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문 포럼] ‘R’ 폭풍이 몰아친다

김창규 2022. 12. 20.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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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규 경제에디터

매년 11월 11일이면 세계 최대의 온라인 쇼핑 행사로 불리는 중국의 광군제가 열린다. 이 기간에 중국의 대형 쇼핑몰은 초 단위로 판매 실적을 알리는 전광판 쇼를 하곤 했다. 지난달 12일 0시를 기점으로 이 행사가 막을 내렸지만 중국 전자상거래업체는 14년 만에 처음으로 판매 실적을 내놓지 못했다. 중국의 소비는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11월 소매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9% 감소했다고 지난 15일 발표했다. 상하이 전면 봉쇄가 이뤄졌던 5월 마이너스 6.7% 성장했다가 6월부터 플러스로 바뀌었으나 10월(-0.5%)에 이어 또다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경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중국은 지난 3년간 고수해온 ‘제로 코로나’에서 방역을 대폭 완화하는 ‘위드 코로나’로 서둘러 뱃머리를 돌렸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는 올해 경제성장률은 목표치(5.5%) 달성은 고사하고 지난해(8.1%)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3% 남짓에 불과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코로나19 규제 완화로 경제 활동이 자유로워지겠지만 감염자가 급증하며 생산과 소비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 중국과 미국 경제 침체 기미 완연
한국과 교역 규모 1, 2위인 국가
소비 감소폭 예상치 크게 웃돌아
혁신 통한 비용절감 등이 돌파구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중국의 방역 완화로 감염자가 급증하며 더 많은 노동자가 일시적으로 일하지 못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중국의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을 낮출 가능성을 내비쳤다. IMF는 지난 10월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올해는 3.2%로, 내년에는 4.4%로 예상했다.

여기에 중국 경제위기설도 다시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다. 중국 가계 자산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부동산 시장이 1998년 이후 최악의 수준에 빠져 있는 데다 이 여파가 금융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환자까지 급증할 경우 중국 경제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중국 경제가 단순 감기 정도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미국은 또 어떤가. 경제가 내년 상반기에 침체에 들어설 것으로 전문가는 예상한다. 특히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가 급감했다. 미국의 11월 소매 판매가 전달보다 0.6% 감소했다. 지난해 12월(-2.0%)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고 시장의 예상치(-0.2~-0.3%)를 크게 밑돌았다. 10월에 1.3% 증가하며 증가세를 유지하던 소비는 빠르게 하락세로 돌아섰다. 11월은 블랙프라이데이와 사이버먼데이 등 최대 쇼핑 대목이 있는 달이다. 그런데도 소매가 급감했다는 건 그만큼 소비 심리가 크게 나빠졌다는 방증이다.

그동안 미국인은 정부의 재정 부양 등에 힘입어 소비를 늘렸지만 연방준비제도(Fed)의 공격적인 통화긴축 등으로 지갑을 닫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현지시간)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내년 미국 경제가 어떻게 될 것으로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52%가 ‘나빠질 것’이라고 답했다. ‘좋아질 것’이라는 응답은 25%, ‘올해와 비슷할 것’이라는 응답은 18%였다.

새삼스레 중국과 미국 경제 이야기를 꺼내는 건 이들 국가가 한국의 1, 2위 교역국이기 때문이다. 이 나라가 경제 침체에 빠진다는 건 한국 수출이 직격탄을 맞는다는 뜻이다. 한국 경제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성장 동력인 수출이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다. 수출은 10월(-5.7%), 11월(-14.0%) 두 달 연속 감소(전년 동기 대비)했다. 또 이달까지 무역적자가 이어지면 한국은 9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올해 말까지 누적 적자 규모가 500억 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에 따라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말 4631억 달러에서 지난 11월에는 4161억 달러로 470억 달러 감소했다.

내년엔 전 세계에 ‘R(경기침체)의 공포’가 밀려옴에 따라 한국 경제에 더 큰 어려움이 닥칠 전망이다. 무역적자가 확대되면서 외환보유액은 갈수록 줄어들 것이다. 금리 인상, 물가 상승 등의 여파로 기업의 이익도 갈수록 쪼그라들 것이다. 일자리 감소도 불가피하다. R의 공포가 한국 턱밑까지 다가왔다. 정부건, 기업이건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장마가 오는데 장마를 안 오게 할 방법이 우리 힘으로는 없다”며 “부실한 곳에서 피해가 커지지 않도록 국내에서 할 수 있는 부분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공한 기업은 경기 침체기에 혁신을 통한 비용절감으로 돌파구를 마련한다. 정부에도, 기업에도 옥석을 가리는 시기가 왔다.

김창규 경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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