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잠도 자지 말고 일하셔야 함"…與지지층서 뜬 이유

성지원 2022. 12. 20.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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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국토부장관이 7일 오전 포스코 포항제철소 입구에서 포항제철소 관계자들로부터 철강제품 수송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2022.12.7/뉴스1


“한동훈·원희룡은 안타깝지만 법무부·국토부에서 잠도 자지 말고 일하셔야 함.”

19일 오후 국민의힘 지지층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런 글이 올라왔다. “나라 망했던 거 지금 재건하고 있기 때문”이란 이유와 함께였다. 여권 지지층 사이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미 ‘스타’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최근 한 장관과 더불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언급하는 글도 잇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원 장관은 최근 정치권에 논쟁적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빠짐없이 언급되고 있다. 원 장관은 전날 페이스북에 “통계조작은 국정농단”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감사원이 감사 중인 문재인 정부의 통계조작 의혹을 정조준했다. 원 장관은 “문재인 정권 5년 동안 전국민이 잘못된 부동산 정책의 희생양이 되어야 했다. 그럼에도 문 정권은 전혀 현실과 동떨어진 통계를 내세워 실패를 성공이라고 국민을 속였다”며 “문재인 정부가 정권 유지를 위해 부동산 관련 통계를 인위적으로 조작했다면 그것은 바로 국정농단”이라고 주장했다.

부동산 정책을 담당하는 부처의 수장이 직접 통계조작 논쟁이 끼어들자 문재인 정부 인사들은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같은 날 ‘문재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직 장관이 전임 정부를 두고 ‘통계조작’ 운운하니 어처구니가 없다”며 “최소한의 구체적 팩트도 없이 ‘국정농단’이라니, 현직 장관이 정치 보복의 돌격대를 자처한 듯하다”고 반박했다. 그동안 여권에선 “통계조작 문제가 심각한데도 생각보다 여론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돌았는데, 원 장관의 공격을 윤 의원이 맞받으면서 판이 커진 셈이다. 그러자 여권에선 “역시 정치인 출신답게 원 장관이 빠르게 움직였다”는 호평이 나왔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30일 오전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관련 서울시내 한 업체 현장 방문, 업체 대표와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뉴스1


원 장관은 최근 “윤석열 정부가 잘했다”고 평가받는 일에 늘 최전방 공격수로 나섰다. 대표적인 게 화물연대의 운송거부(파업)에 강력 대응한 것이다. 그는 지난달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를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하자 즉각 현장을 방문해 “국민을 볼모로 삼는 행태는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이제는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일에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탈퇴 절차를 밟는 포항지부 포스코지회에 대해 “민폐노총 손절이 민심, 축하하고 환영한다”고 평가했고, 연일 “불법행위는 엄단하겠다”고 강조하며 여론전을 폈다.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물렁한 공무원보다 백배 낫다”며 “메시지가 분명해 상황 정리가 빨랐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방한 때 역할도 주목을 받았다. 지난달 초 사우디를 방문해 인적 네트워크를 쌓은 원 장관은 빈 살만 왕세자 방한 때 ‘영예수행장관’ 역할을 하며 윤석열 대통령의 경제 외교를 도왔다.

부동산과 교통 문제에도 적극적이다. 지난달 23일 은마아파트 지하를 관통하도록 설계된 GTX-C 노선 변경을 요구 중인 은마아파트 재건축 조합원들을 직접 만나 “근거 없는 일방적 주장이나 주민들을 선동하는 식으로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고 방해하는 행위가 계속된다면 행정조사나 사법 조치도 할 것”이라고 강력 경고했다. 지난 13일에는 수도권 제2순환 고속도로 김포~파주 간 건설현장에서 열린 ‘한강터널 TBM 굴진식’에 참석해 안전모를 쓰고 GTX-C 노선 신설에 사용되는 TBM공법의 안전성을 홍보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으로부터 독대 형식의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스타 장관’ 발굴을 앞세우는 윤석열 정부에서 한 장관뿐 아니라 원 장관이 부각되는 데 대해 여권에선 “정치인 장관인 만큼 여론에 민감하게 움직인 덕분”이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국민의힘 출신인 서울의 한 구청장은 “구청장 입장에서 부동산 문제가 가장 어려운 부분 중 하나인데, 원 장관이 정치인 출신이다 보니 확실히 말이 잘 통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선 원 장관의 다음 행보를 총선 출마로 보고 있다. 원 장관이 지난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때 저조한 성적으로 낙선한 만큼 중앙정치 무대로의 복귀를 위해 국회의원 배지를 노릴 것이란 분석이다. 당초 일각에선 내년 3월에 열리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할 가능성도 거론됐지만, 원 장관은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전대 출마 등은) 제가 생각할 입장도 아니고 그럴 여력도 없는 것 같다”며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 의원은 “원 장관이 장관직을 무탈하게 마친 뒤 국회에 입성하면 지난번보단 강한 차기 대선 주자가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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