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취업·1억' 대가 간기증 약속 혐의 母, 1심 벌금형

아들을 취업시켜 주는 대신 자신의 간을 기증해 주기로 약속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여성이 20일 오전 1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대현 기자] 아들을 취업시켜 주는 대신 자신의 간을 기증해 주기로 약속한 혐의로 50대 여성이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아시아경제 11월8일자 '[서초동 법썰]"아들취업과 1억원"…건설사 회장에 간 기증 약속한 母' 기사 참조

20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25-1부(재판장 박정길 부장판사)는 장기이식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52·여)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범행을 인정 및 반성하고 있고, (범행 과정에서) 실제 금전 수수는 이뤄지지 않았다"며 "범행에 가담한 정도가 중하지 않고 초범인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앞서 A씨는 국내 모 건설사 회장에게 간을 기증하는 대가로 '아들의 취업'과 '현금 1억원' 등을 약속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현행 장기이식법 등 관련 법 조항은 대가를 약속하고 장기 등을 다른 사람에게 주거나 주기로 약속해선 안 되고, 이를 교사·알선·방조해서도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건설사 사장은 회장인 아버지를 위해 직원들이자 어려서부터 동네 친구였던 B씨(53·남)와 C씨(53·남)에게 "대가는 지불하겠으니 간을 기증할 사람을 찾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A씨는 지난 2월 택시에서 B씨의 처제인 지인의 통화를 엿듣다가 관련 사실을 알게 됐고, 자신이 기증자로 나설 수 있을지 묻게 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지난 3월7일 B씨의 안내에 따라 서울 강남구의 한 병원에서 회장의 며느리 행세를 했다. 친족이 아닌 사람이 장기를 기증하려면, 장기 매매 혐의가 없음을 입증해야 했기 때문이다. A씨는 적합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검사를 받고, 국립장기조직 혈액관리원에서 장기이식 대상자 선정승인까지 받았다.

그는 같은 달 30일 이식 수술을 할 병원에 입원했지만, 하루 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일정이 연기됐다. 이 과정에서 며느리 행세를 한 사실이 병원 의료진에게 들통나 수술 자체가 취소됐다. 회장은 몇 달 뒤 세상을 떠났다.

A씨는 법정에서 "B씨와 따로 전화하며 '그거 다 잘 되면, 원하는 대로 소원 들어줄 수 있다'고 들었다"며 "항공사에 다니는 아들이 코로나19로 재택을 하던 상황에서 엄마인 내가 법을 모르고 욕심을 냈다. 정말 죄송하다"고 흐느꼈다. "수술에 실패하고 병원에 다녀온 뒤엔 제가 10원도 요구하지 않았다"고도 강조했다.

한편 B씨는 A씨에게 줄 돈을 포함해 총 1억5000만원을 받기로 사장과 약속한 혐의, C씨는 A씨의 입원 과정을 돕거나 수술 절차에 관해 조언해주는 등 장기 매매 관련 행위를 방조한 혐의 등으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친아버지처럼 모시던 회장을 살리려고 이식에 관여했을 뿐, 재산상 이익을 약속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고 이날 징역 1년을 선고했다. 혐의를 인정한 C씨에겐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