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예산안 합의 못하고 국정조사 개문발차… 양심은 있는가

2022. 12. 20.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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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내년도 예산안 협상 추가 시한인 19일을 또 넘겼다.

지난 2일 법정시한, 9일 정기국회 폐회일, 15일 김진표 국회의장이 제시한 1차 협상시한을 지키지 못한 데 이어 2차 협상 시한마저 무시했다.

예산안을 처리한 뒤 함께 국정조사에 나서겠다는 약속은 휴지조각이 됐다.

하지만 국민의 삶에 직결된 예산안을 볼모로 정치 싸움을 벌이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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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 국회의장이 16일 오후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내년도 예산안 협상을 위한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 김 의장,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연합뉴스


여야가 내년도 예산안 협상 추가 시한인 19일을 또 넘겼다. 지난 2일 법정시한, 9일 정기국회 폐회일, 15일 김진표 국회의장이 제시한 1차 협상시한을 지키지 못한 데 이어 2차 협상 시한마저 무시했다. 그러면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청문회 일정 및 증인 명단을 야당 단독으로 의결했다. 예산안을 처리한 뒤 함께 국정조사에 나서겠다는 약속은 휴지조각이 됐다. 이러다가는 진상 조사와 재발 방지 시스템 구축을 위한 국정조사 자체가 흐지부지될지 모른다. 김 의장 말대로 정치하는 사람들에게서 최소한의 양심을 찾아볼 수 없다.

그런데도 여야의 거친 비난전은 좀처럼 끝날 줄 모른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합법적으로 설치된 국가기관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대선 불복”이라고 했고,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대통령 심기 경호에만 쩔쩔매지 말라”고 맞받았다. 국민의힘은 ‘방탄국회’라며 국정을 제대로 이끌지 못하는 책임을 야당 탓으로 돌린다. 민주당은 예산안을 단독 처리하겠다며 힘을 과시한다. 정치인들이 서로를 헐뜯는 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여야 의원들이 선거에 이기기 위해 약속을 지키지 않거나 거짓말로 위기를 모면하는 것도 낯설지 않다. 하지만 국민의 삶에 직결된 예산안을 볼모로 정치 싸움을 벌이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정부 예산안이 확정돼야 지방자치단체도 예산안을 심의할 수 있다. 예산안 늑장 처리는 정부 지원금으로 추운 겨울을 버텨야 하는 경제적 약자를 위한 복지 예산 집행에 악영향을 준다. 김 의장이 2차례나 시한을 제시하며 여야 합의를 종용한 것은 당장 정부와 지자체의 취약계층 지원에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년 한국 경제는 소비 위축, 투자 감소, 실업 증가 등 실물경제의 타격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극심했던 인플레이션과 금리 급등에 따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기업과 가계에 고스란히 전이된다는 뜻이다. 그나마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수출마저 오래전에 적신호가 켜졌다. 기업들은 다가오는 실적 악화 우려에 이미 초비상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대응만이 유일한 대안으로 남은 상황인 것이다. 그런데도 국회만 한가롭다. 법인세 인하를 부자 감세라고 선언하고는 정부안을 끝까지 반대하는 민주당도 문제지만 야당의 예산안 단독 처리도 정치적으로는 손해볼 게 없다고 배짱을 부리는 여당의 안일함은 한심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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