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한창인 ‘K-디지털치료제’, 출시는 언제쯤
올 하반기 국내 1호 디지털치료제가 탄생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내년 상반기에야 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최초로 사용되는 치료 방식인 만큼 상용화에 이르기까지 불안정한 시장 형태를 견뎌낼 수 있을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디지털 치료제(DTx)는 게임, 어플리케이션, 가상현실 등을 활용해 질병의 예방·치료·재활 전반을 타깃하는 ‘치료기기’다. 전문가들은 약물의 한계를 넘어 치료 ‘미충족 수요(unmet needs)’를 해결하고 부작용 우려를 줄여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국내 제약·바이오, 의료기기업계까지 차세대 먹거리 디지털치료제 개발에 뛰어드는 추세다.
19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현재 디지털 치료제 확증임상을 승인받은 곳은 8개 기업(10개 품목)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서비스 개발 또는 서비스 제공 초기단계 수준이며, 국내 대부분 기업은 개발 착수 또는 파이프라인 확보 단계이다.
국내 1호 후보군은 2019년~2020년 확증임상을 들어간 라이프시맨틱스, 웰트, 에임메드, 뉴냅스, 하이 5대 기업이다. 이들은 올해 말 임상을 완료하고 결과를 공개, 내년 초 시판허가 신청에 들어갈 예정이다. 애초 올해 결과를 공개하고 시판허가에 들어가려 했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해 기간이 연장됐다.
그 중 웰트와 에임메드는 지난 15일 ‘통합심사’ 제도 대상으로 선정돼 5개 기업 중 가장 유력한 1호 후보군으로 손꼽힌다. 통합심사 제도란 혁신의료기기 인정과 요양급여 적용 여부 심사를 함께 진행하는 패스트 트랙 제도로, 심사기간을 기존 390일에서 80일로 대폭 줄였다. 즉, 비급여로 시장에 출시되기 까지 기간이 빨라지는 셈이다.
에임메드와 웰트 모두 ‘불면증’을 적응증으로 한다. 에임메디의 ‘솜즈(Somzz)’와 웰트의 ‘필로우Rx’는 불면증 환자 표준치료인 인지행동치료법(Cognitive Behavioral Therapy for Insomnia, CBT-I)을 어플리케이션에 체계적으로 구현한 모바일 의료용 앱이다. 환자의 수면상태, 환경 등을 평가해 맞춤형 치료 및 교육 훈련을 제공한다. 다만 에임메드는 만성 환자를 타깃, 웰트는 수면제 처방 1차 치료로서 예방 쪽에 가깝다.
이 외에도 라이프시맨틱스 ‘레드필 숨튼’은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 재활을 위한 의료 기기와 앱을, 뉴냅스는 가상현실을 이용한 뇌 손상 시야장애 환자 개선 치료기기 ‘뉴냅 비전’을 개발했다. 이들 모두 확증임상을 마무리 했으며, 결과를 도출해 내년 상반기 발표할 계획이다. 또한 결과 보고서가 정리되는 대로 통합심사 신청에 참여할 예정이다.
대부분 기업은 품목허가와 동시에 임상을 진행했던 대학병원에서 처방을 시작한다. 내년 하반기 본격적으로 서울아산병원, 서울대학교병원, 삼성서울병원, 고려대안암병원 등에서 사용될 예정으로 처방 방식은 아직 정해진 바 없다.
라이프시맨틱스 관계자는 “디지털치료기기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해야 정식출시 될 수 있고, 보통 건강보험급여 등재까지 해야 정식출시라고 할 수 있다. 단,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하지 않더라도 잠재성이 있다고 인정해 혁신의료기술평가 절차를 밟을 예정이며 이 기간 동안 현장에서 사용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출시는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비급여/급여에 따라 다르겠지만 비급여로 진행되면 8월, 급여(선별급여)로 진행될 경우 수가 결정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더 연기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내년 출시되더라도 ‘상용화’는 또 다른 얘기
디지털치료제 중에서도 불면증 치료기기가 통합심사 제도 대상으로 우선 선정된 것은 미국의 영향이 높다. 미국의 디지털치료제 1호 기업이자 급여를 적용 받고 판매 중인 페어 테라퓨틱스社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페어 테라퓨틱스의 ‘솜리스트(Somryst)’는 만성 불면증 환자에서 9주사용 후 불면증 중증도 평균 37.2% 감소하며 의료비 절감에도 효과가 있다는 결과를 지난 8월 도출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미국 데이터를 통해 빠르게 안전성·효과성을 비교 평가할 수 있고, 급여 적용도 빨라질 수 있다.
하지만 페어社 경우도 ‘상용화’라는 이름에 걸맞은 성공을 보이진 못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월 페어 테라퓨틱스는 7월 첫 구조조정 이후 4개월 만에 또 다시 인력을 감축했다. 수가 적용까지 받으며 시장에 진입했지만 기대치에 비해 매출이 미진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디지털치료제 특성상 앱의 ‘접근성’, ‘지속 사용률’이 중요한데, 2021년 분석 결과 이 역시 50%대 밖에 되지 않았다.
국내 역시 만성질환을 타깃할 경우 고령층 환자가 많기 때문에 앱 지속 사용률을 높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한 약 처방에 익숙한 환자들의 관심을 ‘비급여’로 지불해야 하는 치료기기로 돌릴 수 있을지도 숙제로 남는다.
처방 방식도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병원 내에서 처방과 기기 모두 받을 것인지, 온라인 약국 시스템을 활용할지, 약국에서 별도로 기기를 설명할지 여전히 식약처와 보건복지부, 의료계, 약계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의료계 관계자는 “최근 정부에서 디지털치료제에 대한 수가, 급여, 허가 등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국내에서는 최초로 시행되는 치료방식인 만큼 활용 이전 잘 마련된 가이드라인은 임상 현장에서의 활용도를 높여줄 것”이라며 “다만 환자들의 사용 인식 문제, 사용률 지속 방안 등 환자에게 충분한 교육이 필요하다. 환자 관심을 끌지 못하면 5년 동안 특별한 성과를 보이지 못한 미국 사례와 같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선 임상에서는 약 처방 이후 다음 옵션으로 적용될 것으로 본다. 혹은 병원에 자주 내원하기 힘든 환자에게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소수의 환자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효능성을 입증해 나가야 할 것이다. 임상에서의 상용화라고 말하기 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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