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염호에서 ‘황금 소금’ 길어올린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방문한 아르헨티나 북서부 살타주(州)의 고지대에 위치한 ‘옴브레 무에르토(Hombre Muerto)’ 염호. 경비행기를 타고 해발 4000m 고지대에 내리자 끝없이 펼쳐진 고산지대에 사막식물처럼 생긴 독특한 식물들이 군데군데 자란 독특한 풍경이 펼쳐졌다. 마치 외계행성에 도착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에서는 현재 포스코그룹 외에도 미국 리벤트, 호주 갤럭시리소시즈 등 글로벌 자원개발 업체들이 광산을 채굴하고 있다. 이곳의 리튬 매장량 및 농도가 전 세계 염호 중 최고 수준으로 확인됐다고 포스코그룹은 설명했다. 포스코그룹은 2018년 8월 갤럭시리소스로부터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 북쪽 부분의 1만7500㏊ 규모의 광권을 2억8000만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2019년 2월 광권 인수를 최종 마무리했다. 포스코그룹은 이후 인근의 광권을 추가로 확보해 현재 여의도 면적의 약 30배에 해당하는 2만5500㏊에 달하는 광권을 갖게 됐다.
차를 타고 달려 가장 먼저 1단계 공장 건설 현장에 도착했다. 사방에 온통 산과 메마른 땅뿐인 벌판 위에 거대한 철골 구조물이 덩그러니 세워지고 있었다. 포스코가 리튬 공장 건설 현장을 공개한 이날도 건설 작업이 한창이었다. 고산지대의 낮은 기온과 강한 바람이 부는 가운데 안전모를 쓴 직원들이 건설 작업에 매진하고 있었다.
리튬 생산기술 및 운영을 담당하는 오재훈 포스코아르헨티나 상무보는 “염호 물 1ℓ에 리튬 0.9g 정도가 들어 있는데 아르헨티나에서 (생산되는 곳 중에서) 제일 좋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1단계 리튬 공장은 올해 2월 착공해 오는 2024년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완공되면 연 2만5000t 규모의 수산화리튬을 만들어낼 예정이다.
다음으로 찾은 데모플랜트 공장에서는 인산리튬을 가공하는 설비들이 가동되고 있었다. 공장 내부를 가득 메운 파이프들을 거쳐 배출구에서 정제된 인산리튬 가루가 쏟아져나왔다. 포대 안에 쌓이는 새하얀 리튬 가루의 촉감은 밀가루 같기도 하고 눈가루 같기도 했다. 데모플랜트 상공정의 최종산물인 인산리튬은 이후 공장 설비를 거쳐 최종 배터리 제조에 사용되는 수산화리튬으로 가공된다.
이곳은 포스코그룹이 리튬 정제 사업의 경제성을 확인하기 위해 2020년 8월 본격 가동을 시작해 지난해 4월까지 기술 검증을 마쳤다. 오 상무보는 그동안 염호 주위 여기저기를 평균 400m 깊이로 채굴하며 적합한 리튬이 묻혀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이어 포스코그룹이 현재 이곳에 조성한 ‘폰드’로 향했다. 폰드는 염호의 염수를 가두어 둔 인공 못이다. 직사각형 모양의 폰드 4개가 모여 스트림 1개를 이루며, 이곳에는 총 3개의 스트림이 있다. 폰드 1개의 크기가 5㏊이므로, 전체 농축폰드의 크기는 총 60㏊에 달한다. 약 30분 넘게 폰드 주위를 차로 달리면서 둘레가 약 4㎞에 달한다는 폰드의 거대한 크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이처럼 폰드를 나눠 구획한 것은 염수를 자연 증발시켜 염수 속의 리튬 농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농도가 높을수록 적은 염수에서 많은 리튬을 추출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염수의 약 75%를 농축시키는데, 총 4단계의 폰드로 나눠 단계적으로 농도를 높인다. 가령 A폰드 1000ppm, B폰드 1500ppm, C폰드 2000ppm, D폰드 4000ppm 등 갈수록 농도가 높아진다. 1ppm은 염수 1ℓ에 리튬 함량 1g이 녹아 있다는 뜻이다. 염수가 다음 단계 폰드로 이동할 정도로 농축되기까지는 약 1개월이 소요돼, 염수를 최종 단계까지 농축시키는 데는 3~4개월이 소요된다.
포스코그룹은 염호 리튬 추출 사업이 높은 수익성으로 향후 그룹의 미래 먹거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리튬은 이차전지 양극재의 핵심 소재로서 전기를 생성, 충전하는 역할을 하는데, 최근 수년 간 수요 증가와 공급 제한으로 인해 리튬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7월 리튬 정제를 ‘돈을 찍어내는 산업’에 비유하며 전 세계 기업들이 리튬 정제 사업에 뛰어들 것을 종용하기도 했다.
포스코그룹은 현재 2단계 사업 투자 계획까지 확정지은 상태로, 추가로 3·4단계 투자와 신규 염호 확보 등을 통해 염수리튬 생산 연 12만t 체제를 달성한다는 목표다.2단계 사업은 연간 2만5000t의 수산화리튬 생산 설비를 구축하는 것으로, 올해 말 염호에 탄산리튬 생산공장을 착공하고 탄산리튬을 수산화리튬으로 가공하는 공정은 내년 상반기에 국내 착공해 2025년 하반기에 준공할 예정이다. 또한 염수리튬과 함께 광석리튬,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등을 통해 2030년까지 리튬 생산 연 30만t 체제를 완성한다는 목표다.
살타(아르헨티나)=김지애 기자 am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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