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100시간 넘게 일했던 고교생의 절규 "노동자도 국민"

차원 2022. 12. 20.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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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기자회견... "윤 대통령의 '노동혐오', 교육과정서 '노동' 지운 정부 규탄"

[차원 기자]

학교 정규수업에 노동교육을 포함할 것을 요구하며 167개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이 작년 4월 공동으로 발족한 학교로부터 노동교육 운동본부(아래 운동본부)가 2022 개정교육과정 총론에서 '노동'을 삭제한 윤석열 정부를 비판했다.

노동교육과 생태교육이 빠지고,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바꾸고, '성소수자·성평등' 용어를 삭제한 새 교육과정은 개정이 아닌 '개악'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1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후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고의 의미를 담은 '레드카드'를 문에 붙였다. 부착 과정에서 이를 막으려는 경찰과 충돌을 빚기도 했다.
  
"엉터리 교육과정 만든 윤석열 정부를 규탄한다"
 
 정부서울청사 후문에서 기자회견 연 학교부터 노동교육 운동본부
ⓒ 차원
 
사회를 맡은 김선경 운동본부 공동 집행위원장은 "지난해부터 교육과정 총론에 '노동' 두 글자를 넣기 위해서 많은 분들이 노력했다. 그렇게 노동이 포함됐지만, 곧 정권이 바뀌면서 노동이 삭제되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지난 14일 2022 개정 교육과정 심의본을 의결한 국가교육위원회(아래 국교위)에 대해서도 "졸속 심의 의결로 정부의 거수기 역할을 했다"고 비판했다.

규탄 발언에 나선 정예진 경기상업고등학교 3학년 학생은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손발 노동은 아프리카에서나 하는 것', '주 120시간 일할 수 있어야 한다'등 노동 혐오와 무지함을 보여주었다"며 "엉터리 교육과정을 만든 윤석열 정부를 규탄한다"고 발언했다. 또 "국교위 회의는 단 세 차례밖에 열린 뒤 이를 결정, 이배용 위원장은 정권 입맛에 맞는 위원들의 말만 듣고 정권의 입맛에 맞게 행동했다"면서 "졸속으로 의결된 새 교육과정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박동균 특성화고 졸업생은 "졸업을 앞둔 2018년 겨울,  많은 꿈을 안고 현장 실습생 신분으로 강원도에서 서울로 상경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하지 않았다"며 "아침 11시에 출근해 새벽 5시에 퇴근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일이 많으면 주말에도 출근해야 했고, 그럴 땐 노동 시간이 주 100시간을 넘어가기도 했다"고 호소했다. 이어 "그런 비참한 삶을 살면서도 한 달 월급 80만 원을 받았다. 학교에서도 그저 '참으라'고만 말해서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당시 노동교육을 제대로 받고 노동조합을 만날 수 있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라며 "노동교육이 교육과정에 들어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제 내 후배들은 나 같은 일을 겪지 않겠구나' 생각했다. 그러나 이게 무슨 일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노동교육을 원하는 사람은 국민이 아니고 노동자가 교육받는 것을 두려워하는 소수의 자본가만 이 나라의 국민이냐"고 호소하며 작년 10월 현장실습 중 사망한 홍정운씨, '구의역 김군', 콜센터 현장실습 중 실적 압박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홍아무개씨, 2017년 현장실습 중 사망한 이민호씨 등 산재 사고 피해자들을 호명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가 좀 더 일찍 노동교육을 시작했다면 이들의 안타까운 희생을 막을 수 있을 수도 있었다"며 "얼마나 더 많은 노동자가 피를 흘려야 노동교육을 할 생각인가. 노동교육이 정착되어 노동자의 땀이 인정받는 그 날까지 싸우겠다"고 이야기했다.

"노동을 뺀 교육은 '독재 교육'"
  
 "윤석열 정부는 교육과정 개악 즉각 중단하라" 구호 외치는 학교부터 노동교육 운동본부 회원들
ⓒ 차원
 
박은경 평등교육실현전국학부모회 대표는 "윤석열 정권이 자본과 극우 정치세력의 돌격대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며 "2022 교육과정 개정안을 제멋대로 뜯어 붙여 국제적 상식과 양식이 된 성평등, 환경, 생태, 노동의 가치까지 부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학생들 뒤에 우리 학부모들이 있다. 이제 제대로 된 교육의 정치적 독립을 위해 투쟁을 시작해야 할 때다. 정권의 거수기 국교위는 해체가 정답"이라고 발언했다.

최서현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 위원장은 "너무너무 분노스럽다"며 "노동 현장에서 발생한 수많은 안타까운 사건들이 교육에 노동을 담아야 한다는 명백한 근거"라고 주장했다. 또 "학교 다니면서 아르바이트하는 청소년들이 정말 많다. 모두가 정말 황당해하고 있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어이없어하며 "노동을 뺀 교육은 자기들이 가르치고 싶은 것만 가르치겠다는 '독재 교육'"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가만히 있어라, 부당한 일 당해도 참아라, 참는 것도 사회생활이다, 후배들 취업도 생각해야 하지 않겠냐' 이런 말들을 들으면서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노동교육이 절실하다"며 "국민을 무시하고 멋대로 나라를 운영하는 대통령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소리쳤다(관련 기사: "노동교육 삭제? 윤 정부 '독재교육' 하겠다는 것"  http://omn.kr/220ld).
  
 정부서울청사 후문에 '레드카드' 붙이려는 회원들과 막으려는 경찰들이 충돌하고 있다
ⓒ 차원
 
이들은 정부서울청사를 한 바퀴 돌며 "윤석열 정부는 교육과정 개악 즉각 중단하라" "교육과정 졸속 의결한 국가교육위원회 규탄한다" "노동 혐오 윤석열 정부 규탄한다" 등 구호를 외친 뒤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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