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 댓글 감수성 테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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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자 국민일보 1면에 실렸던 '댓글 감수성 자가 테스트' 해보셨나요? 해보니 10점 정도 나오더군요.
질문을 살펴봤다면 아시겠지만 점수만으로는 확인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습니다.
무조건 점수가 높다고 좋은 게 아니고 점수가 낮다고 걱정할 일도 아니란 얘기입니다.
그 발언과 댓글, 코멘트는 가족이나 친구에게는 할 수 없는 것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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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자 국민일보 1면에 실렸던 ‘댓글 감수성 자가 테스트’ 해보셨나요? 해보니 10점 정도 나오더군요. 질문을 살펴봤다면 아시겠지만 점수만으로는 확인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습니다. 무조건 점수가 높다고 좋은 게 아니고 점수가 낮다고 걱정할 일도 아니란 얘기입니다. 굵직한 제목이나 기사 내용 한 줄 없이 테스트 설문지 사진 한 장만 신문 1면에 실은 이유는 댓글을 달 때 한 번 더 생각한 뒤 쓰자고 제안하는 의미입니다. 우리가 보고, 쓰고 있는 댓글이 어느 정도로 위험한 지경까지 왔는지를 되돌아보는 게 지금 퍽 중요하다는 걸 강조한 것이지요.
매일 보도되는 정치인들의 발언을 보면서, 그 발언을 담은 기사에 달리는 댓글을 읽으면서, 또 그 기사를 인용하며 SNS에 적는 코멘트들을 확인하면서 ‘왜 우리 주변에는 적들만 우글거리는 걸까’라고 생각합니다. 그 발언과 댓글, 코멘트는 가족이나 친구에게는 할 수 없는 것들이죠. 도저히 같이 지낼 수 없는 이들에게, 무조건 제압해야 하는 적들에게나 쓸 수 있는 언어들입니다.
비판의 수준을 넘어 증오와 저주를 담은 글과 말이 일상에 이토록 넘쳐나게 한 가장 큰 원인은 정치인들입니다. 정치의 역할이 갈등을 조정하고 타협을 이끄는 것인데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고 있지요. 충분히 조정하고 타협할 수 있는 일도 정치가 개입하면서 갈등을 증폭시키고 도저히 해결 불가능하게 만드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그렇다고 혀를 차고 삿대질하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이 고민입니다. 적어도 아이들이 ‘토론이란 게 저런 단어를 내뱉으며 해도 되는 말싸움이구나’ 혹은 ‘기사 댓글은 공격적으로 쓸수록 많은 관심을 받는 거구나’라고 생각하지는 않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요?
많은 경우 증오와 저주가 섞인 언어는 상대가 잘못된 주장을 억지로 한다고 생각하거나 상대가 나를 공격한다고 생각할 때 나옵니다. 내 입장이 정의롭다고 단정할 때 이런 단어들이 튀어나오지요. 대안을 찾기 위해 토론할 때는 쓰지 않을 단어를 거리낌 없이 내뱉는 것은 나만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한때 정치는 점잖은 말잔치였습니다. 뼈 있는 말을 할 때도 마이크 앞에서는 우아하고, 부드러운 단어를 찾아 썼습니다. 적어도 정치인의 말이 행동보다는 고상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정치인의 말은 그들의 행동과 비슷한 수준이 됐습니다. 언행일치가 됐다고 좋아할 일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높으신 분들이 쓰는 말과 글을 본받지 못할 지경이니 우리가 일상에서 말하고 쓰는 태도가 그만큼 더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증오와 저주가 넘쳐 나는 말과 댓글의 홍수 속 그 어딘가에 나도 있지 않았을까 하고 돌이켜 봅니다. 잘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지 않고, 무엇보다 상대의 얘기를 잘 들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동안 나의 앎과 행동에 비해 너무 말만 거창하지 않았나, 그러면서 상대의 얘기는 애써 무시하지 않았나라고 반성합니다.
요즘 특히 더 신경 쓰는 부분이 한 가지 있습니다. 가능하면 대화할 때 물음표로 끝나는 듯한 얘기는 자중하는 것입니다. 가족이나 동료, 친구 등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조심합니다. 물음표로 끝나는 듯한 말은 힐난이나 비아냥으로 비치기 쉽습니다. ‘이것 좀 해줘’라고 말하면 될 것을 ‘이것 좀 해주면 안 돼?’ 이렇게 얘기하다 보면 상대방도 마음 상하기 일쑤입니다. 대중교통 등에서 주변의 통화를 본의 아니게 듣게 될 때면 물음표로 끝나는 듯한 대화가 참 많다는 걸 느낍니다. 일상에서 물음표 대화만 좀 줄여도 말로 상처받는 일이 꽤 줄어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승훈 디지털뉴스센터장 sh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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