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원물가 5% 육박…한은 "전기가스료가 압력 키울 것"

문제원 2022. 12. 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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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향후 근원물가 흐름 점검' 보고서
경기둔화 우려 커지지만 물가 불안 여전
전기·가스요금, 글로벌 공급차질 문제
누적된 비용인상 압력, 물가 둔화 상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 7월 정점을 기록한 뒤 점차 둔화하고 있지만 근원물가는 최근까지 오름세가 확대되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은 앞으로 고금리에 따른 경기둔화와 전세가격 하락 등으로 근원물가 오름세가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동안 지속적인 원자재가격 상승 탓에 비용 인상 압력이 많이 누적된 만큼 물가 불안이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20일 발표한 BOK 이슈노트 '향후 근원물가 흐름 점검'을 통해 "그간 원자재가격 상승 등으로 누적된 비용 인상 압력이 물가에 반영될 경우 근원물가에 대한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일부 품목을 중심으로 수급차질이 더디게 해소되고 있는 점도 비용 측면의 상방 압력으로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 2년여간 0%대에서 4%대 초중반까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과거에 비해 더욱 큰 오름폭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회복 과정에서 보복소비가 늘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공급 병목 현상과 원자재 가격 상승효과까지 복합적으로 겹친 결과로 해석된다.

한은은 "광범위하게 상승세가 확산해 온 외식 등 개인서비스 물가가 근원물가 오름세 확대를 주도했다"며 "근원물가 내 상품가격도 수급차질, 원자재 가격 상승의 이차효과 등으로 올해 들어 완만하나마 오름세가 꾸준히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전세가격 하락…물가 둔화 요인

한은은 앞으로는 국내외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면서 근원물가 오름세가 점차 축소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기준금리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1월까지 2.75%포인트 인상돼 소비심리가 악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글로벌 긴축 등에 따른 해외여건의 급격한 악화로 국내 경기둔화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경기 정점 이후에는 시차를 두고 근원물가 오름세가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 하반기 이후 대출금리 상승, 매매거래 위축으로 전세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점도 근원물가 상승률 둔화 요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세가격은 올해 들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지난 11월에는 월세도 소폭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전세와 월세가 소비자물가에서 차지하는 가중치가 크기 때문에 부동산 경기 침체는 물가 하락에 큰 영향을 미친다.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 밀가루 판매대 모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비용측면 근원물가 상승 요인 여전

다만 비용 측면의 근원물가 상방 압력은 지속될 것으로 우려됐다. 한은은 식료품, 에너지 등 비근원 품목의 가격상승이 근원 품목에 대한 비용 측 인상 압력을 높여 물가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외식에 영향을 미치는 가공식품 가격도 여전히 높은 오름세를 지속하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근원물가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전기·도시가스 요금 인상폭이 확대될 경우 비용측면의 상방압력이 크게 높아지면서 경기둔화에 따른 물가 하방 압력을 상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기·도시가스 요금의 경우 그동안 누적된 비용 인상 압력이 상당하기 때문에 내년에 요금이 상당폭 인상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글로벌 공급 차질이 이어지는 것도 문제다. 우리나라는 물류비, 환율, 원자재가격 상승 등으로 최근 원가 상승 부담이 큰 상황이고, 반도체 수급 차질로 자동차, 휴대전화 등의 가격 상승 압력도 높다. 국내 컨테이너 수입운임은 아시아 역내 항로에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고, 이는 점차 소비자가격에도 전가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미·중 갈등 심화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으로 경제권·공급망이 우호국 위주로 재편되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약화하고, 생산·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도체 등 첨단기술을 중심으로 미국의 대중 견제가 이어지면서 국제분업 체계가 약화하면 중장기적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

한은은 "앞으로는 금리 인상, 경기 하방 압력 증대, 주거비 하락 등의 영향으로 근원물가 상승세가 점차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근원물가의 높은 지속성,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그간 누적된 비용인상 압력의 이차효과, 일부 품목의 수급차질 해소 지연 등은 둔화폭을 제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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