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이창용 총재 "물가 2% 웃돌 것…금리인하 논의도 시기상조"(종합)
이 총재 "물가안정, 한은의 바꿀 수 없는 의무"
미국, 다시 금리 급격하게 올릴 가능성 줄어
정부, 내년 긴축적 모습 보이는게 물가에 도움
가장 큰 불확실성 '우크라 전쟁'…유가 예측 어려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내년 중 물가상승률이 ‘상고하저’의 흐름을 보이며 점차 낮아지더라도 목표 수준인 2%를 웃도는 높은 상승률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며 "물가에 중점을 둔 통화정책 운영을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20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내년 물가 전망과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물가상승세가 중장기적으로 우리 목표치로 수렴한다고 확신하는 근거가 있을 때 금리인하를 논의할 수 있는데 아직은 시기상조"라며 "물가안정은 한은의 바꿀 수 없는 의무"라고 강조했다.
아래는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지난 11월 금융통화위원회 때 금리인하 논의는 물가가 충분히 안정됐다는 확신이 있어야 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이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인가.
▲물가 목표제에서 ‘2%’ 기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다. 다만 2% 목표는 중장기적으로 달성하는 것이어서 단기적으로는 소비자물가 상승 흐름을 예측하기 위해 근원물가나 기대인플레이션 등을 모두 감안해서 결정한다.
-12월 연방준비제도(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점도표 보면 2024년부터 금리인하를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은이 Fed보다 먼저 금리인하를 할 수 있나.
▲11월 금통위에서 논의했던 것은 아직은 금리인하를 논의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물가상승세가 중장기적으로 우리 목표치로 수렴한다는 확신할 근거가 있을 때 금리인하를 논의할 수 있다. 우리 경제구조상 미국의 금리 결정이 우리 외환시장 등에 주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고려는 해야 하지만, 미국 금리에 따라 우리가 기계적으로 금리인상을 중단하거나 더 올리진 않는다.
-오늘 설명회 자료를 보면 한은은 물가 오름세 둔화에 방점을 둔 것 같다. 물가우선 정책에 변화가 있다는 것을 시사하나.
▲한은의 물가를 우선으로 하는 정책은 바꿀 수 없는 의무다. 한은법 1조를 보면 건전한 국민경제 발전을 위해 물가안정에 우선을 둬야 한다. 그러면서 금융안정에도 유의해야 한다. (최근) 물가 흐름이 둔화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고려하면서 물가안정에 목표를 두고 정책 펼칠 계획이다.
-장단기 금리 역전폭이 길어지고 있는데 시장에선 경기침체 신호로 보고 있다.
▲미국의 경우 다년간 연구를 통해 장단기 금리 역전이 생기면 향후 경기침체를 예상하는 중요한 지표로 받아들이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아직 학계에서도 논쟁 많다. 저는 단기적으로 올랐던 금리가 조만간 내려갈 것으로 본다. 이번에 금리 올라간 것은 에너지 등 공급측 요인이 많기 때문에 공급 불안이 안정되고 나서는 장기적으로는 내려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내년 전기 요금 인상폭이 지난 11월 전망보다 확대될 가능성 있다고 하셨다. 그럼 내년 물가상승 전망도 상향조정돼야 하나.
▲지난 11월에 예측할 때는 올해 올랐던 만큼 내년에 전기요금이 인상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지금은 그것보다는 더 올라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만 국제유가는 기존 전망보다 많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유가 하락과 전기요금 인상이 상쇄할 것으로 보인다.
-9~11월 초까지 비정상적인 폭으로 환율이 올랐는데 한은과 정부가 여러 대책을 내놨고, 이젠 상방 쪽으로 위험 요인이 없어졌다. 해외요인이 (다시) 생겨도 불안정해질 위험이 없어졌다고 판단할 수 있을까.
▲9, 10월 예외적으로 환율이 오른 것은 미국 금리인상 기조가 잭슨홀 이후에 훨씬 빨라졌기 때문이다. 전세계 공통적으로 달러 강세가 되고 환율이 절하됐다. 미국의 일방적인 빠른 속도의 금리인상 때문에 한쪽으로 쏠려 나타난 현상이다.
(하지만) 미국이 다시 금리를 급격하게 올릴 가능성은 크게 줄었다. 국내외 요인으로는 국내 투자자들 해외 투자가 늘었다. 환율 수준이 1400원 이상 넘어가면서 해외로 나가던 국내자금이 많이 되돌아왔다. 그런 면에서는 위험성이 줄어든 상태이지만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 급격한 환율 변화는 아니라도 기조가 어떻게 변화할지는 조금 더 살펴봐야 할 것 같다.
-한은이 올해 소비자물가 전망치를 계속 상향해왔는데, 국제유가나 공공요금 인상을 제대로 반영 못했다는 일부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
▲한은 예측치가 계속 상향 조정되고 정교하지 못했던 건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다만 올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격히 변화하는 등 예측이 쉽지 않았다. 우리뿐 아니라 모든 나라들이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고, 관대하게 비교해 줬으면 한다.
-물가 안정을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은 어떤 것이 있다고 생각하시나.
▲물가는 총수요 관리 측면도 있지만 농산물 등 수급요인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채소 등에 대한 수급 관리에 정부가 많은 긍정적인 역할을 해서 물가를 많이 안정시켰다. 정부가 재정적자를 올해보다 내년에 더 줄여서 가는 긴축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 정책 정합성과 총수요 관리에도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은 금리인상을 이어오면서 과잉대응보단 과소대응 위험이 더 크다는 입장을 견지했었다. 내년 최종금리 수준으로 3.5%를 제시했는데 이 정도면 과소대응 위험은 없다고 보시나.
▲지난번에 금통위원 다수가 3.5%를 최종금리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는데, 이는 의견을 얘기해서 시장과 소통하기 위해서 한 것이지, 한은이 앞으로 그렇게 가겠다거나 약속으로 이해하시면 곤란하다. 전제가 바뀌면 이 내용도 바뀔 수 있다. 11월 데이터로만 보면 다수 금통위원들이 3.5%면 과소, 과잉대응 아니라고 생각했다.
-국제유가 전제가 지난달 전망보다 크게 낮아졌다고 하셨는데 그럼 내년 물가 전망에 대한 하향 수정 가능성이 있나.
▲국제유가 상황은 11월 예상보다는 낮아졌는데 계속 지속될지는 불확실성이 크다. 가장 큰 불확실성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다. 제가 지난 4월에 부임할 때 10, 11월이면 전쟁이 안정되고 가닥을 잡을 거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는데 제 전망은 여지없이 깨졌다. 전쟁이 지지부진하게 더 오래되면 유가가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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