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생활고에도 코피노 길러준 양모·이웃에게 희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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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앙헬레스 지역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는 세상에 나오자마자 부모로부터 버림받았다.
친모는 한국 남자를 만나 임신했고, 그 아이는 세상에 나온 다음 날 한 가정에 입양됐다.
2010년 설립된 메신저는 코피노(한국 남성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와 라이따이한(한국 남성과 베트남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을 돕는 다양한 사역을 전개하고 있다.
열악한 주거 환경 탓에 아이가 각종 질병에 노출될 가능성도 다분해 보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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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앙헬레스 지역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는 세상에 나오자마자 부모로부터 버림받았다. 친모는 한국 남자를 만나 임신했고, 그 아이는 세상에 나온 다음 날 한 가정에 입양됐다. 다행히 아이는 살뜰하게 자신을 돌봐주는 양부모를 만났다. 아이의 이름은 마리아노 세경 잔디(11)양. 그는 현재 우등생 소리를 들을 정도로 학업 성적도 뛰어나다고 한다.
하지만 2년 전, 잔디양을 길러준 A(58·여)씨가 심장병을 앓게 되면서 잔디네 가정엔 불행이 시작됐다. A씨는 심장에 튜브를 3개나 삽입하는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병원비가 430만원 넘게 나왔다. 문제는 현재 2차 수술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예상 수술비가 1100만원이 넘어 엄두를 낼 수 없는 상황이다.
잔디네 가족의 이 같은 상황을 전한 곳은 ㈔메신저인터내셔널(이사장 김춘호·이하 메신저)이다. 2010년 설립된 메신저는 코피노(한국 남성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와 라이따이한(한국 남성과 베트남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을 돕는 다양한 사역을 전개하고 있다.
메신저는 19일 “1차 수술 때 정부로부터 이미 지원금을 받은 탓에 정부의 추가 지원은 기대할 수 없다”는 A씨의 이야기를 전했다. A씨는 “구멍가게를 하면서 저금해 놓은 돈은 5만 페소(한화 117여만원)가 전부”라며 “수술을 받고 하루빨리 건강을 회복해 잔디와 다시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메신저 관계자들은 지난달 중순 필리핀을 방문해 잔디양을 비롯해 어려움이 있는 코피노들을 만났는데, 잔디양 가족과 같은 지역에 사는 민 김(3)군도 그중 하나였다.
김군은 아버지를 만난 적이 없고 어머니는 아들이 돌이 되기 전 집을 나가 연락이 끊겼다. 천애고아가 된 김군을 키워준 이는 동네 사람들이었다. 이웃들은 돌아가면서 딱한 상황에 놓인 김군을 돌봤다고 한다.
현재 김군의 엄마 역할을 해주고 있는 이는 고령의 여성 B씨다. B씨는 공사장에서 일하는 남편과 함께 김군을 돌보고 있는데, 두 사람은 동네에서도 가장 가난한 축에 드는 부부다. B씨는 “기저귀나 분유를 살 돈이 없어서 이웃에게 돈을 빌려 가면서 아이를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메신저 관계자들이 찾은 B씨의 집은 집이라고 부르기 힘들 정도로 협소하고 누추한 공간이었다. B씨 부부는 두 집 사이에 생긴 빈 공간에 지붕을 올린 곳에서 김군을 키우고 있었다. 열악한 주거 환경 탓에 아이가 각종 질병에 노출될 가능성도 다분해 보였다고 한다.
메신저 사무총장인 김명기 목사는 “코피노는 1만5000명 정도로 추정되는데 대부분 친부의 존재도 모른 채 빈민가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코피노의 삶을 개선하는 일은 한국의 대외적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성탄절을 앞두고 한국교회가 이들을 섬길 방안을 고민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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