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공사, 70억 이상 공사도 직접 시공제 도입

'중랑 패션봉제 스마트앵커 건설공사'부터 적용
SH공사, 내부방침 수립…"고질적 하도급 관행 근절"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70억원 이상 건설공사로 직접시공 규정을 확대한다. 하도급 관행에 따른 부실시공을 근절하기 위해서다.

SH공사는 이달 중 발주 예정인 '중랑 패션봉제 스마트앵커 건설공사'부터 직접시공제를 확대 적용한다고 20일 밝혔다. 직접 시공은 공사를 수주한 원도급 업체가 하도급 업체에 공사를 맡기지 않고 자기인력·자재(구매 포함)·장비(임대 포함) 등을 투입해 공사를 시공하는 것을 말한다.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직접시공 규정은 70억원 미만 건설공사에만 강제하고 있다. 하지만 SH공사는 내부방침을 수립해 70억원 이상 건설공사에 대해서도 직접시공 규정을 적용하기로 했다. 건설현장에서 부실시공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히는 시공책임과 위험부담을 하도급사에 전가하는 '하도급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서다. 70억원 이상 공사에도 이 규정을 적용한 것은 국내 최초다.

내부방침에 따르면 SH공사는 공사 발주 시 토목·골조공사 등 안전·품질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공종을 '직접시공 대상공종'으로 지정해 '직접시공 의무비율'과 함께 입찰공고문에 명시하게 된다. 이후 공사발주자는 직접시공 대상공종과 의무비율이 현장에서 잘 이행하고 있는지 분기별로 점검한다. 직접시공 대상공종임에도 공사 중 직접시공이 어려운 상황이 발생해 하도급이 필요한 경우에는 '하도급 계약 적정성 심사'를 거치도록 했다.

이번에 직접시공제를 적용하는 중랑 패션봉제 스마트앵커는 연면적 8109㎡, 지하4층~지상7층 규모로, 지식산업센터·공영주차장을 짓는다. 공사비는 약 222억원이다. SH공사는 실무협의회를 개최해 직접시공 대상 공종 및 비율을 철근콘크리트 공사(26.8%), 토공사(4.98%)로 확정했다.

SH공사는 앞으로 직접시공 비율을 높일 수 있도록 법령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공사 수행능력 평가 시 적용하는 '행정안전부 회계예규'의 일부 항목이 직접시공 활성화에 장애가 되고 있다고 판단, 이에 대한 개정을 건의했고 현재 제도 개선을 협의 중이다.

예규에 따르면 적격심사 대상공사(추정가격 300억원 미만) 및 종합평가 대상공사(추정가격 300억원 이상) 신인도 평가에 적용하는 평가기준에는 하도급 실적과 협력업자 육성 관련 사항이 평가 분야로 명시돼 있어 일정 부분의 하도급을 유도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SH공사는 설명했다.

김헌동 SH공사 사장은 "건설공사의 직접시공제를 통해 다단계 하도급 구조로 촉발되는 부실시공, 임금체불, 불법근로자 고용 등을 막아 고품질 명품 백년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