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독일 복덕방 할아버지의 쿠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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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독일의 한 극우단체인 '제국시민(Reichsbuerger)'이 벌인 국가전복 음모사건은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2만명이 넘는 회원들과 함께 무기와 금괴, 전직 군인으로 구성된 용병들까지 준비했던 이들의 치밀한 계획이 드러나면서 독일 안팎에서 안보 불안감이 고조됐다.
독일은 물론 유럽 전역의 물가가 통계 작성 이래 40년 만에 최악의 상승률을 기록했고, 특히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가 높던 난방용 가스는 대부분 국가에서 10배 넘게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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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최근 독일의 한 극우단체인 ‘제국시민(Reichsbuerger)’이 벌인 국가전복 음모사건은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2만명이 넘는 회원들과 함께 무기와 금괴, 전직 군인으로 구성된 용병들까지 준비했던 이들의 치밀한 계획이 드러나면서 독일 안팎에서 안보 불안감이 고조됐다.
독일 검찰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들은 과거 1871년부터 1918년까지 독일을 지배한 독일제국을 부활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 조직이었다. 군사 쿠데타로 정부를 뒤엎은 후, 제국 정부를 다시 수립하고 국제사회의 인준을 받을 준비까지 해놨다. 특히 이들 수뇌부 중 일부는 러시아 국적자로 알려져 러시아와의 연계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독일 정부를 더욱 긴장시킨 것은 이 반란의 주동자로 알려진 인물인 하인리히13세란 사람이 지극히 평범한 노인이었다는 데 있다. 71세의 은퇴한 부동산업자이자 집에서 가끔 포도주를 손수 만들어 파는, 독일 어느 동네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노인이 거대한 반란의 주동자였던 것이다.
그는 중세시대 독일 중부지역 튀링겐 지역을 700년 넘게 다스렸던 유서깊은 가문인 로이스 후작가문의 후손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1차대전 패망 이후 로이스 가문의 직계 후손은 이미 명맥이 끊어졌고, 방계 출신인 하인리히13세는 이 가문에서조차 그저 정신질환을 앓는 노인으로만 취급 받아왔다.
제국시민이란 단체 역시 그동안 독일 보안당국에서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조직이었다. 흔히 유튜브에서 볼 수 있는 각종 음모론을 공유하던 괴짜 은퇴노인들의 사교모임 정도로만 치부됐기 때문이다. 이 단체 회원들은 코로나19 백신 속에 초소형 마이크로칩이 탑재돼 있어 모든 인류가 사상을 지배당할 것이라는 근거없는 음모론에 빠져 있었다고 한다.
이번에 하인리히13세와 함께 체포된 제국시민 수뇌부들 대부분은 은퇴한 군인이거나 옛 동독지역 출신 노인들이었다. 연금생활자로 편안한 노후를 보내야 할 사람들이 정부를 뒤집겠다고 총을 들고 일어선 것이다.
여기에는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유럽의 심각한 물가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독일은 물론 유럽 전역의 물가가 통계 작성 이래 40년 만에 최악의 상승률을 기록했고, 특히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가 높던 난방용 가스는 대부분 국가에서 10배 넘게 뛰었다.
정부에서 아무리 생활 보조금을 준다고 해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물가가 급등한 것이다. 고정수입이 대부분 연금 외에 없는 노인계층들은 더욱 심한 불안감과 생활고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은퇴 후 대부분 자영업을 영위하던 독일 노년층들은 코로나19 펜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동안 일터를 잃었다. 전례없는 유럽 각국의 극단적 봉쇄조치로 코로나19 위기는 가까스로 벗어났지만, 이미 폐업한 점포들을 모두 회생시킬 수는 없었다.
결국 제국시민이 쿠데타로 가는 길을 연 것은 단순한 음모론이 아니라 인플레이션이 낳은 끔찍한 생활고였다. 그나마 사회안전망이 잘 갖춰졌다는 유럽의 상황이 이럴진대 다른 제3세계 국가들에서는 글자 그대로 내전이 날 수밖에 없다. 국가안보의 근간은 경제와 민생에 있음을 다시금 확인시켜준 셈이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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