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유가족이 쓴 이토록 진솔한 글이라니

강민정 2022. 12. 20.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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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떠났을까" 하나뿐인 오빠가 스스로 세상을 등진 직후, 유가족이자 작가 김설을 괴롭혔던 의문과 답답함.

이 책을 조금은 딱딱한 용어로는 김설 작가의 '애도작업'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나는 그냥 유가족 김설의 오빠의 자살 이후 불안한 일상, 그리고 더 건실한 삶에 대한 희망을 솔직하게 고백한 글이라고 말하고 싶다.

김설 작가는 비록 오빠의 자살 이후 산업재해 신청을 하지 못해 후회하고 있지만, 다른 방법으로 과로로 인한 죽음의 문제점을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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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이 죽음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모릅니다> 를 읽고

[강민정 기자]

 <아직 이 죽음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모릅니다>
ⓒ 위고
"왜 떠났을까" 하나뿐인 오빠가 스스로 세상을 등진 직후, 유가족이자 작가 김설을 괴롭혔던 의문과 답답함. 책 <아직 이 죽음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모릅니다>은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한 서툴고 미숙하지만 진정성 있는 여정이 듬뿍 담겨있다.

이 책을 조금은 딱딱한 용어로는 김설 작가의 '애도작업'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나는 그냥 유가족 김설의 오빠의 자살 이후 불안한 일상, 그리고 더 건실한 삶에 대한 희망을 솔직하게 고백한 글이라고 말하고 싶다.

김설 작가의 오빠는 세상을 등지기 직전, 회사의 업무분장 실패로 휴일 없이 매일 근무하였으며, 연이은 야근에 몸이 많이 망가져 있었다. 이에 평소 책임감이 누구보다 깊었던 고인은 담당했던 프로젝트만 마치고 퇴사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퇴사를 앞두고 고인은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

김설 작가는 비록 오빠의 자살 이후 산업재해 신청을 하지 못해 후회하고 있지만, 다른 방법으로 과로로 인한 죽음의 문제점을 경고하고 있다. 고인이 혹시라도 죽음 직전 일 때문에 힘들어 했다면 단순한 자살이 아닌, 사회적 타살인 '과로자살'일 수 있음을 대한민국의 최소 7만 명의 자살 유가족에게 알려준다.

현재 한국 사회 내에서는 과로사, 과로자살에 대한 공식적 통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산업재해 신청 및 인정건수 등으로 추측해볼 수 있을 뿐이다. 여전히 과로죽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지 못해, 수많은 자살건수 중 과중한 업무로 인한 자살임에도 산업재해를 신청하지 않아 드러나지 않은 죽음이 무수히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예컨대, 아들의 자살 이후, 자책감에 힘들어 하시다 1년 반만에 '한국 과로사·과로자살 유가족모임'에 연락을 주셔서 여러 이야기를 나눈 후 단순한 자살이 아닌 과로자살임을 인지하셔 뒤늦게 산업재해 신청 후 인정받으신 경우도 존재하니 말이다.

혹시라도, 자살 유가족 혹은 자살 생존자 중 가까운 자의 죽음이 '과중한 업무'에서 비롯된 것 같은 찝찝함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한국 과로사·과로자살 유가족모임'으로 연락주시면 된다. 여기에서 과중한 업무란, 장시간근로 등 양적과로 뿐만 아니라 직장내 괴롭힘, 성희롱 등 질적과로도 포함된다.

'한국 과로사·과로자살 유가족모임'을 운영하며 나름 많은 유가족들을 만났다. 자살이라는 단어조차 금기시 되는 한국 사회에서 자살 유가족이 이렇게나 진솔한 글을 출판한 용기에 멋지다 외에 다른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다.

<아직 이 죽음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모릅니다> 구석구석에는 고인의 발자취가 느껴진다. 고인은 누구보다 강직했고, 무엇이든 열심히였으며, 비영리 국제기구들에 정기후원도 꾸준히 해온 가슴 따뜻한 대한민국의 건실한 청년이었다. 그의 명복을 진심으로 기원한다. 또한, 김설 작가를 비롯한 그의 가족 모두의 안녕을 감히 마음 속 깊이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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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한국 과로사·과로자살 유가족모임 연락처 : karo20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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