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경제공작회의 고위직 무더기 결석…“간부라고 바이러스 못 피해”
지난 15~16일 이틀간 베이징에서 열렸던 연례 중앙경제공작회의에 참석 대상인 중국 고위급 당·정·군 간부가 대거 불참했다. 최근 중국의 코로나19 확산을 고려할 때 이들 간부가 확진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고 홍콩 명보가 20일 보도했다. 신문은 “결국 고위 관료 역시 사람이며, 온갖 독이 침입할 수 없는(百毒不侵·백독불침) 것은 아니다”라고 무더기 지도부 감염 가능성을 시사했다.
현재 중국은 지난 10월 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와 내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직전까지 신구 권력이 공존하는 권력 교체기다. 지난 16일 중국중앙방송(CC-TV) 메인 뉴스인 신원롄보(新聞聯播) 화면에 등장한 19기와 20기 정치국 위원은 27명에 그쳤다. 20기 정치국위원 24명과 은퇴 대상인 19기 정치국위원 14명 등 38명 중 11명이 참석하지 않았다. 불참자 중에는 장유샤(張又俠), 허웨이둥(何衛東) 군사위 부주석도 포함됐다.
CC-TV는 이날 예년의 사흘 회기에서 올해 이틀로 압축해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의 공식 회의록을 15분 분량의 참석자 영상과 함께 보도했다. 명보는 만일 CC-TV가 참석자 화면을 의도적으로 편집한 것이 아니라면 이번 경제공작회의는 휴가불참자가 가장 많은 고위급 회의로 기록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은퇴를 앞둔 19기 상무위원 중에는 리잔수(栗戰書)·왕양(汪洋)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19기 정치국원 가운데 지난 8~14일까지 중앙아시아, 아랍에미리트(UAE)와 이란을 순방하고 돌아와 격리 기간인 후춘화(胡春華) 부총리를 비롯해, 왕천(王晨) 전인대 부위원장, 양샤오두(楊曉渡) 국가감찰위원회 주임, 쉬치량(許其亮) 국가군사위 부주석도 불참했다. 천취안궈(陳全國), 양제츠(楊潔篪), 궈성쿤(郭聲琨)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퇴직 예정자 중 류허(劉鶴)·쑨춘란(孫春蘭) 부총리와 천시(陳希) 중앙조직부장이 CC-TV 카메라에 모습이 포착된 것과 대조를 이뤘다.
장관급 인사도 대거 불참했다. 딩쉐둥(丁學東) 국무원 상무부비서장, 장신즈(姜信治) 중앙조직부 상무부부장, 류젠차오(劉建超) 중앙연락부장, 류제이(劉結一) 국무원대만판공실 주임, 리샤오신(李小新) 중앙편제판공실 주임, 탕덩제(唐登傑) 민정부장, 탕런젠(唐仁健) 농업농촌부장, 마샤오웨이(馬曉偉)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주임, 왕샹시(王祥喜) 응급관리부장이 참석하지 않았다.
경제 관련 부처 수뇌부도 결석자가 많았다. 왕광화(王廣華) 자연자원부장, 이강(易綱) 인민은행장, 궈수칭(郭樹清) 은행보험감독위 주석, 이후이만(易會滿) 중앙증권감독위 주석, 허우카이(侯凱) 심계장, 뤄원(羅文) 시장감독관리총국장, 루하오(陸昊) 국무원발전연구중심 주임이 보이지 않았다.
지방 정부 수뇌부 가운데에도 불참자가 눈에 띄었다. 왕쥔정(王君正) 시짱(西藏) 당 서기와 옌진하이(嚴金海) 시짱 자치구 주석이 안 나왔고, 쑨사오빙(孫紹騁) 내몽골 서기, 왕웨이중(王偉中) 광둥성장, 황창(黃强) 쓰촨성장, 왕정푸(王正譜) 허베이성장, 후헝화(胡衡華) 충칭시장, 런전허(任振鶴) 간쑤성장이 불참했다.
중앙경제공작회의는 양회, 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와 함께 중국에서 연례 3대 회의로 분류된다. 내년도 경제 성장률 목표를 정하고 국정 운영 방향을 총화하기 때문이다. 올해 회의에 불참한 고위 간부 수가 많음에도 원인이 분명하지 않다. 최근 중국 전역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급증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이들 간부가 감염 등 건강상의 원인으로 불참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는 게 명보의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올해 경제공작회의 공식 회의록에 방역 언급은 거의 없었다. 방역에 관련된 구체적인 지침은 문장부호를 포함해 56자에 불과했다. “당 중앙의 배치에 따라, 코로나 예방통제 정책을 최적으로 조정하고, 총괄하고 (현실과) 적합함을 강화하고, 질서 있고 조직적으로 (정책을) 실시하며, 유행 기간을 무난하게 지나, 평온한 단계의 전환과 사회 질서의 안정을 확보하라”가 전부다.
특히 최근 중국 관영 매체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단계의 전환(轉段·전단)’ 두 글자가 주목된다. 방역에 대입하면 확진자 폭증 및 만연 단계에서 통제 가능한 단계로, 예방 단계에서 중증 환자 치료에 주력하는 단계로의 변화다. 명보는 “문제는 이러한 ‘단계의 전환’이 현재 평온하지도, 질서 있지도 않다는 데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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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커창, 개막식 불참·구석 배치로 구설수
한편, 올해 경제공작회의는 주석단 좌석 배치도 주목을 받았다. 15일 열린 개막 회의에 리커창 총리가 불참한 채 시진핑 주석을 중심으로 리창(李强), 자오러지(趙樂際), 왕후닝(王滬寧), 한정(韓正), 차이치(蔡奇), 딩쉐샹(丁薛祥), 리시(李希)가 주석단에 앉은 모습을 방영했다. 리커창 총리가 연설한 또 다른 회의에는 시진핑 주석이 불참했다. 리창, 한정, 차이치, 딩쉐샹 다섯 명만 주석단에 올랐다. 좌석은 주석단의 정중앙이 아닌 구석에 배치했다. 카메라를 대각선으로 배치한 앵글로 구석 배치를 직접 드러내지는 않았다.
회의를 총결하는 연설은 리창과 딩쉐샹 두 명만 단상에 올랐다. 이 같은 CC-TV 보도에 대해 중화권 시사평론가 리옌밍(李燕銘)은 “9일 황산에서 세계 경제 단체 대표단과 회담을 한 리커창 총리가 방역 격리 규정에 따라 15일 개막 회의에 출석을 제한받았을 수 있다”며 “리 총리 연설 당시 좌석을 구석에 배치한 것은 퇴임 총리를 ‘비하’하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또 리창과 딩쉐샹의 배석은 내년 3월 딩쉐샹이 상무부총리에 취임할 것임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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