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가스요금 오르는 건 확정…수십조 적자 해결할 과제는
채권 발행 확대와 요금 인상 확보라는 고비는 일단 넘겼다. 하지만 '요금은 얼마나 올리냐'와 '비용은 어떻게 줄이냐'는 과제가 남았다. 올해 에너지 위기 직격탄을 맞은 한국전력·가스공사가 천문학적 손실을 해소할 방안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한전법·가스공사법 개정안이 1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나란히 통과됐다. 한전법은 2027년까지 한전채 발행을 '자본금+적립금'의 2배에서 최대 6배로 확대할 수 있도록 했다. 가스공사법은 가스공사채 발행 한도를 4배에서 5배까지 늘려주는 내용이다. 지난 8일 한전법 개정안 부결 후 쏟아진 비판 여론 등을 고려하면 무난히 법사위, 본회의 문턱을 넘을 전망이다. 유동성 문제로 전력 '블랙아웃'까지 걱정했던 한전·가스공사는 한숨을 돌렸다.
한전법 논란은 요금 인상 필요성을 환기하는 부수적 효과도 거뒀다. 국민의힘뿐 아니라 기권·반대 표결로 법 개정을 무산시킨 민주당에서도 "전기료 현실화"를 적자 해소책으로 제시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내년 전기요금 ㎾h(킬로와트시)당 51.6원, 가스요금 MJ(메가줄)당 10.4원의 인상 요인이 있다는 경영정상화 방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부처 간 협의 필요"라는 단서가 붙긴 했지만, 연내 확정될 내년 1분기 전기·가스요금이 오르는 건 확정적이다.
그래도 갈 길은 멀다.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값 급등 속에 한전은 올해만 약 34조원 적자를 낼 전망이다. 가스공사도 연말 미수금 규모가 8조8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채권 발행은 적자 해소보단 운영비를 얻기 위한 대책에 가깝고, 요금 인상 속도를 조절하면 1년 내내 누적된 손실을 줄이기엔 역부족이다.
특히 내년 요금은 인상보다 인상 폭이 관건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한전이 전기요금 인상 요인을 내년 상반기에 대폭 반영할 경우, 연 1조9000억원 흑자로 전환할 전망이다. 반면 3년에 걸쳐 반영하면 내년 14조3000억원의 대규모 적자가 예상된다. 가스요금도 연 10.4원, 8.4원 인상 여부에 따라 2026, 27년으로 미수금 회수 시점이 각각 달라진다. 물가를 고려한 정부의 요금 협의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법 개정으로 사채 추가 발행이나 LNG 대금 지급엔 여유가 생겼다. 하지만 요금 인상과 미수금 해결이 안 되면 이런 문제는 계속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가스공사는 비용 절감 등 자구 노력도 고민 중이다. 15일 산자위에선 '적자 다이어트'를 강조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은 "한전 적자를 막지 않으면 자본잠식 때문에 파산에 이른다. 자구 노력 계획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 통과된 한전법 개정안에도 '사채 발행 최소화와 재무 개선을 위해 노력한다'는 문구가 추가됐다.
한전은 전력 도매가인 SMP(계통한계가격)의 상한제,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탄력 운영(올 12월~내년 2월) 등으로 비용 지출을 줄인다. SMP가 80~90원 떨어질 경우 월 최대 7000억원 정도의 적자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에선 발전 연료(LNG·유연탄)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를 내년 6월까지 연장해준다. 전력업계에 따르면 6개월간 약 3000억원의 비용을 줄일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발전 원가 부담 누적에 따른 공공요금 인상 압력을 일부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가스공사는 2026년까지 9조7291억원의 자구 노력을 추진한다. 동절기 LNG 수요 절감, 자원 개발 투자비 회수 등으로 허리띠를 졸라맨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선 자구책을 두고 한시적 방안이 많은 데다 실적 개선에 크게 도움될지도 미지수란 지적이 나온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한전이 6조원 이상의 자구 노력 계획을 발표했지만 추가 방안이 있는지 더 살펴서 한전 측에 부탁하겠다. (법 개정·요금 인상·자구 노력 등) 세 가지 큰 방향으로 (적자 문제를) 충격 없이 해소하는 로드맵을 마련해 운용하겠다"고 밝혔다.
세종=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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