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주담대 7%대 금리에도 '눈덩이'…분양에 물린 영끌족
이자 부담에도 '배수진'
국내 5대 은행에서 나간 주택담보대출이 최근 넉 달 동안에만 4조원 넘게 불어나면서 500조원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계속되는 금리 인상으로 최고 이자율이 7%를 웃돌고 있지만 여전히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가는 고객들이 많다는 뜻이다.
집값이 곤두박질치고 있지만 분양을 받기로 한 아파트를 포기하기 어려운 이들이 중도금 등을 마련하기 위해 계속 대출을 이어가고 있는 영향으로, 향후 영끌족의 이자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는 점점 커져만 가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달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개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총 510조7634억원으로 지난 7월 말보다 0.8%(4조830억원) 늘었다. 이로써 조사 대상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보유량은 4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갔다.
은행별로 보면 우선 국민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이 122조1526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1.2% 늘며 최대를 기록했다. 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104조3919억원으로 0.9% 줄었지만, 여전히 100조원을 웃돌며 규모가 큰 편이었다.
이밖에 하나은행은 97조3876억원, 농협은행은 94조5222억원으로 각각 1.0%와 1.1%씩 해당 금액이 증가했다. 신한은행의 주택담보대출도 92조3091억원으로 1.7% 늘었다.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확대되고 있는 현실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4월부터 1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여섯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한은 기준금리는 3.25%로, 2012년 10월 이후 10여년 만에 3.00%대로 올라섰다.
이로 인해 주택담보대출 이자율도 상단이 7%를 넘어섰을 정도로 부쩍 높아졌다. 이번 달 12일 기준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혼합)형 금리는 연 4.80~7.01%로 집계됐다. 변동형 금리는 연 5.24~7.65%로 집계됐다.
주택담보대출과 달리 신용대출에는 금리 인상의 여파가 곧바로 반영되는 모습이다. 5대 은행의 지난 달 말 신용대출 잔액은 총 121조5888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2.9%(17조9684억원)나 줄었다. 월별 추이를 봐도 올해 들어 한 달도 빠지지 않고 감소를 기록 중이다.
이는 결국 고객들이 이자 부담이 가중될 것을 알면서도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계속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2~3년 전 대거 분양된 단지에서 나오는 중도금 대출 등 때문으로 풀이된다. 결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직후 제로금리에 힘입어 주택 시장의 문을 두드렸던 영끌족들이 분양 받은 주택을 유지하기 위해 대출을 더 받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와중 연일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는 집값은 영끌족의 주름살을 더 깊게 만들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2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0.59% 하락해 2012년 5월 시세 조사 이래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 5월 말 이후 28주째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하게 됐다.
문제는 이자만 계속 쌓여가고 있다는 점이다. 한은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p 오를 때마가 가계의 이자 부담은 3조3000억원씩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7월까지만 해도 0.50%였던 기준금리가 현재 3.25%까지 오른 상황을 감안하면, 불어난 이자만 36조3000억원에 이른다는 계산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파트 분양을 취소하면 계약금을 포기해야 하고, 특히 오랫동안 점수를 모아 청약에 성공한 수분양자라면 앞으로의 청약 제한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분양 취소가 더욱 힘든 선택"이라며 "중도금을 계속 치르면서 계약을 끌고 나가는데 따른 이자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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