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분향소 방문날, 어머니는 쓰러졌고 아버지는 무릎을 꿇었다 [이태원참사_기록]

이주연 2022. 12. 20.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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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유튜버가 소리쳤다.

경찰은 폴리스라인 안쪽에 서서 서성였고, 그 사이로 아버지가 무릎을 꿇었다.

무릎을 꿇은 아버지는 이종철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고 이지한씨 아버지)다.

그래도 극우 유투버는 분이 풀리지 않는 듯 아버지에게 성큼성큼 다가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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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 향한 막말·망언 쏟아진 이태원 희생자 분향소...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할 줄은..."

[이주연, 권우성 기자]

▲ '제발 망발 그만. 우리 아이들 추모할 수 있게 해주세요' 극우보수단체 관계자들이 이태원참사 합동분향소앞에서 희생자와 유가족,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향해 혐오발언을 쏟아내는 가운데 19일 오후 10.29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이종철 대표가 합동분향소앞에서 시위중인 한 극우보수단체 회원을 향해 무릎을 꿇고 있다.
ⓒ 권우성
▲ 혐오시위 중단 위해 무릎 꿇은 유가족 ⓒ 권우성

   
#장면 하나

"왜 거짓말 쳐, 우리가 분향소 못 치게 했냐고. 양보해드렸잖아. 그거 때문에 (얼마나 내) 명예가 손상됐는지 아세요?"

극우 유튜버가 소리쳤다. 경찰은 폴리스라인 안쪽에 서서 서성였고, 그 사이로 아버지가 무릎을 꿇었다. 차가운 아스팔트에 손을 대고 한참을 "죄송합니다"라고 했다. 무릎을 꿇은 아버지는 이종철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고 이지한씨 아버지)다.

그래도 극우 유투버는 분이 풀리지 않는 듯 아버지에게 성큼성큼 다가섰다. 그제야 경찰이 막아섰다. 아버지는 "알았다"라며 계속 상대를 진정시키려 했다.
  
#장면 둘

"어디 이태원에 와서 대통령이 인간답게 해주니까 이것들이 상투 끝까지 올라서서."
"어떤 XX가 현수막 뗐어."

극우 보수 인사들이 유가족과 희생자,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향해 혐오발언을 쏟아냈다. 현장에 있던 경찰은 역시나 서 있었다. 참다 못 한 시민단체 관계자와 유가족이 "어떻게 유가족 마음에 대못을 박습니까" "경찰은 2차 가해 막아주세요, 뭐하는 거예요"라고 소리쳤지만 그뿐이었다.

"탤런트 XX."

막말을 쏟아내던 한 여성이 기어코 뱉은 말에 조미은(고 이지한씨 어머니)씨는 절규했다. "놔 놓으라고" 목놓아 외치다가 쓰러졌다. 호흡 곤란 증세가 왔다. 구급차를 불렀다. 모두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지난 19일 오후 발생한 일이다.
 
 극우보수단체의 혐오 발언을 들은 고 이지한씨 어머니 조미은씨가 오열하고 있다.
ⓒ 권우성
▲ 유가족들 바로앞에서 극심한 혐오발언 난무 ⓒ 권우성

    
무릎 꿇은 유가족의 한숨...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할 수 있을 줄 몰랐어요"

병원에 실려 갔던 조미은씨는 다행히 주사를 맞고 집에서 회복 중이라고 했다. 20일, 이종철 대표에게 '왜 사과했느냐'고 물었다.

"내가 사과해야죠. 저 사람들 계속 저래요. 그만하게 하려면 내가 사과해야죠. 첫날 분향소 설치하는데 (극우단체 사람들이) 방해를 많이 했거든요. 그걸 언론에 말했는데 그걸 가지고 계속 (막말을 하고) 저러니까...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할 수 있을 줄 몰랐어요. 정말."
 
 합동분향소앞에서 벌어지는 극우보수단체 회원들의 막말 시위를 중단시키기 위해 무릎 꿇고 고개까지 숙이는 유가족협의회 이종철 대표.
ⓒ 권우성
 
현장을 지켰던 최헌국 목사에게도 상황을 물었다.

"이지한씨 아버님이 '제발 우리에게 망발 하지 말고 우리 아이들의 추모를 할 수 있게 해달라'라며 무릎까지 꿇으셨어요. 먼저 집회 신고를 했다는 이유로 무례를 범하던 보수단체 사람들이 느닷없이 현수막을 끊었다고 막말을 일삼더니 옆에 있던 여성이 말도 안 되는 모욕적인 말을 내뱉었습니다." 

#장면 셋 

한덕수 국무총리가 이태원 분향소를 찾았다. 예정도 없이 갑작스레 방문한 한 총리를 향해 유가족은 "저희는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 아니면 받지 않겠습니다, 대통령의 사과를 가져오십시오"라고 요구했다. 

한 총리는 "알겠습니다. 수고하세요"라고 돌아섰다. 분향소 앞에 발을 디딘 지 1분도 채 안 되는 시간이 흘렀을 뿐이었다. 

한 총리는 분향소 바로 앞에서 집회 중인 극우 단체 회원이 경례를 하자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멋쩍은 듯 한 총리는 "분향을 좀 하려고 했더니 못하게 하시네요"라며 걸음을 재촉하며 자리를 떴다. 

한 총리의 방문은 극우단체와 유투버들이 유가족을 향해 막말을 하기 2시간가량 전에 발생한 일이다. 용산 참사, 세월호 참사 등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등에 참여해 온 최헌국 목사는 이렇게 말했다. 

"맞불집회처럼 저렇게 분향소 앞에서 하는 걸 못하게 조치를 취하든가 해야지, 오히려 한 총리가 악수를 했다니... 이태원은 제대로 된 추모의 자리가 되게끔 정부가 조치를 취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가족 손을 잡아주진 못할 망정...

보수 집회하는 사람들은 유가족을 모욕하고, 한 총리는 망발하는 보수집회 회원과 악수하고 이 상황이 연결 돼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자식이 죽음에 내몰린 아버지가 무릎 꿇는 사회가 돼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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