는 의미였다.

아내가 남편을 아동학대로 신고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남편에게 '아동학대 방지 교육'을 받게 하려고 했던 것. 양육 문제로 부부 갈등이 빈번하다 보니 아내는 가정폭력 상담소에서 일했던 경험을 살려, 공권력의 힘을 빌려서라도 남편이 아이와 자신을 대하는 행동에 경각심을 갖게 하려는 의도였다. 남편은 이후 시청에서 운영하는 아동학대 교육을 이수했다.

아내는 "남편과 이야기하다보면 서로 원하는 목표와 결론은 같다. 셋이 행복하게 살자는 건데, 그 과정에서 갈등이 너무나 많다"면서도 "어느 순간부터 저도 이 사람에게 의지를 하게 됐다. 남편의 '내가 도와줄게'라는 한 마디가 너무 좋고 마음이 가벼워지더라"고 말했다. 힘든 상황에서도 남편과의 결혼생활을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복잡한 심경이었다.

오은영은 남편에게 "중요한 건 (장난의) 주체가 누구인가 하는 거다. 아이가 즐거워야지, 내가 즐거운 걸 추구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아이의 성장 과정을 처음부터 함께하지 못한 남편과 아내의 가치관과 육아방식에 차이가 크다 보니 돌발행동이 나올 때마다 아내는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알고 보니 아내는 전 남편과 임신 중에 이혼 소송을 치르느라 태아를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고. 한때 극단적인 생각까지 고민할 만큼 힘든 시기를 보내던 아내는 막상 아이가 태어나자 "그 순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예쁘더라"고 회상하며 선물처럼 찾아온 아이로 인해 삶의 의지까지 되찾았다고 고백했다.

아내는 이혼 당시 불과 8개월 된 딸을 데리고 집을 나와야 했다. 그런데 아이는 2살 때 영유아 발달검사에서 말하기 지연과 상호작용 등에 문제가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임신 시절부터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는 죄책감은 아내에게는 평생 지울 수 없는 '마음의 빚'으로 남았다.

아이는 매사를 엄마에게 의존하는 성향을 보였고, 아내는 그러한 아이의 응석을 대부분 받아줬다. 아이에게 자립심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남편과는 식사 예절 문제로 또다시 언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아내는 심리검사에서 집을 묘사하면서 자신과 딸만 언급했다. 남편과의 갈등으로 인해 함께 있을 때 심리적으로 불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사실 남편은 아이와도 친해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가 그린 가족 그림에 정작 새아빠의 모습은 없었다. 어느날 남편은 아이와 단둘이 새 옷을 사주기 위하여 옷가게를 방문했다. 직원은 당연히 두 사람을 부녀로 생각하고 이야기를 걸었으나, 아이는 곧바로 "아빠 아니거든요"라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아빠로 인정받고 싶었던 남편은 또다시 상처를 받았고, 끝내 눈물까지 흘렸다. "아이가 아빠라고 해주면, 그냥 울 것 같다"고 고백한 남편은, 그동안 끈끈한 아내와 딸 사이에서 남모를 소외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에 오은영은 "상황을 떠나서 호칭은 그냥 언어일 뿐이다. 아이가 이해하는 '아빠'는 나를 낳은 사람이고, 나를 낳지 않은 삼촌은 아빠가 아닌 것이다. 이 표현을 할 수 있다는건, 하지 못하는 것보다는 낫다. 아이가 더 복잡한 개념을 이해하는 나이가 되면 가족이 된 삼촌을 아빠로 인정할 것"이라고 위로했다. 또 오은영은 지금 부부에게 필요한 것으로 "아이와의 대화"를 강조했다. "'나는 널 낳지는 않았지만, 낳은 것보다 너를 더 사랑해. 그러니 우리 행복하게 잘 살아보자'라고 설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시간이 다소 오래 걸리겠지만 섭섭해하지 마시라"고 조언했다.

한편으로 오은영은 "대화를 나누면서 남편이 외로운 분이라는 게 느껴졌다"며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사실 남편은 어린 시절 가족을 버리고 집을 나가버린 어머니에 대한 아픈 추억이 있었다. 그래서 남편은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어했다.

오은영은 남편의 입장에서 "어느날 갑자기 나를 가장 사랑해야 할 사람이 나를 떠나버린 것이다. 남편의 기본 정서는 외로움"이라고 분석했다. 어머니의 부재로 인한 상처와 배신감은 한편으로 남편이 혈육과 혈연에 그리 연연하지 않고 재혼한 아내와 피 한방울 안 섞인 딸까지 스스럼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던 이유였다. 연락에 집착하거나 가족을 보호해야한다는 책임감도 여기에서 비롯됐다.

한편으로 오은영은 부부의 극과 극 성향 차이를 지적했다. 아내는 감정표현을 절제하며 정서적 개방성이 낮은 성향인 반면, 남편은 때로 지나칠 만큼 표현이 적극적인 성향이었다. 서로를 향한 마음은 같은데도 표현방식이 너무 달라서 충돌이 반복되는 것. 오은영은 "사랑의 유무와는 관계가 없다. 서로의 다른 특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오은영은 '부부를 위한 힐링 리포트'로 남편에게는 "나는 나, 너는 너"를 조언했다. 아내에게도 여러 번 비슷한 말을 들었다는 남편에게 오은영은 "나와 다른 사람들은 느끼고 생각하고 반응하는 게 다르다. 서로 신경쓰지 말자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이해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오은영은 "의심과 추측을 중단하고 상대의 의견과 경험을 있는 그대로 수용할 것"을 당부했다. 오은영은 남편을 위한 '의심 오답노트'를 선물하며 "남편은 불안이 의심으로 넘어갈 경우, 거기에 장대한 의미를 부여하고 생각의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진다. 중간중간에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도록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아내에게는 "마음 깊숙이 있는 고민, 걱정, 나의 단점들을 남편과 솔직하게 나누어보라. 그러면 믿음과 신뢰가 더 단단해질 것"이라고 당부했다.

모든 솔루션을 마치고 남편은 아내에게 "혼자 하려고 하지 말라고 나한테 의지해달라고"고 고백했고, 아내는 남편에게 "의심하거나 불안해 하지 말고 항상 옆에 있을 거니까. 나를 믿어줬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오은영은 마지막까지 두 사람을 따뜻하게 포옹하며 격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각자의 아픔을 딛고 서로를 좀 더 이해하게 된 부부는 녹화 후 부부상담을 시작하며 새로운 출발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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