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 모친이 피해자 자녀 후견인 됐다…논란의 보고서 뭐길래
'여수 의처증 살인 사건' 피해자 자녀 후견인으로 가해자 가족이 선임된 것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피해자 유족측은 "가해자 측이 후견인 선임에 앞서 가사조사관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지 않은 것 같은데 이런 결정이 났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광주가정법원 순천지원은 지난 9일 부인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41)에게 자녀 친권상실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자녀 후견인으로 A씨 어머니 B씨(61)를 선임했다. 친권상실은 피해자 C씨(40) 언니가 청구했다. 재판부는 “자녀 중 2명이 할머니와 살기를 원하는 점, 나머지 1명은 ‘남매와 함께 있고 싶다’고 의사를 표현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사건 기록과 가사조사관 보고서, 심문 전체 취지를 종합하면 청구인과 B씨 모두 자녀들이 겪었던 아픔에 공감하면서 상처받지 않고 성장하길 바라는 등 깊은 애정과 사랑을 가지고 있다”며 “현재 각자 위치에서 양육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A씨 자녀 가운데 첫째와 막내는 친할머니, 둘째는 이모(피해자 언니)가 돌보고 있다.
가사조사관 보고서에 판가름
법조계에 따르면 후견인은 법원 소속 공무원인 가사조사관 조사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가사조사관은 가족 양육 태도와 환경, 경제·물리적 여건, 자녀와 유대감 등을 면밀하게 조사한다. 미성년 자녀의 성장과 복지를 최우선 고려한다. 이 때문에 자녀 선택도 중요하지만, 가사조사관이 작성한 보고서 내용에 따라 재판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게 법조계 의견이다.
유족은 “가사조사관이 조사할 당시 B씨가 바쁘다는 핑계로 첫째와 막내를 데려가지 않는 등 조사에 제대로 임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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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가정폭력 외면한 B씨, 아이 맡길 수 없어”
유족은 “첫째는 학교 친구들과 떨어지기 싫을 뿐, 막내는 어린 초등학생이라 판단 능력이 낮다. 둘째도 조사에서 ‘남매와 있고 싶다’고 했지만, 당시는 방학이라 친구들이 없어 외로워서 진술한 것”이라며 “새로운 친구들이 생긴 지금은 이모와 지내고 싶어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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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도 의심에 살인까지
판결문 등에 따르면 지난 5월 7일 새벽 전남 여수시 한 아파트에서 시작된 말다툼이 살인까지 이어졌다. 말다툼 중 위협을 느낀 C씨는 집을 뛰쳐나가 아파트 주차장에 있던 자신의 차로 도망쳐 문을 잠갔다. A씨는 주변에서 보도블록 주워 창문을 부수고 B씨를 자신의 차량으로 끌고 가 주먹을 휘둘렀다. C씨가 차 밖으로 달아나며 ‘살려달라’고 소리치자 A씨는 뒤쫓아가 준비한 흉기를 휘둘러 C씨를 숨지게 했다.
A씨는 1심 재판 과정에서 “아내가 바람을 피워 가정을 지키기 위해 말다툼이 시작됐다. 범행 당시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며 살인 혐의를 부인, 상해 치사를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A씨와 검찰은 항소했다. 지난 15일 광주고법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A씨는 돌연 살인 혐의를 인정, 반성하고 있으며 우발적 범행이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검사는 “유기징역은 가석방 가능성이 크다”며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여수=황희규 기자 hwang.heeg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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