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반도체 손발 묶는 美…"삼성·SK 장기전 준비해야"
中 추격 벗어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기 수혜 전망
전문가들 "중국의 반도체 독자 개발에 따른 리스크 경계해야" 한목소리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막기 위해 연일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원천 기술을 미국에 의존하면서 대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기업들의 셈법 역시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당분간 중국의 거센 추격에서 벗어나게 되면서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중국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첨단 기술 확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장기전을 대비해야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반도체 기업인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등을 포함한 기업 36곳을 사실상 블랙리스트인 수출통제(entity list) 대상으로 지정했다. 첨단 반도체와 슈퍼컴퓨터(AI)용 반도체, 특정 반도체 장비 등 중국 수출 통제 방침을 발표한지 두 달 만이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기업들은 앞으로 미국 허가 없이는 미국산 부품 ·장비를 구매할 수 없다. 이들 업체들은 주로 레거시(보급형) 반도체를 취급하고 있어 미국산 장비 없이는 첨단 반도체 생산·판매가 어렵다. 대만의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가 YMTC가 미국의 제재로 3D 낸드 플래시 시장에서 철수할 위험에 처했다고 분석한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의회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창신메모리(CXMT), 중신궈지(SMIC), YMTC 등 중국 업체들이 만든 반도체 사용을 제한하는 법안을 준비중이다. 해당 법안은 통신, 정보 네트워크 등 중요 시스템에 대한 중국산 칩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같은 미국의 강력한 제재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좌절시킴으로써 헤게모니 싸움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중국 역시 미국의 칼춤에 맞서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등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중을 둘러싼 '반도체 방정식'이 갈수록 복잡해지는 상황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은 생존을 위한 돌파구가 더욱 절실해졌다. 미국에는 원천 기술을, 중국에는 판매 시장을 두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우리 산업에 불리하지 않도록 전략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다.
업계 안팎에서는 그동안 한국을 바짝 추격했던 중국 반도체에 제동이 걸리면서 단기적으로는 국내 기업들의 수혜가 예상된다는 반응이 나온다. 유진투자증권은 "YMTC는 애플의 서플라이 체인(공급망)으로 고려되고 있던 업체라는 점에서 국내 메모리 업체들에게는 호재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중국 업체들은 삼성·SK와 달리 중저가 '레거시' 반도체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제재가 국내 기업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YMTC는 공급망에 포함됐을 뿐이지 실질적인 납품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그런 상황을 고려하면 우리 기업에 미치는 영향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이 워낙 강력하게 '중국 때리기'에 나선 것은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중국이 미국, 한국, 일본 등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 성장으로 반도체 방향을 우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중국이 각종 우회적인 방법을 동원해 기술 확보에 나서게 될 경우, 한국 정부과 기업들은 그만큼 모니터링에 한계가 발생한다. 김양팽 전문연구원은 "규제가 너무 심하면 오히려 중국의 기술 개발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안보 동맹과 더불어 경제 실리를 취해야 하는 '절묘한 균형'을 찾기가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특히 중국 내 생산설비가 적지 않고, 최대 수입국 역시 중국이어서 삼성·SK의 고민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액 1280억 달러 중 대중국 수출은 502억 달러로 약 39%를 차지했다. 홍콩(266억 달러)을 포함하면 비중은 60%나 된다.
다만 갈수록 노골화되고 있는 미국의 '공동 전선' 요구를 배제하기도 힘든 만큼 전략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미국이 강점을 가진 반도체장비 시장은 높은 기술장벽, 독과점 구조 등으로 단기간 내 국산화가 어려운만큼 장기적인 안목으로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연구개발(R&D)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효수 반도체협회 정책지원본부장은 "중국은 우리가 버릴 수 없는 최대 시장 중 하나로, 긴밀한 협력을 위해 민·관이 나서야할 필요가 있다"면서 "원천기술을 가진 미국과도 우리 의견을 어필해 나가면서 관계를 구축해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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