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화물파업, 정치파업 매도...尹 지지율 상승 도움, 의미 있나”
“업무개시명령, 헌법·노동법 등 최소 8가지 법 위반 소지”
“언론, 편파·왜곡된 보도로 정부 들러리 역할 자처해”
“노동권 보장되지 못하면 공공성 확보될 수 없어”
안전운임제 연장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섰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총파업 당시 정부가 발동한 업무개시명령의 위헌 여부를 따져달라고 법원에 요구했다. 화물연대는 업무개시명령이 화물노동자들의 노동 3권과 국민 기본권을 파괴한 것은 물론 노동자들의 모든 권리를 박탈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파업은 일단락됐지만 이번 화물연대 파업에서 국민의 공감대를 얻지 못했던 공공운수노조는 공공성을 강화한 노동운동 변화의 목소리를 마주하고 있다. 원칙 대응을 강조한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회복에 도우미 역할을 했다는 오명에서부터 노동귀족, 북한 핵과 동급으로까지 매도되고 있는 공공운수노조의 자기혁신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지난 19일 서울 강서구 등촌동 공공운수노조 사무실에서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을 만나 화물연대 파업 당시와 이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업무개시명령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초기에 업무개시명령이 만들어질 때부터 위헌적 성격을 띄어 문제 의식과 염려가 많았다. 그래서 2004년 만들어진 법이지만 19년 동안 발동되지 않으며 사문화된 것이다. 헌법과 노동법 등 최소 8가지 이상의 법 위반 소지가 있다. 특히 강제 노역을 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심각성이 크며 직업 선택의 자유도 위반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자 노동자라면 노동 3권을 다 보장하도록 돼 있는데 (업무개시명령은) 노동 3권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다. 업무개시명령이라는 위헌적인 명령권을 발동함으로써 국민이 누려야 할 기본권을 위배·침해한다고 보고 있다.”
Q. 이번 위헌법률심판제청이 공공운수노조와 노동계에 어떤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하는가.
“정부가 정당한 투쟁을 하는 화물노동자에게 사문화된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것을 용인한다면 철도 노동자나 병원 등 타 노동계도 똑같은 이유로 업무개시명령이 떨어질 수 있다. 업무개시명령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모든 걸 다 중단시키고 강제 노역을 하라는 뜻이다. 화물 노동자에 대한 계엄령이나 마찬가지다. 정당한 파업에 대해 이런 식의 위험이 확산될 우려가 있다고 봤다.”
Q. 화물연대에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됐을 때 당시 노조 내부 분위기는 어땠나.
“큰 지장이 있을 것이라 여겼다. 화물노동자들은 20년 동안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파업해 왔고 지금까지 한 번도 이런 일이 없었다. 화물노동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은 내용과 절차가 모두 모호해 사문화돼 있을 정도로, 만들어질 당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도 않았다. 내부에서는 업무개시명령을 하루 아침에 발동하겠냐는 의구심과, 명령이 내려졌을 때 이를 용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반응으로 나뉘었다. 대통령 말이 곧 법이고, 없는 법도 만들어서 노동자 투쟁을 짓밟겠다고 하는 걸 보면서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느꼈다.”
Q. 업무개시명령 이후 오히려 노조를 향한 여론이 악화됐다. 여론의 변화가 파업 철회에도 영향을 줬나.
“본질적인 이유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권이 노동탄압을 할 경우 여론 탄압이 같이 이뤄지는 측면이 있지 않나. 이런 과정 속에서 언론도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보수 언론은 노동자 투쟁에 대해 삐딱한 시선을 가지고 있다. 정부 관료들의 말 한마디, 법적 옳고 그름이 확인되지 않은 부분도 여과 없이 언론에 실어주니 국민 입장에서는 공신력을 가지고 보도하는 데 당연히 믿을 수밖에 없다. 언론이 편파, 왜곡된 정보로 정부의 들러리 역할을 많이 했다고 생각한다.”
Q. 업무개시명령 이후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른 현상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나.
“노동자 투쟁에 대해 반감을 가졌던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됐다고는 본다. 약간의 지지율 상승 효과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다.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말했던 공정과 상식을 정치에 녹여내지 못하고 있다. 지금 같은 고물가 시대에 노동자들이 상생할 수 있는 통합력을 발휘하는 데는 전혀 효과를 못 냈고, 오히려 이러한 노동정책을 가져가서는 안된다는 여론이 더 많다. 여론조사 결과도 윤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 중 노동자 생존권과 안전에 대해 대단히 부정적인 평가가 존재한다는 의견도 있다.”
Q. 파업의 승패가 여론에 좌우됐다고 본다면 노조의 국민 소통채널의 강화 계획도 있나.
“역대 정권의 경우 노동자 투쟁에 대해 ‘당연하다’, ‘노동자로서 안전하고 인간적인 삶이 보장돼야 한다’는 걸 제대로 인정해준 정권은 없었다. 그런 면에서 노동자들은 늘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자기 요구를 해야 하고, 헌법에 보장된 노동 3권도 제대로 행사하기 어렵다. 많은 노동자들은 ‘필수 유지’라는 악법 때문에 파업을 하더라도 참여할 수 없다. 철도·가스·항공·병원 등 다 악법에 묶여 있다. 여기에 우리가 아무리 선전을 한다고 해도 언론과 정부의 각종 발언 기구들을 당해낼 수 없다. 지난 6월 화물파업을 하면서 안전운임제 선전전을 했다. 안전운임제, 노동자 투쟁이 왜 필요한지 최선을 다해 알렸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부족한 측면이 있었다. 앞으로 노동자들의 이 싸움이 사회 안전, 도로 안전, 사회 공공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국민들 눈높이에 맞게 꼼꼼히 선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Q. 파업이 국민적 동의를 받지 못한 이유는 무엇이고, 어떠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는가.
“정부 차원에서 정치파업, 불법이라고 몰아붙인 게 문제다. 노동자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법과 제도와 행정은 노동자들의 모든 노동조건과 관련이 있다. 법 제도, 행정지침을 두고 싸우는 게 정치파업이라면 우리는 늘 정치파업을 해왔고, 앞으로도 정치파업을 할 수밖에 없다. 국민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법과 행정지침과 제도를 만들어달라는 요구를 정치파업으로 매도해버린 것이다. 법을 지키라고 요구하는 노동자들에게 ILO에서도 반대했던 업무개시명령을 내려놓고 그걸 지키지 않아 불법이라고 하는 것은 앞과 뒤가 안 맞는 이야기다.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안 내렸으면 우리가 불법이 아니지 않나. 여기에는 아무 대답도 안 한다.”
Q. 노조에서는 대기업 화주들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어떤 이유인가.
“대기업 화주들은 물류운송체계에서 최상위 포식자로서 가장 많은 이윤을 벌어들인다. 대부분 재벌사로 이뤄져 있어서 그렇다. 지난 수십년 간 시멘트 화주들은 노동자 임금이 계속 하락하는데도 그들은 초고속 성장을 했다. 이러한 화물운송체계가 다단계 하청 구조다. 대기업 화주들이 이윤을 가져가고 노동자들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는다. 일반 노동자는 파업하는 기간 동안 임금을 안 받으면 그만이지만 화물노동자는 한달에 차값, 주차료 등 200~300만원씩 내야 한다. 기름값이 올라도 화물 노동자가 떠안아야 한다. 그런데도 귀족 노조 아니냐는 목소리가 많다. 마치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서 있기도 힘든 노동자한테 ‘왜 더 뛰지 않았냐’고 이야기하는 느낌이다. 그런 면까지 같이 봐줘야 하지 않나 싶은 속상함도 있다.”
Q. 안전운임제 3년 연장이 법사위 문턱을 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의 역할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정부 여당이 1차 잘못이 있겠지만 민주당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본다. 지난 6월 파업 때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와 직접 간담회도 했고, 원구성이 되면 첫번째로 안전운임제 다루겠다고 했다. 실제 민생특위에서 단 두 번 거론됐고 진행된 사안도 없다. 민주당은 정부 여당의 핑계를 대지만 제1야당인 민주당이 더 많은 노력을 했어야 됐다고 본다. 민생법안에 대해 가장 1순위로 다루겠다고 했던 민주당에 쓴소리를 안할 수가 없다. 민주당이 일몰을 책임지고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Q. 파업 책임 여부에 대한 정부의 법적 대응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부의 대응 방침에 대한 노조의 계획은 무엇인가.
“현대 국가일수록 국민의 안전, 국민의 삶, 행복을 책임지는 게 정부와 국가의 역할 아닌가. 헌법을 수호해야 할 정부와 국회가 헌법을 안 지킨다는 건 매우 심각한 사안이다. 이태원 참사를 당해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겠다는 이 사회에서 정부와 국회조차도 국민을 안전하게 할 수 없다면 정부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노조가 할 일은 각종 위험한 문제를 알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알리지 않으면 위험 요소가 계속 가려지고 덮어진다. 고물가 경제 위기 속에서 정부가 국민들의 안전, 생존, 주거, 에너지, 의료 등을 책임지도록 하는 게 우리가 요구하는 공공성이다. 이 공공성은 노동권과 연결돼 있다. 노동자들의 노동권이 보장되지 못하면 공공성이 확보될 수 없다. 앞으로도 사회 공공성, 노동 기본권 두 축을 중심으로 안전한 사회를 위해 선전, 파업을 포함한 투쟁, 대정부 교섭 등을 중단 없이 계속해 나갈 예정이다.”
Q. 마지막으로 국민들이 공공운수노조의 어떤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길 바라나.
“침묵은 침묵할 사람을 보호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위헌적 업무개시명령, 공정거래위반법 등으로 화물 노동자들의 생존권과 투쟁권을 짓밟았지만 여기에 침묵하고 같이 행동하지 않으면 노동탄압, 안전 무책임의 결과는 국민들한테 돌아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안전한 사회, 노동자와 시민이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한 활동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부탁드린다. 정부와 국회는 헌법에 보장된 대로 국민들을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그 책임을 다하고 국민들이 함께 동참해 줬으면 좋겠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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