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개혁은 꿈도 못꿀 '내편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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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없는 일이지만, 회피하지 않고 반드시 우리가 해내야 한다."'국민과의 대화' 형식으로 지난주 열린 '제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연금·노동·교육 개혁과제 추진을 천명하며 보인 의지다.
그런데 강 건너 여의도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윤 대통령이 내건 개혁 과제가 임기 내 완성은커녕 첫발조차 제대로 내디딜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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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두환 콘텐츠매니저] "인기 없는 일이지만, 회피하지 않고 반드시 우리가 해내야 한다."
‘국민과의 대화’ 형식으로 지난주 열린 ‘제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연금·노동·교육 개혁과제 추진을 천명하며 보인 의지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타결 직후였던 15년 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이 자연스럽게 오버랩된다. "FTA는 정치의 문제도, 이념의 문제도 아닌 먹고 사는 문제"라며 그는 "정치적 손해를 무릅쓰고 내린 결단"이라고 밝혔다. 당시와 주제는 다르지만, 예정 시간을 훌쩍 넘겨 160여분간 진행된 윤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에서는 결기마저 느껴졌다.
그런데 강 건너 여의도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윤 대통령이 내건 개혁 과제가 임기 내 완성은커녕 첫발조차 제대로 내디딜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단순히 야당이 의회 권력을 장악한, ‘여소야대’라는 권력 구조 때문만은 아니다. 법정 시한을 지키려면 벌써 지난달 말에 처리됐어야 할 내년도 예산안은 아직도 국회에서 여야 간 소모적 논쟁에 발목이 잡혀 있다. "정치인들이 양심이 있느냐"는 국회의장의 호통에도 여야는 네 탓만 하며 나라 살림을 볼모로 잡고 정쟁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예산안을 둘러싼 논쟁의 밑바닥에는 대척점에 선 여와 야의 정치적 철학이 흐르고 있다. 쉽게 양보와 타협을 기대할 수 있는 ‘계수 조정’ 수준의 대립이 아니라는 의미다.
우려스러운 것은 ‘개혁’이라는 담론을 논의할 장조차 제대로 서기 힘든 정가의 분위기다. 이미 정가의 시계는 2024년 4월, 총선에 시선이 맞춰져 있다. 의회 권력만은 반드시 지키겠다는 야당, 2년 전 참패를 설욕하고 명실상부한 집권당의 자리를 되찾겠다는 여당 모두 벌써 1년 4개월 후의 총선에 모든 힘을 쏟아붓겠다는 태세다.
사실 정치의 본질, 그리고 현 권력 구도를 생각하면 애당초 ‘협치’라는 것은 기대난망이다. 좋게 말하면 행정과 입법권력이 달라 특정 권력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겠다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교과서적인 이상론일 뿐이다. 야당이나 여당 모두 자신이 가진 권력을 상대와 나눌 생각은 추호도 없어 보인다. 교과서에서 배웠던 대통령제의 장점, 삼권분립을 통한 견제와 균형은 간데없다.
지금 우리 정치권은 입법 권력과 행정 권력 간 볼썽사나운 힘겨루기만 보인다. 견제는 있는데 균형은 실종됐다. 여야가 내 편만 바라보는 정치가 계속된다면 개혁과제 논의는 소모적인 진흙탕 싸움으로 흐를 뿐이다.
굳이 대통령의 말이 아니라도 개혁은 결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윤 대통령이 거론한 건강보험만 해도 오는 2040년에는 누적적자가 678조원까지 불어날 전망이다. 국민들의 노후 안전판인 국민연금 기금은 수급자가 급증하면서 2042년 적자로 전환해 2057년이면 고갈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이 와중에 국가 부채는 1000조원을 넘어섰다. 경제의 활력마저 떨어져 내년 성장률은 1%대로 곤두박질칠 것이라는 잿빛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에 대한 실망은 새삼스럽지도 않다. 하지만 국민들은 정치가 경제, 국가의 앞날까지 발목 잡는 것을 용납하지는 않는다. 이제 진짜 정치가 민심을 두려워해야 할 때다.
정두환 콘텐츠매니저 dhjung6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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