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현장] '더 글로리' 장르물로 뭉친 송혜교·김은숙 작가, '학폭' 현실 담는다

30일 넷플릭스 통해 공개

김은숙 작가와 배우 송혜교가 '더 글로리'를 통해 첫 장르물에 도전한다.

20일 서울 종로구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송혜교, 이도현, 임지연, 염혜란, 박성훈, 정성일, 김은숙 작가, 안길호 감독이 참석했다.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더 글로리'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이다.

이번 작품을 통해 장르극에 첫 도전한 김 작가가 "한 마디로 표현하면 복수극이다. 학교 폭력 피해를 입은 한 여성이 인생을 걸고 복수를 완성하는 작품"이라고 '더 글로리'를 설명했다.

'학교 폭력'이라는 소재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도 밝혔다. 그는 "내가 고등학생의 학부모다. 그러다 보니 학교폭력이라는 소재는 내게 가까운 화두였다"고 설명하며 "내 걱정은 늘 나 때문에 딸이 불필요한 관심을 받지는 않을까, 불필요한 오해를 받지 않을까였다. 그런데 엄마가 '언제적 김은숙이야'라고 하더라. 첫 번째 충격이었다. 그러면서 '내가 누굴 죽도록 때리면 가슴이 아플 것 같아, 아니면 맞고 오면 가슴이 아플 것 같아'라고 묻더라. 두 번째 충격이었다. 그 짧은 순간 많은 이야기들이 펼쳐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자 분들의 글을 많이 읽게 됐다. 현실적인 보상보다 가해자의 진 심어린 사과를 원한다고 하시더라. 그런데 세속에 찌든 나로선 사과로 얻어지는 게 뭘까 싶더라. 그런데 얻는 게 아니라 되찾고자 하는 것이구나. 폭력의 순간에선 눈에 보이지 않는 걸 잃게 된다. 존엄이나 명예 같은 것들. 그 사과를 받아야 비로소 원점이고, 거기서부터 시작이구나 싶더라"라고 작품이 담고자 하는 메시지를 예고했다.

안 감독 또한 이 작품의 메시지를 강조했다. 그는 "김 작가님과 함께 일하는 영광도 있지만, 작품 자체가 주는 울림이 좋았다. 좋은 배우들과 좋은 작품을 할 수 있기에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배우들 또한 이 작품이 주는 여운을 언급했다. 빛 한 점 없는 극야의 시간을 버티며 가해자의 추락을 계획해온 동은 역의 송혜교는 "대본을 읽고 마음이 아프고, 한동안 멍했다. 너무 완벽하게 표현을 해주셔서 나만 잘하면 좋은 작품이 나오겠구나 싶었다"라고 만족감을 표했다.

첫 장르물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다. "해보고 싶은 장르, 캐릭터였다. 이런 역할에 목말랐었는데, '드디어 하는구나' 싶었다"라고 새로운 모습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낸 송혜교는 "기존에 멜로 드라마를 많이 했는데, 그래서 이번 작품이 낯설게 느껴지실 수 있다. 그런데 정말 즐겁게 연기를 했다"라고 말했다.

학교폭력의 피해자를 연기해야 했던 만큼, 고민하며 연기를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송혜교는 "피해자 역할을 해야 해서 힘든 부분도 있었다. 어린 동은은 무방비 상태에서 큰 상처를 받은 인물이다. 그런데 그 후로 오랜 시간 동안 가해자들에게 처절하게 복수를 해야 했기 때문에 단단한 모습을 더 보여드리고 싶었다. 연기를 하며 그런 부분에 중점을 뒀다"라고 말했다.

동은의 복수 돕는 주여정 역을 맡은 이도현은 "주여정이 어떤 인물일까 궁금증이 많았다. 구체적으로 표현 안 돼 있어 시청자들이 '얘는 뭘까?'라고 하실 것 같았다. 불분명하지만 고집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부분을 잘 표현을 해보고 싶었다"고 캐릭터의 미스터리한 면모를 예고했다.

반려견을 상대로 연기 연습을 하며 송혜교와의 호흡을 준비하기도 했다. 그는 "혼자 살아서 연습할 상대가 없었다. 송혜교 선배님 외에는 누가 동은이를 리딩을 할 수 있겠나. 차라리 '가을아 네가 해달라'고 했다"며 송혜교에게 사과해 웃음을 자아냈다.

임지연과 박성훈이 각각 동은에게 악몽 같은 고통을 선물한 박연진, 죄의식 없이 폭력을 행사한 전재준 역을 맡아 악역 연기를 선보인다.

임지연은 "한 번쯤은 악의가 있는 역할을 맡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도전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면서 "처음에는 (연진이) '왜 그럴까'라는 생각도 많이 했다. 그런데 결국 찾은 답은 연진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거였다. 누군가에게 가해를 한다는 것 자체가 나쁘다는 걸 이해를 못 하는 환경에서 자랐다. 원하는 것을 다 가질 수 있었고, 노력을 해본 적도 없는 아이라 가해에 대한 죄책감을 모르는 인물이었던 것 같다. 유명한 작품의 빌런들, 매력적인 악역들을 좀 참고해볼까 싶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나만 할 수 있는 박연진을 만들어보자는 마음이 들었다"고 접근 과정을 설명했다.

가해자의 가해 행위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이 있기도 했다. 안 감독은 "말하려는 이야기를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집중력 있게 가기 위해 사실적으로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겼다. 폭력이라던가, 이런 것들을 혐오스럽지 않은 선에서 현실적으로 담아내기 위해 노력을 했다. 이야기의 힘이 워낙 컸기 때문에 배우들 모두가 판단은 시청자들에게 맡기기 위해 객관적으로 보여주려고 노력했다"고 현실감을 강조했다.

'더 글로리'는 오는 30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