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야구서 사라진 단골손님, 낯설기만 했던 '9위' 두산
[유준상 기자]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무려 7년 연속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그 사이 세 차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맛보면서 강팀 반열에 오른 두산 베어스는 누가 뭐래도 2010년대 중반 이후 최고의 팀이었다.
정규시즌 4위로 힘겹게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지난해까지는 저력을 발휘했지만, 올핸 한계를 체감했다. 제 몫을 해야 하는 주축 선수들이 대거 부진했다. 특히 '지난해 정규시즌 MVP' 아리엘 미란다가 일찌감치 전력에서 이탈해 짐을 쌌다.
▲ 두산은 '신인왕' 정철원의 활약 이외에는 이렇다 할 수확을 거두지 못했다. |
ⓒ 두산 베어스 |
수 년간 FA(프리에이전트)로 여러 명의 선수를 떠나보냈던 두산은 2021시즌 종료 후에도 외야수 박건우(NC 다이노스)의 이적으로 또 한 번의 이별을 맞이했다. 김인태, 안권수, 조수행 등 주전 자리를 꿰차고 싶었던 외야수들이 공백을 메워야 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화수분 야구'에 기댈 수 있었던 두산의 야수층은 시간이 지날수록 다소 얇아졌다. 그것이 올해 성적으로 그대로 나타났다. 게다가 김재환, 허경민, 양석환 등 주축 타자들이 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34개의 병살타를 친 외국인 타자 호세 페르난데스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매년 최소실책 상위권을 차지하며 물 샐 틈 없는 수비를 자랑했던 야수진은 117개의 실책을 범했다. 리그 최다 5위의 기록이었으나 지난해(89개), 2020년(85개)에 비하면 눈에 띄게 증가한 수치였다.
선발진도 제대로 꼬였다. 시즌 초반 미란다가 부상으로 이탈한 데 이어 '파이어볼러' 로버트 스탁은 불안한 제구로 믿음을 주지 못했다. 국내 선발 투수 중에서는 풀타임으로 시즌을 안정감 있게 보낸 투수가 없었다. 에이스 노릇을 해야 했던 곽빈, 최원준은 조금씩 아쉬움을 남겼다.
투-타 동반 부진이 길어지면서 돌파구를 찾지 못한 두산의 순위는 9위까지 추락했다. '명장'이라고 불리는 김태형 감독도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잠실야구장 관중석에는 주말에도 빈 자리가 듬성듬성 보였다.
▲ 두산의 파격적인 신임 감독 선임, 벌써부터 많은 관심을 받는 이승엽 감독 |
ⓒ 두산 베어스 |
시즌을 일찍 끝낸 만큼 두산의 움직임도 빨랐다. 정규시즌 최종전이 끝난 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김태형 감독, 배영수 투수코치에게 재계약 불가 통보를 전했다. 여기에 신임 감독으로 지도자 경력이 전무한 이승엽 감독을 선임했다. 말 그대로 파격적이었다.
이승엽 감독, 두산이 생각하는 방향성이 어느 정도 일치했으며, 지도자 경력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구단은 이 감독의 옆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눌 김한수 수석코치 등 외부 코치 영입으로 힘을 보탰다.
그 다음은 '전력 보강'이었다. 더 구체적으로는 안방에 무게감을 실어줘야 했다. 4년 전 NC로 떠난 양의지에게 다시 손을 내밀게 된 이유였다. 박정원 구단주를 비롯해 구단이 많은 노력을 기울인 끝에 그의 리턴이 성사될 수 있었다. KBO리그 역대 FA 최고액(152억 원) 경신과 함께 친정팀 복귀를 알렸다.
두산은 외국인 선수 3명도 전원 교체했다. 4년 동안 동행했던 페르난데스 등 후반기에 뛰었던 선수들과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 대신 새 외국인 투수 딜런 파일과 외국인 타자 호세 로하스, 2020년 두산서 20승을 달성했던 라울 알칸타라를 영입했다.
큰 전력 누수가 없었다. 기존에 있던 선수들이 분발해주면 언제든지 순위 경쟁에 긴장감을 불어넣을 수 있는 팀으로 꼽히는 두산이다. 재임 기간 이내에 한국시리즈를 경험하고 싶다고 했던 이승엽 감독의 바람은 이뤄질 수 있을까.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태원 생존자의 죽음... 모두 무너져내리는 기분입니다
- 왜곡된 전기요금 부작용 누가 감당하나
- 여드레째 곡기 끊은 화물노동자가 윤 대통령에게
- '보배' 딸의 하루 늦은 49재, 남몰래 훔친 아빠의 눈물
- 이 글을 읽고 두물머리에 가면 좋습니다
- 이태원 분향소 찾았다 황급히 떠난 한덕수 향해 "섬뜩하다"
- [오마이포토2022] "인간답게 대해주니까 이것들이" 이태원 난무 막말들
- 민주당, 예산심사 대신 월드컵 원정관람 최규 대전서구의원 제명
- '조그만 동전'의 저항권, 윤 대통령은 모르는 법치의 원리
- [오마이포토2022] '영정 사진 속 아이들 추울까봐' 마음으로 전하는 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