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 대통령의 핵 겁박…세계가 싫어해도 국내 지지율 79% [2022 후후월드②]
②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70) 러시아 대통령에게 2022년은 20년이 넘는 장기 집권 기간 중 가장 곤혹스러운 한해가 됐다. 그간 전쟁은 푸틴 대통령이 집권 기반을 만드는 ‘승리 공식’으로 작동했지만, 지난 2월 24일(현지시간) 시작한 우크라이나 ‘특수군사작전’은 그게 통하지 않았다. 오히려 수많은 전사·부상자에 더해 서방의 ‘제재 폭탄’은 러시아 경제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크렘린궁은 지난 12일 푸틴 대통령이 연말 연례행사인 공개 기자회견을 올해는 열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10여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대신 그가 선택한 건 군 지휘부와의 길고 긴 회의(16일)였다. 직접 전쟁 상황을 챙기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침공이 시작되기 전 푸틴 대통령의 이런 고전을 예측한 이는 거의 없었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항상 러시아의 일부였다”며 자신의 역사관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자신감을 보였고, 침공을 예견한 미국조차 수일이면 러시아가 이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러시아의 장교들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의 승전 기념식을 위한 예복을 지참하라는 명령까지 받았다.
그러나 개전 이후 러시아의 젊은 군인들은 “우리도 푸틴에게 속았다”며 눈물 흘렸고, 4월엔 흑해함대의 기함인 모스크바함이 가라앉았다. 이후 우크라이나 동남부 지역을 장악하겠다며 연 전쟁의 2막에서도 푸틴의 굴욕은 이어졌다. 지난 9월 말 30만 명에 대한 부분 동원령까지 발표했지만, 지난달 이번 전쟁에서 얻은 유일한 지방 주도인 헤르손을 내줬다. 최근엔 러시아 본토까지 공격받는 중이다.
지난 2008년 조지아를 침공해 5일 만에 항복을 받아내고, 2014년엔 크림반도에 무혈입성했던 전례와는 다른 모습이다. 러시아군이 전장에서 지지부진하는 사이 서방은 러시아 경제를 압박하는 대규모 제재를 끌어냈고, 러시아는 지난 2‧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후퇴하는 기술적인 경제 침체에 들어섰다.
재래식 전투에서 패색이 짙어지자 푸틴은 인류가 2차 대전 이후 금기시해온 ‘핵 버튼’으로 위협하고 있다. 지난 7일 그는 “러시아는 미치지 않았고, 핵무기 사용을 언급한 적이 없다”면서도 “핵전쟁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지난 2월 말 그가 핵 운용 부대에 ‘특수경계태세’를 지시한 이후 ‘핵 겁박’은 툭하면 태세전환용으로 등장한다.
러시아의 독립 여론조사 기관인 레바다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의 지지율은 최근 안정세를 회복했다. 부분 동원령을 내렸던 지난 9월 그의 지지율은 8월(83%)보다 6%포인트가 빠진 77%였지만, 10월과 11월 연이어 79%를 기록했다. 지난 12일 발표된 다른 조사에선 우크라이나에서의 상황이 ‘매우 우려된다’는 응답이 지난달 전체의 42%로 10월(58%)보다 크게 줄었다. 국제 유가가 고공행진하면서 당장 민생고가 닥치지 않은 것도 이 같은 지지율의 한 이유다. 레바다에 따르면 러시아 국민 41%는 이미 이번 전쟁이 1년 이상 길어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전쟁의 장기화가 푸틴에게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러시아의 다음 대선은 2024년 3월이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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