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의 라스트 댄스 행복하셨죠? 이젠 ‘파파 박’의 라스트 댄스

송지훈 2022. 12. 20.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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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베트남축구대표팀 감독이 5년 간의 사령탑 생활을 마무리하기에 앞서 마지막 도전에 나선다. 연합뉴스


‘아름다운 마침표’를 위한 박항서(63) 베트남축구대표팀 감독의 라스트 댄스가 시작된다. 내년 1월 베트남 지휘봉을 내려놓기로 결정한 박 감독이 20일 개막한 아세안축구연맹(AFF) 미쓰비시일렉트릭컵(이하 미쓰비시컵)을 통해 마지막 우승 도전에 나선다.

과거 스즈키컵에서 명칭이 바뀐 미쓰비시컵은 ‘동남아시아 월드컵’으로 불린다. AFF 소속 10개국이 출전해 5개국씩 2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른 뒤 토너먼트로 우승팀을 가린다. 홈&어웨이 방식으로 치르는 결승전은 내년 1월13일과 16일에 열린다.

지난 2018년 스즈키컵(미쓰비시컵의 전신) 우승을 이끌며 베트남 국민영웅으로 발돋움한 박항서 감독(가운데). AFP=연합뉴스


미쓰비시컵은 박 감독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지난 2018년 이 대회에서 베트남에 10년 만의 우승을 선사하며 명실상부한 국민 영웅 반열에 올랐다. 2년 주기로 열리는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1년을 늦춰 지난해 열린 이 대회 4강에서 라이벌 태국에 패해 2연패를 놓친 아쉬운 기억도 있다. 이번 대회는 박 감독에게 고별의 무대이자 설욕의 무대다.

박 감독은 지난 2017년 지휘봉을 잡은 이후 베트남 축구를 명실상부한 동남아시아 최강 반열에 올려놓았다. 2018년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 준우승에 이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행을 이끌었다. 그해 겨울 스즈키컵(현 미쓰비시컵) 우승을 달성한 뒤 이듬해 AFC 아시안컵 8강행을 견인했다. ‘동남아시아 올림픽’으로 불리는 동남아시안(SEA)게임 남자축구에서 60년 만의 우승에 이은 2연패(2019·21)를 달성했고,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 진출했다. 모두가 사상 최초 또는 수십 년 만의 쾌거로, 베트남 축구의 역사를 새로 쓴 발자취다.

항상 선수들의 편에서 따뜻하게 감싸는 파파 리더십으로 박항서 감독은 제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연합뉴스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도 아름다웠다. 때로는 아빠처럼 때로는 큰형처럼 선수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는 ‘파파 리더십’으로 선수단을 이끌었다. 극성스런 베트남 언론이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며 흠집 내기에 나설 땐 “비판은 나에게 하라. 우리 선수들은 모두 최선을 다 했다”며 제자들부터 감쌌다. 아울러 대표팀 운영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위해 재임기간 내내 코칭스태프 역할의 분업화와 전문화에 매진했다.

박 감독이 베트남에서 대성공을 거둔 이후 동남아시아 무대에 한국인 지도자 진출 러시가 본격화 됐다. 미쓰비시컵에 참가하는 10개국 중 한국인 지도자와 함께 하는 나라는 베트남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신태용), 말레이시아(김판곤) 등 3개국에 이른다. 일본이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장악한 동남아시아 축구시장에 ‘박항서발 한류’가 뿌리내리는 중이다.

지난해 스즈키컵 준우승을 이끌며 센세이션을 일으킨 신태용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 감독. 사진 신태용

지난 5년간의 여정을 마무리하고 지휘봉을 내려놓는 건 베트남 축구의 새로운 비전을 그리는 과정에서 발생한 베트남축구협회(VFF)와의 견해 차 때문이다. 한편으론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서 벗어나 박 감독이 평소 그려온 제2의 인생을 시작하고픈 마음도 있다. 박 감독은 오래 전부터 “제2의 기회를 준 베트남을 위해 유소년 육성에 헌신하고픈 마음이 있다”고 말해왔다.

2018년 스즈키컵(미쓰비시컵의 전신) 우승을 이끈 직후 선수들로부터 헹가래를 받는 박항서 감독. 연합뉴스

베트남은 이번 대회 B조에서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미얀마, 라오스와 경쟁한다. 궁극적으로는 A조에 속한 태국과의 우승 경쟁이 관건이다. 한편으로는 신태용 감독, 김판곤 감독 등과 함께 하는 한국인 사령탑 경쟁도 눈길을 끈다. 베트남의 첫 경기는 21일 오후 9시30분(한국시각) 킥오프하는 라오스와의 B조 1차전이다. 한국인 지도자와의 첫 맞대결은 오는 27일 열리는 말레이시아전이다.

박 감독의 아름다운 피날레를 위해 선수들도 똘똘 뭉쳤다. 박 감독 관계자는 “카타르월드컵에서 리오넬 메시(35·파리생제르맹)를 중심으로 일치단결한 아르헨티나가 36년 만의 월드컵 우승을 이뤄내는 모습에서 베트남 선수들이 커다란 감명을 받았다”면서 “떠나는 스승에게 우승 트로피를 바친다는 각오가 뜨겁다”고 말했다.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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