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근원물가 오름세…한은 "누적된 비용 인상 압력 커"

서소정 2022. 12. 20.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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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원물가 상승률 4%대로
보복소비·공급병목 현상 영향
국내외 경기 하방 압력 커지며
근원물가 오름세 축소 전망
비용측면 상승 요인 남아
전기·가스 요금 인상폭 늘면
경기 둔화에 따른
물가 하방 압력 상쇄할 수도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문제원 기자] 한국은행이 향후 소비자물가가 당분간 5% 내외의 상승률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면서 내년에도 고물가 공포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 7월 정점을 찍은 뒤 둔화 흐름을 보이는 것과 달리 물가의 추세적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물가 상승폭이 확대되고 있어 내년 물가 불안이 더 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5%대 고물가 상황이 내년 초까지 지속되면서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도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한은이 주목하는 지표는 근원물가다. 20일 한은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7월 6.3% 정점을 기록한 뒤 점차 둔화하고 있지만 근원물가는 최근까지 오름세가 확대되고 있다.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 상승률의 경우 7월은 3.9%로 4%를 하회했지만, 8월(4.0%) 4%대에 진입한 뒤 9월 4.1%, 10월 4.2%, 11월 4.3%로 확대되고 있다. 코로나19 회복 과정에서 보복소비가 늘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공급 병목 현상과 원자재 가격 상승효과까지 복합적으로 겹친 영향이다.

◆외식 등 개인서비스, 근원물가 끌어올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등의 영향으로 수요측 물가압력이 한층 높아진 데다 임금상승, 원자재가격 상승 등으로 그간 누적된 비용인상압력이 여타 상품과 서비스 가격에 반영된 결과"라며 "특히 외식물가가 가파르게 올랐는데, 지난 9월중 상승률은 30여년 만에 최고 수준인 9.0%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광범위하게 상승세가 확산해 온 외식 등 개인서비스 물가가 근원물가 오름세 확대를 주도했다는 설명이다. 근원물가 내 상품가격도 수급차질, 원자재 가격 상승의 이차효과 등으로 올해 들어 완만하나마 오름세가 꾸준히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정부의 영향이 없었다면 이 같은 근원물가 상승 폭이 더 커진다는 데 우려감이 크다. 관리물가 제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 상승률은 6월 4.6%에서 7월 4.7%, 8월과 9월 각 4.8%에서 이어 10월 5%, 11월 5.1%까지 높아졌다. 공공서비스 요금 인상 억제 등 정부의 물가 관리가 없었다면 근원물가 상승률마저 5%를 돌파했을 것이란 의미다. 내년 전기·도시가스 요금 인상분이 올해보다 약 2배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물가 압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

한은은 앞으로는 국내외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면서 근원물가 오름세가 점차 축소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기준금리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1월까지 2.75%포인트 인상돼 소비심리가 악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글로벌 긴축 등에 따른 해외여건의 급격한 악화로 국내 경기둔화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경기 정점 이후에는 시차를 두고 근원물가 오름세가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 하반기 이후 대출금리 상승, 매매거래 위축으로 전세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점도 근원물가 상승률 둔화 요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세가격은 올해 들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지난 11월에는 월세도 소폭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전세와 월세가 소비자물가에서 차지하는 가중치가 크기 때문에 부동산 경기 침체는 물가 하락에 큰 영향을 미친다.

다만 비용 측면의 근원물가 상방 압력은 지속될 것으로 우려됐다. 한은은 "식료품, 에너지 등 비근원 품목의 가격상승이 근원 품목에 대한 비용 측 인상 압력을 높여 물가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외식에 영향을 미치는 가공식품 가격도 여전히 높은 오름세를 지속하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2022년 하반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전기·도시가스 요금 인상, 물가 상방압력= 특히 근원물가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전기·도시가스 요금 인상폭이 확대될 경우 비용측면의 상방압력이 크게 높아지면서 경기둔화에 따른 물가 하방 압력을 상쇄할 수 있다. 전기·도시가스 요금의 경우 그동안 누적된 비용 인상 압력이 상당하기 때문에 내년에 요금이 상당폭 인상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글로벌 공급 차질이 이어지는 것도 문제다. 우리나라는 물류비, 환율, 원자재가격 상승 등으로 최근 원가 상승 부담이 큰 상황이고, 반도체 수급 차질로 자동차, 휴대전화 등의 가격 상승 압력도 높다. 국내 컨테이너 수입운임은 아시아 역내 항로에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고, 이는 점차 소비자가격에도 전가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미·중 갈등 심화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으로 경제권·공급망이 우호국 위주로 재편되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약화하고, 생산·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도체 등 첨단기술을 중심으로 미국의 대중 견제가 이어지면서 국제분업 체계가 약화하면 중장기적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

이 총재는 "소비자물가는 당분간 5% 내외의 상승률을 이어가겠지만 국내외 경기 하방압력이 커지면서 오름세가 점차 둔화돼 내년에는 상고하저의 흐름을 나타내면서 점차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그러나 둔화 속도와 관련해서는 향후 국내외 성장과 유가 흐름 등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중 물가상승률이 상고하저의 흐름을 나타내면서 점차 낮아지더라도 물가목표 2%를 웃도는 높은 수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물가에 중점을 둔 통화정책 운영을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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