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발목잡기" - 민주 "용산 아바타냐"... 예산 협상 '평행선'
[박정훈, 곽우신, 남소연 기자]
2023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여야의 협상이 사실상 멈춰 섰다. 법정시한(2일), 정기국회(9일)는 물론이고, 김진표 국회의장이 제시한 시한(15일·19일)마저 두 차례나 지났지만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집권여당인 국민의힘과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사이 협의 테이블마저 구성되지 못 하면서, 자칫 올해를 넘길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양당은 20일 오전까지 예산안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경찰국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예산을 정부안대로 유지해달라며 민주당이 '발목잡기'를 한다고 지적했고, 반면 민주당은 용산 대통령실이 '초부자감세'와 '위법 시행령 예산'을 관철하면서 예산안에 개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 남소연 |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0일 오전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예산이 법정기일을 넘긴지 오래됐지만, 오늘(20일)도 어제(19일)와 달라진 상황이 없다"라며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평했다.
그는 "대내외적으로 이렇게 어려울 때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가지고 고집을 부리지지 말고 국정에 적극 협조해주기 바란다"라며 "행정안전부 경찰국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은 정부조직법 범위 안에서 합법적으로 설치된 기관"이라고 강조했다. 되레 "예전에 그 일들을 대통령 민정수석실에서 다 근거 없이 했을 뿐만 아니라 그것들이 여러 가지 폐단을 낳았기 때문에 정부 조직 안에서 투명하고 공정하게 하기 위해 만든 제도"라고 주장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걸 부정하고 발목 잡아서는 안 될 것"이라며 "다시 한 번 민주당의 협조를 요청한다"라고 밝혔다. 사실상 두 조직의 예산을 정부안대로 인정해달라 재차 요구한 셈이다.
그는 이날 출근길에 만난 기자들에게도 "어제 이후로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연락 되지 않은 상태이고, 국회의장께 전해 듣기로는 민주당에서는 우리 당이 새 제안 가져 오기 전엔 만나지 않겠다고 이야기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근데 저희는 새 제안이 있는 게 아니고 정부 원안대로 경찰국과 인사정보관리단이 일할 수 있게 예산을 빨리 편성해달라는 것 외에는 다른 내용이 없다"라고 못 박았다.
주 원내대표는 "합법적으로 설치된 경찰국과 인사정보관리단 예산이 깎일 이유가 없고, 이것 때문에 이 시급한 시기에 전체 예산 발목 잡는 것도 맞지 않다"라며 "민주당이 고집 부리지 말아달라는 요청만 계속 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 남소연 |
반면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이 의장 중재안을 수용하거나,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면서 여당의 입장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미 세 차례나 기한을 어긴 집권여당을 향해 윤석열 대통령은 '마지막까지 원칙을 지키며 내년도 예산안 처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라고 지시했다. 슈퍼 초부자감세와 위법 시행령 예산을 끝까지 관철하라는 용산의 뜻을 다시 한 번 강조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용산 아바타'로 전락한 여당과 도돌이표 협상을 해봤자 대통령의 거부로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하는 교착 상황이 길어지면서, 연일 부정적 민심만 높아지고 있다"라며 "역사상 어떤 여당이 예산안 볼모로 국회 운영 지연시키고 국민을 이처럼 불안하게 한 적이 있었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지금이라도 의장 중재안을 전면 수용해야 한다"라며 "입법부 일원이라면 의장 중재안에 대한 명확한 공식 입장부터 밝히길 바란다. 불수용한다면 그 이유 밝히고 떳떳하게 대안 제시해달라"라고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을 향해선 "더는 국회의 헌법적 권한을 침해하지 말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라며 "국회는 대통령의 들러리가 아니다. 주권자로부터 위임받은 권한 통해 행정부 견제하는 헌법기구라는 사실 명심하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진표 국회의장에게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시한을 정하고 여당이 수용하지 않는다면 즉시 본회의를 열어 의장 중재안이든 민주당 수정안이든 정부 원안이든 처리해야 한다. 이제는 결단을 내려달라"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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