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주식 빚투]①10% 고금리에도 고개드는 신용거래
손실 만회하기 위한 공격적 투자, 증시 변동성 커서 손실 확률 높아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12월 들어 빚을 내서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 올해 증시 부진으로 주식시장을 떠난 개인투자자들이 늘면서 빚투도 자연스럽게 감소 추세를 보였다. 그러나 최근 금리 인상 속도 조절론에 시장이 반응하는 틈을 타서 하락장의 끝이라는 기대감이 감돌자 빚투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투자자예탁금은 계속 줄어드는 상황에서 빚투만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탁금 감소는 약세장으로 보고 주식 투자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개인투자자가 많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올해 약세장에서 손실을 본 이들이 '반짝 랠리'에 조금이라도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10%대의 고금리에도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증시 변동성이 큰 상황이라 공격적인 빚투는 결국 손실만 더 키울 수 있다는 전문가의 조언이 많아 주의가 요구된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일부터 12일까지 신용거래융자 잔액(코스피+코스닥)이 4거래일 연속 17조3000억원을 넘었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17조3000억원대를 기록한 것은 9월 말 이후 처음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14일(현지시간) 열린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통화정책의 방향 전환(피벗) 기대감이 꺾이자 그나마 빚투 규모가 다시 소폭 줄었다. 그러나 여전히 17조원대 밑으로 줄어들지는 않고 있다. 집계 가능한 최근 기준일인 15일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17조1902억원이었다.
올 초 23조원대에 이르던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점점 줄어 10월18일에는 15조9600억원을 기록하며 15조원대로 감소했다. 증시 부진으로 투자심리가 악화해 자연스럽게 빚투도 줄었다. 그러나 최근 약 두 달간 늘어나는 추세다. 코스피와 코스닥 두 지수가 9월 말 연 저점(코스피 2150선, 코스닥 670선)을 찍은 후 금리 인상 속도 조절론에 반응하면서 10%가량 단기 반등에 성공한 것이 빚투 증가의 주요 배경이다.
특히 예탁금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늘어난 빚투라 전문가들의 우려가 크다. 증시 대기자금 성격의 예탁금은 개인투자자들이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에 맡겨두거나 주식을 매도한 후 계좌에 남겨둔 돈이다. 올해 1월만 해도 70조원이넘었던 예탁금은 꾸준히 감소해 연중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현재 45조원대다. 지난 1일 49조6547억원이었던 예탁금은 집계 가능한 최근 기준일인 15일 45조2138억원으로 줄어 연중 최저 수준이었다. 2020년 7월(47조7863억원) 이후 2년4개월 만에 최저치다.
투자자 예탁금과 더불어 대표적인 증시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되는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도 줄었다. 집계 가능한 최근 기준일인 15일 CMA 잔고 금액은 58조5857억원으로 지난해 말(68조6293억원) 대비 17.1% 감소했다. 올해 1월3일 기준 CMA 잔고금액은 69조1867억원이었다. 1년 새 10조원 넘게 줄어든 것이다.
개인투자자들이 증시를 바라보는 시선이 여전히 약세장으로 입증된 만큼 12월 들어 갑자기 늘어난 빚투는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독한 투자'에 나선 개인투자자들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란 풀이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빚투에 더욱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금리 인상으로 증권사들의 신용이자가 10%에 이르는 상황에서 빚투에 따른 기회비용이 커서다. 신용거래융자는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투자 주식을 담보로 주식매수 자금을 빌리는 것을 말한다. 상대적으로 고수익·고위험 상품인 주식에 투자해 부실 리스크가 큰 만큼 신용대출 대비 높은 금리가 적용된다.
증시의 변동성이 여전히 큰 점도 빚투의 위험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 인상 사이클이 이어질 가능성이 큰 데다, 높은 금리 수준이 한동안 유지될 확률도 높아서다. 여기에 경기 침체 우려도 커서 전문가들이 예측하는 증시 저점도 낮아지고 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과거 Fed의 긴축 기간 중 연말 랠리 확률은 상대적으로 낮았다"며 "금리 인상이 진행 중인 점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빚을 내 투자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며 "아직 금리 인상이 끝난 것이 아니고 유동성 장세에서 풀렸던 자금이 회수되는 시점에서 기업가치가 낮아질 위험이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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