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첫 연승' KB, 박지수 있으면 강해진다
[양형석 기자]
KB가 안방에서 신한은행을 꺾고 시즌 개막 후 첫 연승을 기록했다.
김완수 감독이 이끄는 KB스타즈는 19일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신한은행 2022-2023 여자프로농구 3라운드 신한은행 에스버드와의 홈경기에서 62-55로 승리했다. 시즌 개막 후 13경기에서 2승11패로 최악의 부진에 빠지며 '디펜딩 챔피언'의 체면을 구겼던 KB는 지난 17일 하나원큐전 승리에 이어 이날 신한은행까지 꺾으면서 시즌 개막 후 처음으로 연승행진을 달렸다(4승11패).
KB는 이날 3점슛 성공률이 10.5%(2/19)에 그쳤을 만큼 외곽슛 감각이 좋지 않았지만 신한은행의 골밑을 잘 공략하면서 승리를 따냈다. KB는 강이슬이 16득점 10리바운드 3어시스트, 김민정이 12득점 4리바운드 2스틸을 기록하며 KB의 연승을 이끌었다. 그리고 지난 17일 하나원큐전에서 시즌 개막 후 처음으로 코트를 밟았던 '국보센터' 박지수는 이날도 18분25초 동안 19득점 7리바운드 1블록슛을 기록하며 강한 존재감을 뽐냈다.
▲ 강이슬은 박지수가 복귀한 최근 2경기에서 평균 22득점10리바운드를 기록하며 경기력이 부쩍 살아났다. |
ⓒ 한국여자농구연맹 |
KB는 지난 시즌 정규리그 25승 5패라는 압도적인 성적에 이어 챔피언 결정전에서도 우리은행 우리WON에게 3연승을 거두며 가볍게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챔프전 3경기에서 평균 17득점 17리바운드 5.3어시스트를 기록한 박지수는 정규리그에 이어 챔프전 MVP까지 휩쓸며 WKBL에 '박지수 시대'를 활짝 열었다. 만 24세에 불과한 박지수의 나이를 고려했을 때 건강 이슈만 없다면 박지수의 시대는 한동안 계속 이어질 확률이 매우 높아 보였다.
하지만 박지수의 유일한 걱정이었던 건강 문제는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다. 9월에 열리는 여자농구 월드컵을 한 달 앞둔 지난 8월 박지수가 공황장애 초기 진단을 받으며 대표팀에서 제외된 것이다. 공황장애는 치료나 재활을 통해 회복이 가능한 신체의 부상이 아닌 '마음의 병'이기 때문에 회복 후 복귀까지 얼마나 긴 시간이 걸릴지 섣불리 예측할 수 없었다. 분명한 사실은 박지수의 이탈로 소속팀 KB가 엄청난 손해를 입게 됐다는 점이다.
결국 KB는 박지수 없이 2022-2023 시즌을 시작했다. 물론 KB는 박지수가 빠졌다 하더라도 5시즌 연속 3점슛 1위에 빛나는 리그 최고의 슈터 강이슬을 비롯해 김민정, 허예은, 김소담 등 전·현직 국가대표 선수들이 즐비한 팀이다. 박지수가 있던 지난 시즌과 같은 독주는 힘들겠지만 챔프전 우승 경험이 있는 만큼 여전히 경쟁력 있는 전력을 유지할 수 있을 거라는 게 농구 팬들의 일반적인 예상이었다.
하지만 KB에게 팀의 기둥이었던 박지수의 공백은 생각보다 훨씬 컸다. KB의 공격은 박지수에게 공을 투입해 상대 수비를 끌어 모은 다음 빈 자리에 있는 선수가 슛을 노리는 전술이 기본이다. 하지만 박지수가 이탈하자 KB의 경기 패턴은 뿌리째 흔들릴 수밖에 없었고 이는 단기간에 극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박지수가 든든하게 골밑을 지키고 나머지 선수들이 외곽을 담당했던 수비가 흔들리는 것도 큰 문제였다.
결국 KB는 시즌 개막 후 13경기에서 2승11패에 머물며 중위권 경쟁은커녕 하나원큐와 최하위 다툼을 하는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실제로 시즌 1승에 머물러 있는 하나원큐의 첫 승 제물도 다름 아닌 KB였다. 그렇게 지난 시즌 83.3%의 승률로 다른 팀들의 '저승사자' 역할을 하던 KB는 이번 시즌 박지수 한 명이 빠졌다는 이유로 1할대의 승률에 허덕이는 동네북 신세로 전락했다.
▲ 박지수는 코트 복귀 후 2경기 만에 팀 내 최다인 19득점을 기록했다. |
ⓒ 한국여자농구연맹 |
그렇게 최악의 시즌을 예약한 듯 했던 KB에게 한줄기 희망의 빛이 보이기 시작한 것은 이달 초부터였다. 공황장애 진단 후 치료에 전념했던 박지수가 팀에 합류해 벤치에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비록 당장 경기에 나설 수는 없지만 박지수가 팀에 합류해 동료들과 동행하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KB에게는 큰 힘이 될 수 있었다. 실제로 박지수는 팀 훈련에 참여하며 조금씩 복귀를 준비했다.
소속팀 KB의 하위권 추락을 지켜보던 박지수는 지난 17일 하나원큐와의 경기를 통해 시즌 개막 후 처음으로 코트를 밟았다. 비록 7분58초에 불과한 짧은 시간이었지만 박지수는 4번의 슛을 시도해 시즌 첫 득점을 올리고 2개의 블록슛을 기록하면서 경기감각을 익혔다. 무엇보다 접전상황이 아닌 어느 정도 여유 있는 리드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의 출전이라 박지수도 부담 없이 경기를 소화할 수 있었다.
박지수는 이틀 후 신한은행과의 경기에서는 17일 하나원큐전보다 2배가 넘는 제법 긴 시간 동안 코트를 누볐다. 비록 선발로 출전하진 않았고 김완수 감독의 철저한 관리 속에 수시로 코트와 벤치를 오갔지만 전체 경기 시간의 절반에 가까운 18분 이상의 출전시간을 가졌다는 것은 분명 의미가 있었다. 박지수는 이날 13개의 슛을 시도해 8개를 성공시키며 양 팀 합쳐 가장 많은 19득점을 올렸다(필드골 성공률 61.54%).
박지수의 성공적인 복귀는 KB는 물론이고 리그 전체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 만약 박지수가 지금처럼 조금씩 출전시간을 늘리고 점차 지난 시즌의 기량을 회복한다면 KB의 전력은 전반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박지수가 코트에 있을 때 KB 선수들의 눈빛과 자신감은 2승11패로 하위권에 허덕이던 때가 아닌 통합우승을 차지했던 지난 시즌으로 돌아간 듯 했다.
공교롭게도 KB는 오는 22일 지난 시즌 챔프전 상대이자 이번 시즌 박지수가 빠진 사이 14승1패로 리그를 지배하고 있는 우리은행을 상대로 4라운드 첫 경기를 치른다. 물론 아직 박지수가 베스트 컨디션이 아닌 만큼 최강의 전력을 자랑하는 우리은행을 상대로 무리할 이유는 전혀 없다. 하지만 박지수의 복귀 이후 KB가 '디펜딩 챔피언'의 위용을 회복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시즌 첫 연승을 통해 증명하고 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왜곡된 전기요금 부작용 누가 감당하나
- 이태원 생존자의 죽음... 모두 무너져내리는 기분입니다
- 여드레째 곡기 끊은 화물노동자가 윤 대통령에게
- '보배' 딸의 하루 늦은 49재, 남몰래 훔친 아빠의 눈물
- 이 글을 읽고 두물머리에 가면 좋습니다
- 이태원 분향소 찾았다 황급히 떠난 한덕수 향해 "섬뜩하다"
- [오마이포토2022] "인간답게 대해주니까 이것들이" 이태원 난무 막말들
- [오마이포토2022] 환노위원장 만난 정의당 "노란봉투법 꼭 만들어야"
- 밭 한가운데서 볼 일... 깻잎 한 장에 깃든 불법 노동
- '고발사주' 연루 검사 폰, 포렌식 후 발견된 이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