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령 신입생' 77세 만학도, 자서전 수익금으로 이웃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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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3개월 만 중·고교 검정고시 이수, 대학까지
77세 나이로 올해 새내기 대학생(극동대)이 된 손수춘씨가 자서전 판매 수익금을 장학금으로 기탁했다.
충북 음성군에 사는 손씨는 지난 16일 음성군장학회에 장학금 200만원을 전달했다. 장학금은 지난달 30일 출간한 자서전 판매 수익금에 사비를 보태 마련했다. 자서전 제목은 『할아버지의 일생』이다. 어려웠던 유년시절과 검정고시 도전, 타향살이, 첫사랑 이야기, 6·25 전쟁 경험담 등을 담았다.
손씨는 “자서전 300권을 인쇄해 가족이나 지인에게 나눠줬다”며 “소정의 비용을 건네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이 돈을 모아 장학금으로 기탁하게 됐다”고 말했다.
손씨는 아크릴 제조업으로 성공한 사업가였다. 하지만 집안 형편이 어려워 초등학교를 끝으로 학교에 가지 못했다. 6년 전 사업을 정리하고 배움의 한을 풀고자 2020년 2월부터 검정고시에 도전했다. 공부를 시작한 지 1년 3개월 만에 중고교 학력 검정고시에 잇따라 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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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 후 복지분야 종사할 것”
그는 “자서전을 쓰면서 인생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힘든 시기를 겪는 청년들이 내 이야기를 듣고 용기를 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손씨는 현재 2학기 기말고사를 치르는 중이다. 고령인 데다 당뇨 증상이 있어서 학업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화요일과 수요일은 온종일 대학 캠퍼스에서 수업을 듣는다. 월·목요일은 오후 수업을 듣고 자서전 쓰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수업이 있는 날은 오전 6시에 일어나 자동차로 50분 거리에 있는 극동대로 향한다.
손씨는 “대학 입학 직후인 3월에 계단을 오르기 힘들 정도로 건강이 악화하고, 당뇨 수치가 위험단계로 올라갔었다”며 “체중을 6개월에 걸쳐 10㎏ 줄였다. 식이요법을 병행하며 건강을 어느 정도 회복해 학업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손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복지 분야에서 종사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4학년이 되는 3년 뒤 그의 나이는 80세가 된다. 손씨는 “사회복지는 내 가족과 국민, 우리 사회를 돌보는 일이라고 생각해 전공으로 택했다”며 “평생 사업을 하며 여러 사람의 도움 받았다. 남은 인생은 남을 돕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음성=최종권 기자 choi.jong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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