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 전세 거래 줄어들자 임대사업자 '보증금 반환' 비상

김민영 2022. 12. 20.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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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절벽에 세입자 못 구해
전세자금반환용 주담대
대출 불가능
정부, 규제 완화 계획 시사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임대사업자인 김민정씨는 전세 세입자 만기가 다가오지만 아직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최근 전세 대출금리가 6~7%대로 상승해 전세 수요가 급감하면서 전세 거래절벽 상황인 데다 1~2금융권에서 전세퇴거자금용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전세금을 돌려주려고 했으나 임대사업자의 주담대 대출 금지 조치 탓에 이마저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임대사업자는 부기등기 때문에 개인 일반사업자 자격으로 대출 실행도 안 되기 때문에 김씨는 보증금을 제날짜에 돌려줄 수 없을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고금리에 전세거래가 뚝 끊기면서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임대사업자들이 보증금 돌려주기에 애를 먹고 있다.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은행 대출로 보증금을 보전해주려고 해도 임대사업자의 경우 주담대가 불가능해 보증금을 마련할 길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결국 임대사업자가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하면 그 피해는 세입자가 고스란히 입게 된다.

전세금 반환이 제때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면서 전세사고도 늘어나는 추세다. 20일 한국부동산원의 ‘임대차시장 사이렌’에 따르면 11월 전국에서 발생한 전세 보증 사고 금액은 1862억원으로, 지난 10월(1526억원) 대비 2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사고 건수는 704건에서 852건으로 늘었고 사고율도 4.9%에서 5.2%로 상승했다. 전세 매물은 쌓이는데 수요가 받쳐주지 못하는 ‘수급 불균형’이 심화하면서 전세 보증 사고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 정보 애플리케이션(앱) 아실에 따르면 최근 한 달 새 서울지역 전세 매물은 5만1824건(11월20일)에서 5만4150건(12월20일)으로 4.4% 증가했다.

전세 시장은 금리 인상의 여파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직방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국 아파트 전세 가격은 5.2% 하락했다. 전세 거래량은 14일 기준 전국 54만6000여건으로 전년도 59만2000여건과 비교해 소폭 감소했다. 거래금액도 같은 기간 191조6000억원에서 177조4000억원으로 줄었다.

임대사업자들은 전세시장 위축으로 세입자 구하기가 어렵다며 전세퇴거자금용 주담대 규제를 풀어달라고 호소한다.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하면 그로 인한 피해가 세입자에게 전가된다는 이유에서다.

전세자금반환용 대출은 생활 안정 목적의 주담대로 분류된다. 생활 안정 자금은 현재 한도가 2억원이지만 전세자금반환용도라면 2억원 이상도 대출이 가능하다. 다만 2주택자는 대출 대상에서 제외된다. 대출받으려면 주택 처분 조건으로 매매계약서를 증빙해야 한다. 특히 전세자금 반환용도로 대출을 받으면 3개월 이내에 집주인이 입주해 실거주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정부도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해 임대사업자 대출 규제 완화 계획을 시사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5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제1차 국정과제 점검 회의에서 "현재 다주택자나 임대사업자에 대해서는 주담대 허용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며 "향후 시장 상황을 봐서 국토교통부나 기획재정부와 정책 방향을 맞춰서 이분들도 주담대를 쓸 수 있도록 추진하려 한다"고 말했다.

다만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 보증금 반환이 아닌 투자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존재한다. 예컨대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 다른 주택을 구매하거나 전세를 끼고 구매하는 갭투자 후 정작 보증금을 반환할 수 없는 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다주택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족까지 정부에서 구제해줘야 하냐는 시선이 있지만 현재 매매·전세 시장 상황을 볼 때 세입자 보호 차원에서라도 이 정도의 조치는 취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며 "또 투자심리가 완전히 꺾인 상황이라 대출받아 투자에 활용하는 다주택자도 거의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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