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월드컵서 보인 통합 에너지‥與野 협치로 이어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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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이 저물어가고 있다.
7개월이 지난 지금 '국민통합'은 제대로 실현하고 있는 것일까.
갈등과 분열에 시달리는 한국 사회를 통합하면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것으로 월드컵 대표팀의 활약만 한 게 있을까.
20년 만에 2002년의 에너지가 이번 월드컵에서 되살아난 만큼, 혁신과 통합의 에너지는 여야 협치로 이어가는 게 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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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 2022년이 저물어가고 있다. 부족했던 일들을 성찰하고 새롭게 다짐하는 시간이다. 무엇보다 정치권의 반성이 필요하다. 새정부가 출범한 지 1개월쯤 되던 6월2일 윤 대통령은 한일월드컵 20주년을 맞아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을 비롯한 당시 선수단과 만찬을 했다. 그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우리의 정치가 분열로 치달을 때 2002년같이 국민통합이 되면 대한민국이 못 할 것이 없다는 얘기를 많이들 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라고 하면서 국민통합을 강조한 바 있다.
7개월이 지난 지금 ‘국민통합’은 제대로 실현하고 있는 것일까.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바라보는 국민 여론은 냉랭하다. 국정운영의 파트너로서 대안 제시가 부족한 야당에 대한 국민 정서도 차갑기는 마찬가지다. 야당이 ‘이재명 사법 리스크’에 대한 방탄 프레임에 갇혀 ‘비토(veto) 정치’의 늪에 빠져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올해는 어두움도 많았다. 최근 화물연대 파업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듯이, 대화와 타협보다는 명령과 처벌이 강조되는 실정법과 검치(檢治)의 논리가 우선됐다. 이에 따라 정치가 실종되고 정부가 부재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분출했다. 양극화한 진영 정치와 파당적 정쟁을 멈추게 하는 골든타임에 절박했던 ‘여야 협치’는 연말까지 끝내 작동되지 못했다.
정치권이 협치를 외면하고 대립과 분열로 싸우고 있을 때, 159명을 희생시킨 이태원 참사가 일어났다. 슬픔에 공감하는 상식을 가진 정치권이라면 당연히 정쟁을 멈추고, 사태 수습과 재발 방지 및 일상 회복에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렇게 하지 못했다. 국정조사 실시에 합의해놓고도 문제 해결과 거리가 먼 책임 공방에 빠져들어 아까운 시간을 허비했다.
어둠이 많았다고 해서 밝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붉은악마의 거리 응원전이 되살아나고 우리 축구대표팀이 기적적으로 16강에 진출해 국민에게 용기를 준 것이다.
시민들은 포르투갈을 상대로 기적 같은 역전승을 거두고 16강에 진출한 태극전사의 투혼과 승리를 지켜보면서 감동을 받고 자신감을 얻었다. 갈등과 분열에 시달리는 한국 사회를 통합하면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것으로 월드컵 대표팀의 활약만 한 게 있을까. 이태원 참사로 전 국민이 슬픔에 잠겨 있는 시기에 희생자들과 같은 또래의 태극 전사들이 보내온 승전보는 너무나 값지다.
이번 월드컵의 쾌거는 무엇보다도 2002년 월드컵에서 탄생한 혁신의 리더십과 통합의 거리 응원을 되살리는 계기가 됐다는 점이다. ‘학연·지연 배제-실력 위주 선발’이라는 히딩크 전 감독의 ‘혁신 리더십’은 파울루 벤투 감독의 ‘빌드업 축구’로 이어졌다. ‘빌드업 노선’은 그동안 우리 축구의 약점으로 드러난 일명 ‘뻥축구(kick and rush)’를 점검하도록 만들었다.
히딩크는 4강이라는 가시적인 성과를 넘어서 한국이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혁신의 방법론’을 제시했다. 선후배 위계질서 타파, 공정하고 합리적인 실력 위주의 경쟁, 전문화하고 분업화한 운영 시스템의 구축 등에 이르기까지 히딩크가 던진 화두는 축구계의 병폐를 넘어 한국 정치가 오랫동안 가지고 있는 낡은 관습과 구태에 대한 과감한 혁신을 제기했다.
20년 만에 2002년의 에너지가 이번 월드컵에서 되살아난 만큼, 혁신과 통합의 에너지는 여야 협치로 이어가는 게 자연스럽다. 새해엔 정치권이 협치에 성공해 국민에게 삶의 희망을 주면서 민생이 회복되고 국민통합이 살아나기를 소망해본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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