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에 '메스'…오세훈, 서울시 예산 통해 선봉 나서나
예산심의 기조…'비정상과의 결별'
민노총이 사유화했다는 비판 받아온
노동자복지관 예산, 5억 이상 삭감
당정(黨政)이 노조 활동의 투명성을 강조하며 사실상의 치외법권이자 '성역'처럼 군림했던 민노총에 '메스'를 들이댄 가운데, 여권의 잠재적 차기 대권주자인 오세훈 서울특별시장이 내년도 서울시 예산안을 통해 개혁의 선봉에 섰다. 지난 6·1 지방선거를 통해 세력지형이 바뀐 서울시의회도 '비정상과의 결별'을 내세우며 보폭을 맞추고 있다는 관측이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서울시의회를 통과한 서울시의 내년도 예산안을 분석한 결과, 민노총이 사유화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강북노동자복지관 예산이 큰 폭으로 삭감된 것을 비롯해 전태일기념관·서울노동권익센터 등의 예산이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강북노동자복지관은 사실상 민노총 서울본부의 사무공간으로 전용돼 근로자 복지관으로서의 기능은 전무한 것으로 평가받아왔다. 그럼에도 올해 7억7100만 원의 혈세가 투입됐는데, 내년도 예산은 대폭 삭감한 3억4700만 원을 편성했던 것을 시의회에서 추가 삭감하면서 최종 2억4000만 원이 배정됐다. 올해 대비 5억 원 이상의 소중한 혈세를 아낄 수 있게 된 것이다.
전태일기념관은 한국행정연구원이 주요 재정사업을 평가한 결과, 2년 연속으로 '매우 미흡' 평가를 받아 사업폐지 대상에 오를 정도로 방만한 운영이 논란이 됐다. 올해 예산은 15억6200만 원이었으나, 내년도 예산안은 서울시에서 12억2800만 원을 편성했던 것을 시의회에서 50% 이상 삭감해 최종 6억800만 원으로 낙착됐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수탁운영하는 서울노동권익센터 예산도 올해 대비 11억 원 이상이 삭감됐다.
장태용 서울시의원(국민의힘·강동4)은 이날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전태일기념관은 올해 대비 시에서 감액해서 올린 것을, 그것에 대해서도 또 절반을 삭감했다"며 "자생력을 키워서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게 맞지, 시 예산이 정기적·주기적으로 투입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런 차원에서 시의회에서 예산 삭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노동자복지관 같은 경우에는 특정 노조가 자신들의 수입에 대한 회계 처리도 불투명한데 서울시의 예산까지 받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다는 차원"이라고 부연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절 그릇 집행됐다는 비판을 받은 서울시 예산을 바로잡는 일은 올해 괄목할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통해 서울시장은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시장으로 바뀌었으나, 시의회는 여전히 민주당이 절대다수라 예산을 바로잡기가 어려웠다.
반면 올해는 6·1 지방선거를 통해 전투력 있고 유능한 젊은 시의원들이 대거 새로이 시의회에 등원했다. 이들은 박원순 전 시장 시절의 잘못된 조례들을 일일이 재검토하고 있어, 오세훈 시장과 함께 큰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이다.
마을공동체사업 폐지 조례안 발의
서울시에서도 사업종료 결정 '쾌거'
"칼로 쑤셔 죽이겠다" 저항 컸지만
'비정상과의 결별'…큰 보폭 내딛어
마을공동체사업은 폐지 조례안이 시의회에 발의됐으며, 시에서도 사업 종료 결정을 내렸다. 박 전 시장의 역점사업이던 마을공동체사업은 수탁자인 사단법인 마을의 간부가 서울시 마을공동체사업을 관리감독하는 부서장으로 들어앉으면서 이해상충에 빠졌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유관단체가 관련 사업을 독식하면서 지난 10년간 위탁금만 579억 원을 수령했다.
주민자치회 시범사업은 서울시에서 내년도 예산 '0원'을 편성하고 시의회에서 확정됐다. 주민자치회는 이름과는 달리 정작 주민 대부분은 그 존재를 인지조차 못하는 가운데, 활동과 사업에 참여하는 주민은 극소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럼에도 5년간 예산 705억 원 중 절반에 가까운 48.9%가 인건비로 소모됐다. 소수 참여 인사에게 선심성으로 예산이 뿌려졌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허훈 서울시의원(국민의힘·양천2)은 통화에서 "마을공동체 폐지 조례안에 동의했고, 박원순 전 시장 때 만들었던 조례안을 하나씩 재검토하고 있다"며 "조례를 근거로 (사업을) 위탁하고 예산이 나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시의회에서는 안전체계 재정비, 약자와의 동행과 함께 '비정상과의 결별'이라는 세 가지의 기조를 가지고 예산을 심의했다"며 "'비정상과의 결별'에 마을공동체사업 (종료) 이런 것들이 포함되는 것인데, 시급하지 않은 불필요한 선심성 예산은 삭감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 시의원이 말한 '비정상'과 결별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강북노동자복지관이 민노총 서울본부에 의해 사실상 사유화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한 주간지 기자가 사실확인차 현장을 방문했는데, 분명 건물은 서울시 소유임에도 이 기자는 건물 밖으로 강제로 쫓겨났다. 이 과정에서 민노총 관계자들은 "칼로 쑤셔 죽여버리겠다"는 말도 내뱉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태일기념관의 방만한 운영을 지적한 장태용 시의원을 상대로는 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에서 "사과문을 A4 2매 이상으로 작성해 홈페이지·블로그·페이스북에 게재하라"며, 줄간격 160%·함초롬돋움 11포인트·기본여백 등 사과문의 서체와 크기까지 지정하는 모욕을 가하기도 했다. 특정 노조가 시민이 직접 선출한 대의대표를 겁박한 셈이다.
이와 관련, 장 시의원은 "전태일기념관은 (문제가 된) 이후 정작 내게는 일언반구 사과도 없었다"며 "(시의회의) 위원장과 접촉해 사과했다고 하는데, 당사자에게 직접 사과나 양해를 구하지 않고 형식적으로 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개혁에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가 그간 그릇 집행됐던 예산을 삭감한 예산안을 편성하고, 시의회에서 추가 삭감까지 단행한 것을 놓고서는 '시민의 승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비정상과의 결별'이 어려운 첫걸음을 내딛었다는 관측이다.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대표의원을 맡고 있는 최호정 시의원(국민의힘·서초4)은 "서울시민의 이익에 반하는 비정상을 바로잡기 위한 예산 조정이 충실히 이행됐다"며 "서울시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노동자복지관이 특정 노조의 공짜 사무실로 전락한 문제점을 바로잡고, 부실한 운영성과에도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민간 위탁운영의 부조리를 끊어내는 관련 예산의 삭감이 이뤄졌다"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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