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 룰'이 뭐길래…바꿀 때마다 與野 '진통'

이지은 2022. 12. 2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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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 때마다 어김없이 제기되는 '전대룰 변경 문제'
자유한국당도 '당권주자 전대 보이콧' 소동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국민의힘이 현행 당원투표 70%·일반국민 30%인 당대표 선출 규정을 당원투표 100%로 변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전당대회 룰 개정을 단행했다. 당원 100만명 시대에 '당원들이 대표를 뽑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지만,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게 흘러나온다.

국민의힘, 전대룰 10:0으로 변경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19일 오전 회의에서 대표 선출규정을 '당원 투표 100%'로 바꾸기로 의결하고, 20일 상임전국위·23일 전국위원회 회의를 거쳐 전대룰 변경을 결정키로 했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이념과 철학 목표가 같은 당원들이 대표를 뽑는 것은 당연하다"며 "비당원 여론조사 병행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했다.

'당원의 대표는 당원만이 뽑아야 한다'는 논리는 일견 정당해 보이지만,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2004년부터 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대표 경선에 도입해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종의 '과거 부정' 논리로도 볼 수 있다. 당 대표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는 유승민 전 의원도 이를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앞서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당 지도부들이 18년 동안, 한나라당 시절부터 해 오던 이 룰을 하루아침에 바꾸려 한다"고 지적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18년 전 한나라당은 당의 대의원과 국민 여론조사를 50대 50으로 반영해 대표를 선출하기로 결정했다. 당원의 뜻과 국민 여론이 배치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역으로 생각하면, 국민 여론조사 없이 당심만으로 선출하는 당 대표의 방향성은 국민의 뜻과 배치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특히 이번 전당대회 룰 변경에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보도가 나온 것은 더욱 위험한 신호다. 국민의 뜻보다, 대통령의 '심기 경호'에 주력한 당 대표가 선출될 경우 국민의힘 자체가 국민에게 외면당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최영일의 시사본부'에서 "사실 속된 표현으로 당대표 뽑는 게 골목대장이나 친목회장 선거가 아니지 않나"라며 비판했다. 유 전 의원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전당대회 룰 개정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골대 옮겨 골 넣으면 정정당당한가' 제하의 신문 사설을 공유했다. '친윤'계 당권주자인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마저도 "당원과 국민들의 의견 수렴 없이 속전속결로 밀어붙여야만 했는지"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매번 전당대회 앞두고 전대룰 변경 '뜨거운 감자'

여의도 정가에서 전당대회를 앞두고 룰을 변경하는 것은 하루 이틀 일은 아니다. 그때마다 잡음은 필연적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룰 변경에 따라 후보·계파의 득실이 갈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기 계파에 불리한 쪽으로 룰이 정해지면 해당 계파 의원들이 집단행동에 나서거나, 나아가 당권주자들이 '보이콧' 선언을 하는 일도 있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지난 10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민주당은 룰 변경으로 내홍을 겪었다. 기존에는 대의원 45%, 권리당원 40%, 일반 국민 10%, 일반당원 5% 등 당심 90%에 일반 국민 여론 10%를 합산하는 방식이었는데,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가 이를 대의원 30%, 권리당원 40%, 일반 국민 25%, 일반당원 5%로 확정했다. 일반 국민 여론의 비중이 10%에서 25%로 커졌지만 당심은 줄어든 게 포인트다.

하지만 비대위가 전준위의 안을 뒤집으면서 당내 반발이 커졌다. 이 과정에서 이른바 '친명(이재명)계'와 '비명계'간 신경전이 벌어지고, 안규백 전준위원장이 사퇴하는 등 잡음이 커지면서 결국 비대위는 전준위 안을 수용했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 역시 2019년 전당대회 시기 조정, 전대룰 변경 등을 이유로 당권주자 8명 중 6명이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파행 직전까지 간 경험이 있다. 당시 당대표 후보였던 심재철·정우택·주호영·안상수 의원은 "경선룰 및 개최 시기 조정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전당대회를 전면 보이콧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고,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도 경선 개최 시기 조정을 요구했다.

한국당 전당대회 날짜와 제2차 북미정상회담 날짜가 겹치면서 '컨벤션 효과'의 실종을 우려한 당권 주자들이 전대 연기론을 주장한 것이다. 토론회 없이 컷오프(예비 경선 탈락)를 결정하겠다는 경선 룰도 도마 위에 올랐다. '빅3'로 꼽혔던 홍준표·오세훈 후보까지 보이콧 선언에 동참하며 전당대회가 파행 위기까지 몰렸지만, 그들이 요구하던 '날짜 변경'은 없었다. 막판에 오 후보가 마음을 바꿔 출마를 선언하면서 전당대회는 황교안·오세훈·김진태 3명의 후보로만 치러졌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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