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백색가전' 돌아온다…LG전자 다시 색깔 빼는 이유

정세희 2022. 12. 20. 05: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LG전자가 새로운 컨셉의 가전 브랜드 ‘(가칭) 에센스’를 선보인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내년 ‘가전 본질에 집중한다’는 의미를 담은 가전 브랜드를 출시한다. 최근 지속했던 색상 마케팅에서 벗어나 흰색과 절제된 형태를 강조한 새로운 디자인을 내세울 전망이다. 색상부터 디자인까지 군더더기를 모두 뺀 정수만을 보여주겠다는 뜻으로, 가전의 선택 기준을 다시 바꾸겠다는 자신감으로 해석된다. LG는 오는 1월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에서 해당 컨셉을 공개하고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백(白)색가전의 귀환


에센스의 가장 큰 특징은 주요 색상이 흰색이라는 점이다.

최근 몇 년간 가전업계는 ‘색상 마케팅’ 경쟁을 펼쳐왔다. 코로나 19 이후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자신의 취향에 따라 색상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이미 가전제품의 기능이 상향 평준화된 상황에서 다양한 색상은 차별화 포인트가 됐었다.

LG전자는 지난 2018년 가전(家電)과 가구(家具)를 결합한 신개념 융복합 가전인 LG 오브제(LG Objet)를 출시했고, 이후 2020년 LG 오브제의 컨셉을 확장해 고급스러운 색상과 재질로 공간 인테리어를 완성한다는 LG 오브제 컬렉션을 내놨다. 삼성전자도 2019년 양복이나 주문 제작처럼 취향에 맞춰 색상과 소재, 제품 타입을 제공하겠다며 비스포크를 선보였다. 이처럼 다양한 색상 가전이 쏟아지자 백(白)색 가전이 아닌 100가지 색이 있는 ‘백(百)색가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LG전자 오브제 컬렉션 냉장고. [사진 LG전자]
이재승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의 아바타가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진행된 '비욘드 비스포크' 미디어 데이에서 2022년형 비스포크 홈 신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LG가 지속해온 트렌드와 반대되는 브랜드를 내보내는 이유는 무채색을 선호하는 고객의 취향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가전업체에서 많게는 수백까지 색상을 선택할 수 있게 했지만, 실제 소비자들은 흰색·실버·베이지 등 무난한 색상을 선택한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양사 모두 색상 판매 비중은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흰색 톤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전제품 특성상 교체 주기가 길다 보니 결국은 시간이 지나도 질리지 않는 색상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초(超) 미니멀리즘 시대 연다


색상에 힘은 뺐지만 디자인적으로는 ‘빼기의 미학’을 선보일 예정이다. 불필요한 라인을 최대한 줄이고 겉으로 튀어나오는 물리적 버튼을 대부분 없앤 미니멀한 디자인을 표방했다고 한다. ‘공간 인테리어 가전’을 내세웠던 오브제 컬렉션에서 한층 더 진화된 컨셉으로, 어떠한 공간에서든 잘 어울리는 건 단순함임을 강조할 전망이다. 최근 패션이나 인테리어 등에서 미니멀리즘이 지속적으로 강세를 보이자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비스포크와 오브제 컬렉션 모두 잘 나갔던 이유가 사실은 색상보다도, 깔끔한 디자인 영향이 컸다”면서 “2000년대 말 꽃 모양의 화려한 가전이 유행이었다가 다시 절제된 형태로 돌아왔듯 이제는 가전 업계에서도 미니멀리즘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가 흰색의 초 미니멀리즘 가전을 차세대 프리미엄 브랜드로 내세움에 따라 색상 위주였던 업계 판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LG전자는 오는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 박람회 CES에서 이같은 내용의 신규 브랜드 컨셉과 라인업을 공개하고, 글로벌 판매에 나설 예정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재 새로운 가전 컨셉을 준비하며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세희 기자 jeong.saehee@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