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상 읽기] EU에 백기 든 머스크
트위터 오너인 일론 머스크가 지난주 워싱턴포스트·뉴욕타임스 기자를 포함한 저널리스트 몇 명의 트위터 계정을 정지해 논란이 일었다. 머스크는 이들이 독싱(doxxing), 즉 온라인에서 타인의 개인정보를 허락 없이 공개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머스크는 자신의 비행기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해 알리는 트위터 계정을 삭제했는데, 이 계정 운영자가 트위터의 경쟁 서비스인 마스토돈에서 그걸 계속 운영한다는 이유로 마스토돈의 트위터 계정을 정지해 버렸다. 그런데 머스크는 기자들이 그런 일이 있다는 사실을 얘기했다고 독싱이라 주장하며 계정을 정지한 것이다.
문제가 커지자 머스크는 온라인 투표로 결정하겠다며 이 기자들의 계정을 언제쯤 복구시키는 게 좋겠냐며 ‘지금 당장’ ‘내일’ ‘일주일 후’ 등의 선택지를 줬는데, 지금 당장 복구하라는 요구가 쏟아졌다. 이에 당황한 머스크는 선택지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투표를 다시 하겠다며 얼버무렸다.
그러는 중에 유럽연합(EU)이 직접 나섰다.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언론인 계정을 멋대로 정지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와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며, 이런 행동을 할 경우 EU가 트위터를 유럽에서 제재할 수 있다는 강도 높은 경고였다.
이 메시지가 나온 직후 머스크는 갑자기 태도를 바꿔 투표 결과에 따라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즉시 기자들의 계정을 복구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게 투표 결과가 아닌 EU의 경고 때문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트위터는 유럽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잃으면 안 되고, 테크기업 규제에 관한 한 유럽이 미국보다 훨씬 더 적극적이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결과였다.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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